[슬아생] "분실 현금도 되찾아 드려요"... '주민소통 24시' 생태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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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아생] "분실 현금도 되찾아 드려요"... '주민소통 24시' 생태아파트
  • 시장경제 한정우 기자, NGO저널 박주연 기자
  • 승인 2023.06.0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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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NGO저널 공동기획 '슬기로운 아파트 생활(슬아생)'
용인 수지구 래미안 이스트팰리스 4단지 김현준 회장
주민과 소통하는 입대의, 주민 불만 해소에 헌신

<편집자 註> 대한민국은 아파트 공화국이다. 통계청의 ‘2021년 인구 주택 총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전체 가구 중 절반가량이 아파트에 거주한다. 다수의 주민이 거주하는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내 집 마련의 대명사로 사적인 영역이면서 동시에 지역 공동체와 커뮤니티 인프라로서 대부분의 문제는 공공의 영역이기도 하다. 시장경제와 NGO저널은 [슬기로운 아파트 생활(슬아생)] 코너를 통해 대한민국의 대표 주거 형태인 아파트를 중심으로 자율과 자치에 기반한 입주민들의 희로애락과 다양한 모습을 조명하는 공동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위치한 래미안 이스트팰리스(흔히 줄임말 ‘이팰’로 불린다). 2010년 5월 입주한 4개 단지 2393세대 규모의 대단지를 자랑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국내 최고의 명품 단지를 목표로 역량을 총집약해 조성했다. 건설 당시부터 고(故)이건희 회장의 각별한 관심으로 자연친화적이며 미래형 첨단 복합단지로 조성한 프리미엄 아파트로도 유명하다.

‘이팰’은 단지 초입에서부터 주변 다른 아파트들과 차별화된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광교산에 둘러쌓인 천혜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건물 외관은 세계적인 건축디자이너 장 미셀 빌모트가 디자인했다.

장 미셀 빌모트는 루브르박물관과 대영박물관 내부, 인천국제공항과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등을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건축 거장이다. 광교산과 단지 옆으로 흐르는 손곡천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게 생태적 감수성을 불어넣어 설계됐다.

저층부 마감재는 흙을 연상시키는 테라코타(구운벽돌)을 사용해 품격을 높였다. 테라코타는 타운하우스나 주상복합에 주로 사용되는, 일반 아파트에는 거의 적용되지 않는 고급 자재라고 한다. 테라코타를 아파트 외장에 적용한 사례는 이스트팰리스가 국내 최초로 알려져 있다.

북유럽풍의 세련된 감각이 깃든 디자인 콘셉트에 따라 타워형·판상형·삼각타워형 등으로 주동(主棟)이 배치됐으며, 48개 동이 한데 어우러져 리듬감 있는 스카이라인을 연출한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위치한 래미안 이스트팰리스 아파트 전경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위치한 래미안 이스트팰리스 아파트 전경

단지 곳곳에는 아이들의 창의성을 높여주는 예술 놀이터를 비롯해 미술 장식품이 전시돼 있어 예술적 감성을 묻어난다.

이 같은 이팰의 정체성이 유지되는데는 각 단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들의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고 한다. 각 단지 대표가 정기적으로 만나 이팰의 발전 및 개선점을 논의한다고.

특히 단지 내 대형 스파시설과 휘트니스센터, 사우나 등의 커뮤니티 시설이 발달돼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4단지에 위치한 스파의 공동 운영을 위한 스파공동운영위원회가 핵심으로 꼽힌다. 이 운영위원회에는 각 단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스파공동운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4단지(620세대) 입주자대표회장은 김현준 씨. 김 회장은 “4단지는 성지바위산과 접해 있어 산책과 등산에 편리하고 전체 단지 스파가 위치해 이용이 쉽다. 또 66평부터 99평까지 프리미엄 타운하우스 개념의 힐 하우스가 4단지내 60여세대가 있어 아파트의 가치를 더 높인다”면서 “한빛 중학교, 한빛 초등학교가 단지와 연결되어 있어 통학에 편리한 것도 장점”이라고 자랑했다.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위치한 래미안 이스트팰리스 아파트 전경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위치한 래미안 이스트팰리스 아파트 전경

 

입주민과의 소통.화합 중시하는 입대의 활동에 주민들도 만족

입주 13년차의 이팰 4단지는 지역 현안이나 입주민 간 큰 갈등 없이 소통 및 화합이 잘 되는 모범단지로도 입소문을 탔다.

김 회장은 비결을 묻자 “입주자대표회의는 아파트의 현안과 입주민의 민원을 처리하는 매우 힘든 자리임이 분명하다”면서도 입주자대표회의와 입주민 간 상호존중이라는 자신만의 운영철학을 조심스레 꼽았다.

이펠 4단지 입대의를 4년째 이끌고 있는 김 회장은 입주민과의 직접 소통을 위해 개인정보인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아파트 게시판에 공개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주민들과의 24시간 소통,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현안을 파악하고 신속히 대응해 아파트 입주민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김 회장 취임 첫해인 2020년 아파트 관리주체에 대한 입주민들의 집단 불만이 불거졌을 때 ‘소통과 상호존중’이란 프로그램으로 입주민과 1대1 소통 창구를 만들어 민원을 수용하고 불화를 조정해나간 경험은 큰 자산으로 남았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3월 입주민들의 큰 민원 없이 아파트 관리주체 업체인 우리관리(주) 수의계약으로 무난히 연장했다.

이팰4단지 관리주체와 입대의, 주민 사이 투명한 삼박자 소통의 정도를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관리주체의 외곽 미화(청소) 담당 직원이 어느 날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상당액의 현금을 습득한 후 관리주체(생활지원센터장)에 보고가 올라갔고 입대의는 단계별 조치를 통해 실제 분실자를 찾아 돌려줬다.

김 회장은 “선행을 한 청소담당 직원에게 입주자대표회의 이름으로 감사패와 격려금을 드렸던 일이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그가 아파트 10년차 정기하자보수이행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을 비롯해 각종 현안들을 선제적으로 해결한 사례 등 입주민들의 공동재산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서비스 경영에 특히 만족감을 나타냈다는 후문이다.

이 밖에도 그는 지자체와 입주자대표회의 등과의 협상을 통해 지자체 추경 예산 지원으로 산책로 개선 및 입주민 안전 강화사업을 추진·완료한 것, 4개 단지 스파에 대한 선제적 법률적 제반 검토 및 코로나 팬데믹 시국에서 정부 매뉴얼 따라 집단발병을 막고 입주민 건강을 지킨 것, 장기수선충당금 대상 공사선정에 대한 철저한 계획수립 등 역할을 했다.

이팰 단지 대표들은 주민들과 소통하며 주거환경 고도화를 이뤄가는 가운데 김 회장 주도로 최근에는 스파내 건식사우나에 최고 재질의 편백나무를 사용, 입주민들은 건강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김 회장은 “건설업도 부동산업도 모르는 IT를 전공한 직장생활 30년차 시민에 불과하지만 아파트 단지 운영이나 관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내 일처럼 나선 것일 뿐”이라며 “다른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경험을 가진 다른 분들보다 더 많은 고민을 했고, 경영학 박사로서 익힌 노하우를 접목해 주민들의 행복한 아파트 생활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한민국이 소위 '아파트 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아파트 공동체 관리는 매우 중요한 국가의 과제라는 점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며 "하지만 그와 걸맞는 제도와 법률이 효과적으로 운영에 반영되고 있는지는 한번쯤 고민하고 점검해 봐야 할 시점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아파트 공동체 운영 관리 변화를 위한 검토에 나선다면 어떠한 창구를 통해서라도 내 노하우를 공유하여 아파트 공동체 관리 분야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아주대 공과대학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경영정보학과 경영학 석사를, 호서대 벤처전문대학원 정보경영학과 경영학 박사를 마친 그는 포스코, 삼성SDS, 대우정보기술, SK쉴더스, 한국휴렛팩커드 등 굵직한 대기업에서 일한 IT전문가다. 현재는 모 IT 기업 이사로 재직 중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서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국내 부동산이 침체기를 맞은 가운데 ‘이팰’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팰 4단지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의 조 모씨는 “전세도 매매도 없다”며 “27년간 일을 해오고 있는 중 처음 겪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환경 미래형 복합단지로서 여전히 경쟁력은 살아있어 전망은 긍정적이다. 조 씨는 “다른 곳보다 아파트값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자연환경 등 입지 여건이 좋은 곳”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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