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 영업·재무 '악(惡) 소리'... 홍원표의 험난한 경영수업
상태바
전자랜드, 영업·재무 '악(惡) 소리'... 홍원표의 험난한 경영수업
  • 이준영 기자
  • 승인 2022.12.25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봉철 회장 차남 온라인 총괄... 내년 성과 귀추
2019년 이사회 이름 올리며 존재감 드러내
전자랜드 재무·영업환경 악화... 경영 시험대
SYS홀딩스 지분 없는 홍원표, 내년 성패 '분수령'
전자랜드 용산 파워센터 전경. 사진= 시장경제신문DB
전자랜드 용산 파워센터 전경. 사진= 시장경제신문DB

전자랜드 오너 2세인 홍원표 이사가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올해 개편된 온라인 사업부를 맡으며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사양길에 들어선 가전양판점 업계에서 어떠한 성과를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자랜드 최대 주주인 SYS홀딩스 홍봉철 회장의 차남 홍원표 SYS리테일 이사는 2019년 이사회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알렸다. 특히 올해 7월 개편된 온라인 사업부를 담당하며 전자랜드의 미래 청사진을 담당하는 핵심 역할까지 맡았다. 

하지만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 전자랜드의 주력 사업인 가전양판점은 사양길에 들어섰고, 실적은 내리막이다. 홍 이사가 내년 전자랜드의 온라인 사업에 사활을 걸어야 되는 이유다. 

 

재무·영업환경 악화... 능력 보여줘야 하는 이사님

SYS홀딩스 홍봉철 회장. 사진= 시장경제신문DB
SYS홀딩스 홍봉철 회장. 사진= 시장경제신문DB

홍 이사는 전자랜드에 2014년 상품개발팀 과장으로 입사 후 5년만인 2019년 전자랜드 이사회에 입성하며 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졌다. 

지난해 홍봉철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자연스레 홍 이사의 승계작업으로 관심이 쏠리고, 올해 온라인 사업부까지 맡게 되며 본격적인 후계작업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홍 이사의 후계 작업은 아직 요원하다. 당장 실적으로 실력을 보여야 한다. 전자랜드는 꾸준히 매출을 성장시켰지만 이익률은 해마다 줄어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다. 2012년 이후 9년만이다. 이 기간동안 홍 이사도 재직중이었지만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전자랜드는 2012년 4892억원이던 매출이 2017년 5890억원, 2019년 8504억원, 2021년 8783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이익률은 2017년 1.8%, 2018년 1.6%에 이어 2020년 0.8%로 떨어졌고, 지난해는 –0.2%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홍 이사가 풀어야될 숙제로 재무건전성이 꼽힌다. 위에 언급된 전자랜드의 매출 성장도 살펴보면 착시효과에 지나지 않는다. 영업이익률이 뒷걸음질 치는 상황에서의 매출 성장은 내실 없는 몸집불리기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랜드는 2009년 당기순이익 적자로 은행 대출이 막히자 부동산 매매‧임대업을 하는 SYS홀딩스가 소유한 부동산을 담보로 6595억원을 저금리로 차입해 상품 매입과 회사 운영에 썼다. 1~6%대 낮은 금리로 195회에 걸쳐 차입했는데, 계열사가 제공한 담보에 대한 대가는 치르지 않아 지난해 공정위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았다.

전자랜드는 SYS홀딩스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8년 연속 자본잠식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면할 수 있었다.

현재 전자랜드의 재무상태는 크게 악화된 상태다. 2020년 315억원이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년만에 -13억원으로 돌아섰다. 

총자산 2377억원 중 2037억원이 부채다. 자본총계는 344억원에 불과한데, 이 중 302억원이 결손금으로 잡혀 납입자본금인 593억원에도 못미치는 상태다.

전자랜드의 총차입금은 1040억원으로 차입금 의존도가 43.8%이다. 적정 수준인 30%를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차입금중 1년내 갚아야 할 단기차입금이 무려 990억원이다. 매출총이익도 2100억원이지만 판관비는 2118억원으로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다.

전자랜드는 공정위의 과징금 결정으로 향후 대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높은 이자율로 돈을 빌려야 되고, 이는 재무건전성 악화를 키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영업 환경도 녹록치 않다. 전자랜드는 이커머스와 삼성·엘지 등이 자사 가전매장을 늘리면서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다. 업계 1위인 롯데하이마트도 적자로 인해 두 번째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가전양판점이 제품을 제조·유통하는 것이 아닌 완제품을 구입해 마진을 남기고 판매해야 하는 구조라 이익을 남기기 어려운 사업모델이란 점에서 향후 반등은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실제 가전양판점의 이익률은 매우 낮다. 전자랜드는 최근 5년간 2%를 넘긴 적이 없고, 롯데하이마트도 지난해 2.8%의 영업이익율을 기록했다.

 

핵심인 SYS홀딩스 지분 하나 없어

홍 이사가 본격적인 후계자로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아직은 시험대 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홍 회장은 지난해 3월 경영에서 물러나며 보유하고 있던 전자랜드(SYS리테일) 지분 7.44%를 장녀 홍유선 전자랜드 상무와 차남 홍원표 전자랜드 이사에게 각각 2.99%, 4.45% 증여했다. 이로써 홍원표 이사는 23.34%, 홍유선 상무는 14.44%를 보유하게 됐다. 

전자랜드의 대주주는 SYS홀딩스로 48.32%를 보유했다. 홍봉철 회장은 SYS홀딩스 지분 63.17%를 갖고 있는 최대 주주다. 즉, 전자랜드의 실질적인 최상위 지배자는 홍 회장인 것이다.

홍 이사가 홍 회장의 후계가 되기 위해선 SYS홀딩스의 지분이 필요하지만 전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내년 홍 이사의 경영능력이 검증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달 옥치국 전자랜드 대표가 물러나며 홍 이사에게로 무게중심이 쏠린다. 옥 대표는 전자랜드 최초 외부 수혈 인사로 8년이나 전자랜드를 이끈 최장수 외부영입 CEO다. 

옥 대표는 대형 프리미엄 매장인 파워센터를 확장해 오프라인 체험 강화를 통해 매출을 끌어올렸다. 또한 자사 온라인몰 '전자랜드 쇼핑몰'에 농수산물과 간편식품을 카테고리를 각각 추가하고 전자랜드 쇼핑몰을 온라인 종합 몰로 변신시킨다는 복안도 내놨었다.

하지만 실적 하락과 올해 66세인 옥대표가 온라인 사업을 이끌기엔 역부족이란 평가 등이 맞물리며 자리에서 물러났다. 실제 전자랜드의 온라인몰은 구색맞추기란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전자랜드는 이달 15일 김찬수 신규사업부문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신임 대표는 삼성전자 출신으로 2010년 전자랜드로 자리를 옮겨 마케팅 팀장, 온라인영업부문장, 상품부문장 등을 거쳐 대표이사에 올랐다.

향후 김 신임 대표는 홍 이사와 함께 온라인 사업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온라인 사업 성공 여부가 홍 이사의 향후 후계구도 판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