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지원사업 수혜자는 건설업자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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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지원사업 수혜자는 건설업자뿐”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7.07.0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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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부의 전통시장 지원사업을 혹독하게 비판하는 인물이 있다. 담당 공무원들의 비전문성으로 인해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는 주장을 펴는 김강규 전 경기도 전통시장 지원센터장을 지난 5일 만났다.

- 현재 중앙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전통시장 지원사업에 대한 총평을 해 달라.

김) 전혀 성과없이 세금만 축내고 있다. 전통시장에서 상업을 하고 있는 상인들과 소비자들의 만족을 위한 사업이 아닌 이해당사자와 전혀 상관없는 이들만 이익을 보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가?

김) 전통시장을 지원하는 목적에 맞지 않고 정치적인 이해관계에만 얽메여서는 제대로 된 사업이 진행될 수 없다. 정치인들은 전통시장을 표로만 본다. 전통시장의 부흥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러니 돈만 퍼주면 된다는 생각이다. 담당 공무원들도 마케팅 등 전문지식이 부족하다보니 전통시장의 조명이나 간판교체 등에만 매달린다. 전통시장 지원사업의 최대 수혜자는 건설, 조명, 간판 업자들이다.

- 구체적으로 잘못 되고 있는 부분을 지적해달라.

김) 전통시장 지원사업의 방향부터 잘못됐다. 시장의 기본구성은 상품과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시설이 양대축이다. 간판이나 지붕, 조명 등은 상품판매와 무관한 시설이다. 전통시장을 지원한다면서 전국적으로 획일적인 사업뿐이다. 시장의 활성화는 소비자가 찾는 상품이 우선해야 한다. 그러나 소비자 결정권은 시장지원 사업의 논외일 뿐이다.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 본인의 손을 거쳐 활성화 된 시장을 꼽아달라.

김) 속초 중앙시장, 통영 중앙시장, 주문진 수산시장 등 전국에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동대문 풍물시장을 숭인동으로 옮기는 작업도 했다. 속초 중앙시장의 경우 상인회와 손잡고 활성화 사업을 벌여 많은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그러나 도중에 공무원들이 끼어들면서 사업이 변질되기 시작했다. 공무원들은 시장이 활성화된 성과를 자신들의 업적으로 치부하고 싶어했다. 많은 갈등이 발생했고 나는 더 이상 속초 중앙시장에 간여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 전통시장이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김) 시장이란 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가? 의식주에 필요한 생필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능을 하는 곳이다. 소비자에게 편익을 주는 곳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전통시장 지원 사업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철저히 무시되고 있다. 비전문적인 공무원들에 의해 배가 산으로 올라가 버린 것이다. 정부가 방향을 잘 잡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역대 정권 모두 전통시장 활성화에 실패했다. 진보와 보수간 경쟁이 생겨야 반성을 할 수 있는데 모두 실패하다 보니 반성도 없고 경쟁도 없다. 오로지 돈만 퍼주면 된다는 생각들뿐이다. 국민들의 혈세 3조원이 투입됐다. 전통시장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이 30만명이 안된다. 상인들 1인당 1,000만원 이상이 투입된 셈이다. 차라리 그 돈을 상인들에게 현금으로 지급했더라도 이런 결과보다는 나을 것이다.

-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도지사 재직시절 경기도 전통시장 지원센터를 설립해 센터장 자리를 맡기며 전권을 쥐어 준 것으로 알고 있다. 센터장 시절은 어땠는가?

김) 센터장을 맡아 1년 남짓 일을 했지만 김 전지사가 도지사를 그만 두게 되며 밑그림만 그려 놓고 아무것도 하지 못 했다. 센터장 시절에도 공무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아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밑그림 그리는 데에만 1년여를 허비하다 정작 실무는 아무것도 못 하고 나오게 됐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문제는 그들의 생계가 달린 문제이다. 이런 기본적인 이해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지원사업을 펼치는 공무원들 때문에 아까운 세금만 축나고 있는 것이다.

- 최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 전통시장에 상생스토어를 개점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가?

김) 정용진의 방향이 옳다고 본다. 대기업들은 본질적으로 진흙탕 속에 들어가는 것을 싫어한다. 전통시장과 대형 유통업자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면 서로 융합시켜 버리면 된다. 한 배에 태워 놓으면 갈등이니 상생이니 이런 단어가 없어질 수 밖에 없지 않나? 다른 대기업들이 진흙탕이라고 꺼려할 때 정용진은 발을 넣었지만 그 안에서 금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용진이 금맥을 찾아낸다면 전통시장에 대한 세인들의 인식이 180도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정용진이 더욱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분배의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지금은 밥그릇 타령보다 배를 바다로 끌고 가는 것이 우선이다.

- 정부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김) OECD국가들 중 자영업자의 비중이 20%를 넘어가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우리나라의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의 30%는 구조조정을 통해 일자리를 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통시장의 활성화는 상권을 중심으로 한 방향에서 비롯되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시설중심의 지원사업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창출 노래를 부르고 있지만 자영업자 30%가 일자리를 잃을 판이다. 있는 일자리도 못 지키면서 허구헌 날 없는 일자리 만들겠다고 한다. 정치인들의 의지 문제이다. 돈 퍼줘가면서 상인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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