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해주는 햄버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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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해주는 햄버거 같아요"
  • 박진형 기자
  • 승인 2017.04.25 0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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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수제버거 전문점 '버거판' 임채영 대표
웰빙 수제버거 전문점에서 종업원이 주문을 받고 있다. 사진=박진형 기자.

[나는 사장이다] "남한테 부끄럽지 않은 햄버거를 쭉 만들 거에요"

웰빙 수제버거 전문점 '버거판' 임채영(48) 대표는 이런 모토를 가지고 햄버거를 4년째 만들고 있다. 그는 주문을 받은 뒤에야 조리를 시작한다. 매일 새로 들어오는 쇠고기와 돼지고기로 만든 패티를 즉석에서 굽는다. 인공 조미료를 넣지 않은 소스와 양파, 양배추, 토마토 등을 넣고 손수 햄버거를 만든다. 조리시간이 최대 15분까지 걸린다. 성격이 급하기로 소문난 한국인 특성상 짜증을 내는 손님도 여럿 있었지만 이 원칙을 고수했다. "집에서 먹는 것처럼 만들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매장 안 냉장고 유리에는 이를 뒷받침 해주는 안내문이 붙여 있었다. "패티와 소스는 매일 아침 100% 수제로 정성껏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문과 동시에 조리를 시작합니다", "신선한 야채와 토마토는 국내산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등. 그는 자식 입에 들어간다는 생각으로 재료 하나하나에 신경을 썼다고 밝혔다. 햄버거 가격의 무려 50~55%를 재료비로 지출했다. 같은 업계 기준으로 보통 30%를 재료비로 지출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를 더 투자하는 셈이다.

웰빙 수제버거 전문점 '버거판' 주문한 햄버거와 콜라. 사진=박진형

이 씨는 "처음 시작할 때는 절반을 재료비로 써도 많이 남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더군요. 정말 돈을 못 벌어요. 그래도 아깝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다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패티는 햄버거의 생명이거든요" 얘기를 듣고 보니 궁금했다. 남는 거 없이 어떻게 장사를 4년째 이어가고 있는지.

"한때는 힘들어서 재료비를 아끼려고도 해봤어요. 코스트코에서 기름기는 많았지만 저렴하게 팔길래 베이컨을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한 손님이 맛이 이상한지 '이게 뭐에요?'라고 묻더군요. 정말 귀신이에요. 제가 싫은 건 남도 못 먹이겠더라고요. 그래서 재료는 건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200원 더 저렴한 포장지로 바꿨고, 10번 이용하면 주는 5000원 할인 쿠폰도 없앴습니다" 햄버거 맛과 질을 유지하면서 다른 부분에서 비용을 줄인 것이다.

웰빙 수제버거 전문점 '버거판' 메뉴. 사진=박진형

이 대표가 재료에 남다른 집착(?)을 보이게 된 이유는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1년 간 아르바이트로 일한 경험 때문이었다. 유통기한이 한 달 지난 패티가 냉장고에 들어 있어서 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사장이 비닐팩에 담긴 패티 중에 윗부분은 멀쩡하니까 사용하라고 했다. 그는 "정말 조리를 하니까 맛 차이가 없었다"며 "얼마나 방부제를 넣었으면…"이라고 말했다. 

'버거판' 표 햄버거에는 방부제, 첨과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오히려 싱싱한 재료를 쓴다는 입소문이 퍼지며서 단골손님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인근 직장인과 근처 오피스텔에 사는 대학생이 주 고객층이다. 오전 11시 20분, 오후 5시 30분. 손이 바쁜 시간이다. 전화 주문이 5~10건 된다. 전부 단체 주문이라서 주문량이 많다. 수화기를 내려 놓으면 1시간 넘게 쉴 틈이 없다. 임 대표는 "매장에 손님들이 꽉 차 활기차게 웃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며 "내가 손님 복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역과 숙대입구 사이에 위치한 수제버거 전문점 '버거판'. 이 가게의 주력상품은 베이컨치즈버거(5500원)와 판 샌드위치(3500원)다. 이곳에 다녀간 한 고객은 "수제버거인데 가격도 착하다. 한 번 간 사람들은 자주갈 것 같다"면서 "햄버거와 음료, 감자튀김 세트가 생겼으면 더 좋겠다"고 말했다.

웰빙 수제버거 전문점 '버거판' 매장. 사진=박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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