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정말 이상한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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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 정말 이상한 나라
  • 김흥수 기자
  • 승인 2017.03.29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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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위원회

사측은 노조와의 협상을 거부하면서 노동자들의 임금을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하는 아주 이상한 노사협상이 있다.

정부 또한 노조가 협상에 끼어 들면 논의가 파행될 수 있다며 노조의 협상 참여를 가로 막는다.

게다가 단체교섭권은 제외된 채 주어진 조건을 유지하는 기능만을 가진 노조를 허가하는 이상한 법률도 있다.

아울러 노동을 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정말 이상한 나라가 있다.

지구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상한 노사임금협상의 모습이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협상과 관련한 테이블이다.

카드 수수료 문제에 있어서 카드 회사는 고용주이고 가맹점은 노동자의 신분일 뿐이다.

카드 회사들은 가맹점이 갑의 지위에 있을 수도 있다며 반발한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 등 대형 가맹점을 일컬음이다.

물론 노조에도 귀족이라 불리는 노조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극히 일부일 뿐이다.

여신전문 금융업법 18조의 2는 카드 수수료와 관련해 가맹점 단체의 설립을 허가하고 있지만 가맹점 단체의 수수료 협상권은 부여하지 않고 있다.

가맹점 단체의 설립은 카드회사보다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가맹점들의 지위를 상향시켜 동등한 위치를 확보해 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 인해 ‘앙꼬 없는 붕어빵’이 돼 버렸다.

노동조합은 인정하되 단체교섭권은 부여하지 않는 이상한 법률이다.

2010년 여신전문금융업법의 개정 이래 가맹점 단체들은 교섭권 부여를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정치권은 묵묵부답이다.

선거철만 되면 ‘카드수수료 인하론’을 들고 표 구걸하는 정치인은 많지만 카드 수수료 협상의 핵심인 ‘단체 교섭권 부여’를 주창하는 정치인은 단 한명도 없다.

최저임금 인상만 주장할 뿐 노조의 단체 교섭은 관심도 없음을 증명한다.

또한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는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헌법에 명시돼 있는 ‘노동을 거부할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분열증적 사고방식이다.

자유시장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은 최소화돼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모든 것을 통제하게 되면 국민들은 불편하다.

우리 머리위에 있는 국가의 국민들이 국가를 버리고 탈출하는 행렬이 이를 너무 잘 표현하고 있다.

상대적 약자를 위한 배려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경제민주화를 선도하는 정부가 할 일이다.

노조를 배척하고 임금협상 테이블에 앉아 사측의 의견을 듣고 협상을 주도하는 행위는 자본주의의 부정을 의미한다.

가격협상 테이블에 정부가 앉는 행위는 법률 어디에도 근거가 없을뿐더러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경제의 논리에도 어긋난다.

가격결정권을 정부가 행사하는 국가라면 더 이상 자본주의 국가라 할 수 없다.

금융위원장에게 묻고 싶다.

“내가 정말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 것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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