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백호 "아이유 부른 '옛사랑' 듣고 소름이 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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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백호 "아이유 부른 '옛사랑' 듣고 소름이 돋아.."
  • 조광형 기자
  • 승인 2016.06.22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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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말로·박주원 게스트 19~20일 단독 콘서트
12년만에 새음반…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과 함께

새 앨범 '다시 길 위에서'…월드뮤직 접목

이처럼 극적인 노가객(老歌客)의 귀환이 또 있었을까.

환갑을 훌쩍 넘긴 가수 최백호(63)가  1년만에 발표한 새 앨범 ‘다시 길 위에서’는 시종 놀라움으로 가득 찬 작품이었다.

그는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고 재즈와 월드뮤직의 옷을 입고 나타나, 가요에서 만나기 힘든 수준 높은 사운드를 선보였다.

그의 파격적 음악 변신은 가요계에 큰 화제를 불러 모았으며, 음악팬들은 세대를 떠나 절대적 지지를 보냈다.

언론과 평단에서는 “미치지 않고서는 미칠 수 없는 어떤 경지에 가 닿아있는 작품” “격정적이고 드라마틱한 노래” 등의 절찬을 앞다퉈 쏟아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2012년 올해의 앨범’ 5위에 그의 앨범을 올리며 “새롭게 앨범을 제작할 수많은 거장들에게 어떤 영감을 주게 될 작품”이라고 상찬했다.

오는 19~20일 새 앨범 출시 기념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는 그를 만나 공연과 앨범 얘기를 들었다.

- 12년만에 내놓은 새 앨범이 네이버에서 선정한 ‘2012년 올해의 앨범’ 5위에 올랐다. 소감이 어떤가?

뜻밖이었다. 개인적으로 아주 만족하는 앨범인데, 사람들 평가까지 좋으니까 기분이 너무 좋다.
쟁쟁한 젊은 뮤지션들과 경쟁해서 5위에 올랐으니 스스로 대견하다 생각한다.
소식을 듣고 농담으로 ‘상을 주려면 1등을 주지’라고 했다.

- 오는 19~20일 앨범 출시 기념 콘서트를 한다고 들었다. 어떤 걸 보여줄 것인가?

음악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최백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새 앨범 수록곡과 함께 예전 히트곡들도 새롭게 편곡해서 선보인다.
‘Autumn leaves’ ‘Besame mucho’ 같은 재즈 스탠더드 곡도 몇 곡 부를 예정이다.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 조윤성이 밴드 마스터와 편곡을 맡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라 기대가 크다.
스트링과 브라스팀을 포함해 모두 14명의 연주자들이 무대에 오르는데, 내가 했던 공연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다들 한국에서 손꼽히는 재즈 연주자들이라 가요 공연과는 다른 아주 새롭고 역동적인 사운드를 들려줄 것이다.

- 아이돌 가수 아이유가 게스트로 출연한다고 해서 화제다.

방송 녹화와 잡지 촬영 때 몇 번 만난 적이 있는데, 그 게 인연이 됐다.
아이유는 젊은 가수답지 않게 노래에 깊이가 느껴진다.
언젠가 혼자 기타를 들고 나와 이문세의 ‘옛사랑’을 부르는데, 그걸 듣고 깜짝 놀랐다.
30~40대는 돼야 소화할 수 있는 감성인데, 너무 능청스럽게 잘 하더라고.
내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후배 가수 중 한 명이다.
아이유 아버지의 노래방 애창곡이 ‘낭만에 대하여’라고 하더라.
그래서 아이유도 자신의 공연에서 몇 번 ‘낭만에 대하여’를 불렀다고 들었다.

- 재즈 스타 말로와 박주원도 함께 나온다고 들었다.

두 사람은 나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음악적으로 선생이다.
나는 음악공부를 체계적으로 한 적이 없지만, 두 사람은 제대로 공부했다.
이번 앨범에 곡도 주고 노래와 연주도 도와줬다.
한국에 이런 뮤지션들이 있다는 게 다행이라 생각할 정도로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과 함께 할 무대에 기대가 크다.

- 새 앨범에서 보여준 파격적 음악 변신이 화제다. 대부분 나이든 가수들이 새 앨범을 낼 때 익숙하고 안전한 길로 간다. 불안과 두려움은 없었나?

난 성격상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질 못한다.
항상 새로운 일을 벌이기 좋아한다.
재즈와 월드뮤직 컨셉의 새 앨범 제안을 받았을 때 조금도 주저 않고 오케이 했다.
그 동안 혼자서만 음악 작업하느라 지쳐있었고, 뭔가 변화가 필요할 때 이번 앨범 제안이 들어왔다.
참 운이 좋았다.
처음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지만 지금은 “해냈구나”하는 성취감이 무척 크다.

- 재즈와 라틴, 탱고, 집시 스윙 등 다양한 장르가 시도됐다. 이렇게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나?

사실 아직도 어렵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능력 부족 탓에 앨범에 아쉬운 부분이 많다.
다시 녹음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미 떠난 화살이다.
오래 전부터 재즈는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장르였는데, 어려워 보여 엄두가 안났다.
해보니까 역시 어렵더라. 다음엔 더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예전에는 나만 혼자 부르기만 하면 됐는데, 이젠 악기와의 소통에 더 신경을 쓴다.
나만 보던 음악에서 상대방을 보는 음악으로 시각이 바뀐 셈이다.
재즈가 확실히 가요와 다른 점은 연주인들과 대화를 한다는 거다.

- 앨범의 작사, 작곡을 모두 음악 후배들에게 맡겼다. 그 동안 본인이 만든 곡이 아니면 잘 안불러왔는데, 이번에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내가 만드는 노래에 답답함이 있었다.
늘 하던 대로 하니까 스스로 지루하기도 하고.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는데, 이번에 그런 기회가 온 거다.
그 동안 내가 부르기 편한 쪽으로만 멜로디를 써왔는데, 이번 노래들은 내 방식과 많이 달랐다.
후배들이 나를 염두에 두고 쓴 곡들이지만, 그 곡들의 감수성을 완전히 이해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 이렇게도 멜로디를 쓸 수 있구나’하는 공부를 많이 했다.
음악적으로 좀 넓어졌으니 앞으로 내가 곡을 쓰더라도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 타이틀곡 ‘길 위에서’가 인상적이다. 후배가수 JK김동욱은 이 노래를 듣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마치 본인의 자전적 노래처럼 들리던데.

중년의 남자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내용인데, 무척 쓸쓸한 노래다.
우리 세대를 위한 ‘마이 웨이’ 같은 곡이다.
지인 중 한 명은 이 노래를 듣고 울었다고 하더라.
멜로디도 좋지만 가사가 특히 마음에 든다.
2절 중 ‘푸른 하늘 위로 웃음 날아오르고 / 꽃잎보다 붉던 내 젊은 시간은 지나고’ 라는 대목에선 가슴이 항상 뭉클해진다.

- 타이틀 곡 외에 앨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5번 트랙 ‘목련’이다.
재즈가수 말로씨가 작곡한 탱고곡인데, 피아노와 스트링만으로 된 편곡이 일품이다.
‘사랑, 떨어지려 오르는 운명’ 으로 시작하는 가사도 시적이다.
모 방송국 음악PD가 “한국 가요의 틀을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극찬하더라.
곡이 너무 어려워 중간에 포기할까 하다 오기로 해냈다.
멜로디와 박자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5번 넘게 전면 재녹음했다.
해놓고 나서는 너무 뿌듯했다. 

- 이번 앨범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나이 든 가수도 시시한 음악이 아니라, 이렇게 새롭고 진지한 음악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번 앨범을 젊은 음악 팬들이 좋아한다는 얘길 들었다.
진지한 음악은 세대를 떠나 모두가 공감하는 것 같다.

-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인데, 어떤 가수가 좋은 가수인가?

자기 색깔이 분명한 사람이어야겠지.
색깔이 분명하려면, 세상에 대한 철학과 인생관이 깊어야 할테고.
요즘 젊은 친구들은 그게 좀 부족해 보인다.
다들 실용음악과 나와서 테크닉은 뛰어난데 가슴을 울리는 가수가 없다.
비슷한 선생님들에게 배워서 그런지 개성들이 없다.
노래는 누구에게 배워서 하는 게 아니다. 자기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
살아가는 게 다 다르듯, 노래도 다 달라야 한다. 

- 그렇다면 좋은 노래의 기준은 뭔가?

진심이 담겨있어야지. 그리고 뭔가 절박한 게 있어야지.
생각해봐라. 사회적으로 척박하던 70년대에 김민기, 송창식, 한대수 같은 사람들의 명곡이 쏟아졌다.
환경은 더 좋아졌는데, 지금은 그런 명곡들이 안 나와. 트로트를 ‘뽕짝’이라 경시하는데 그 건 장르 탓이 아니라 부르는 사람들이 잘못한 탓이다.
예전 전통가요 중에선 예술적인 작품이 많다.
백설희선생의 ‘봄날은 간다’는 내가 공연 때마다 항상 부르는 곡이다.

- 최근 지인들에게 ‘나이 드는 게 신난다’라는 문자를 보냈다고 하던데.

진심이다. 세월은 그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몸 속에 차곡차곡 쌓인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요즘엔 예전에 느낄 수 없던 새로운 감수성이 생겨난다.
그래서 나이 들수록 노래도 계속 발전하는 것 같다.

[2013.01.15 09: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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