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탐구] 한 벤처社의 생존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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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 탐구] 한 벤처社의 생존 몸부림
  • 김양균 기자
  • 승인 2016.12.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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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 펀딩 실패 후 에어라이브 합병 생존 모색

벤처기업이 뿌리를 내리고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마다 견해가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벤처기업에서 연매출 500억대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확률은 5%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때 SK그룹의 일원이었다가 떨어져 나와 벤처기업으로 독자생존을 모색해온 싸이월드의 생존 몸부림은 많은 것을 시사해주고 있다.

‘도토리’를 대명사로 하는 싸이월드는 1999년 설립된 이후 인터넷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 흡수된 싸이월드는 파문으로 11년 후인 2014년 4월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분리돼 ‘사원주주 벤처’로 새롭게 출발했다.
이제 싸이월드는 거친 들판에서 새로운 생존 실험을 거치고 있다.  

싸이월드 사무실 모습.

싸이월드는 최근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싸이월드 어게인 8.0’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으며 동영상 플랫폼으로의 변모를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프리챌 창업자인 전제완 에어 대표가 싸이월드를 인수한지 100여일만의 일이다.

이 회사에 대해서는 지난 2월까지만 해도 비관적인 전망이 주를 이뤘다. 특히 크라우드 펀딩 실패를 두고 사실상 폐업수순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싸이월드는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에서 분사한 이래, 제대로 된 서비스를 선보이지 못했다. 뚜렷한 수익구조도 없었다. 싸이북은 ‘추억팔이’로 비화돼 비난의 대상도 됐다. 한 누리꾼은 이 같은 상황을 ‘애증의 싸이’로 표현했다. 

싸이월드는 15명의 직원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수중에는 3200만여 명의 회원들과 140억여 장의 사진, 20억여 편의 글이 전부였다. 벼랑 끝에 섰다. 

극한 생존의 위협에 직면하길 수차례. 고군분투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래도 싸이월드는 살아남았다.  

지금의 방향 전환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싸이월드는 과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 “싸이월드 살릴 돈 내겠다” 

지난 1월 25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싸이월드 사무실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4개월여를 준비한 지분투자형(주식형) 크라우드 펀딩이 막 개시된 순간이었다. 

당시 회사는 자본잠식에 들어간 상태였다. 운영비를 줄여 긴축 재정에 돌입했지만 새 서비스 출시까지 버틸 여력이 없었다. 투자사를 수소문하는 한편, 크라우드 펀딩을 병행한 터였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자금 모집 방식에 따라 크라우드 펀딩을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기부·후원형, 대출형, 증권형(투자형)이 그것이다. 싸이월드는 지분투자형으로 비상장기업이 온라인 소액 중개 플랫폼을 통해 대중에게 투자를 받고 주식을 발행하는 형태를 선택했다. 온라인 소액 공모로도 불린다. 

후원형에 비해 투자금 투입 방식이 까다롭고 올해 첫 시행되는 만큼 중개업체의 이해도가 부족해 직간접적인 도움을 기대할 수 없었다. 

싸이월드를 포함해 5개 중소·벤처기업이 지분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이 뛰어들었다. 중개업체는 와디즈로, 싸이월드건을 맡았던 황인범 마케팀 팀장은 “쉽지 않은 시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황 팀장의 말에 따르면 온라인소액투자는 와디즈도 처음이었고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싸이월드의 펀딩 소식은 화제가 됐다. 투자 희망 의사를 밝히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회사에 전활 걸어 당장 돈을 보내겠다는 전화가 쇄도했다.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투자 가치가 낮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한 투자자는 “투자자들에게 사업 비전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인 2월 26일 목표치 5억 원에 한참 못 미치는 3981만6천원으로 펀딩은 마감됐다. 목표 금액의 80%에 미달, 투자금은 개인투자자에게 전액 환불됐다. 여러 언론이 펀딩 실패 소식을 기사화했다. IT 업계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기사회생을 꾀하던 싸이월드의 날개는 다시금 꺾이는 듯 했다. 

펀딩 전반을 진행했던 황인범 팀장의 설명은 좀 달랐다. 그는 “실패한 펀딩이 아니었다”며 싸이월드를 둘러싼 세간의 시각을 일축했다. 400여명의 개인투자자가 4,000여만 원의 투자금을 내놓은 것은 ‘엄청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 펀딩에 참여한 5개사 중 싸이월드의 투자자 비율은 압도적으로 높았다. 투자자 중 상당수는 현재 싸이월드를 사용하지 않는 이들이며, 이는 다분히 ‘후원’의 성격으로 풀이된다. 

싸이월드는 서비스 이상이었다. 이용자를 투자자로 삼고 싶어 했다. 투자금보다 신뢰 회복을 우선한 것 같아 보였다.   

▶ “싸이월드는 변하지 않고 살아남을 것”

싸이월드는 200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끈 토종 SNS다. 1999년 서비스를 선보인 이래 급성장을 거듭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된 이후에도 싸이월드는 승승장구했다. 한 때 전담인력만 300여명에 달했다. 

인터넷 업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이장우 전자부품연구원 이사장은 “싸이월드의 개인자원관리(PRP: Personal Resource Planning)가 이후 등장한 SNS 서비스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무리한 유료화 정책과 모바일 환경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면서 이용자의 이탈이 이어졌다. 여기에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외산 SNS의 등장으로 싸이월드의 입지는 점차 좁아졌다. 

싸이월드의 쇄락에 쐐기를 박은 것은 지난 2011년에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다. 네이트가 해킹돼 싸이월드 이용자들을 포함해 3500여만 명의 회원정보가 유출됐다. 

이후 행보는 다수의 언론보도로 익히 알려져 있다. SK컴즈로부터 분사된 후 29명이 잔류를 희망했다. 회사는 종업원인수방식(EBO)으로 직원들과 지분을 나눴다. 김동운 전 대표를 수장으로 ‘벤처 싸이월드’는 싸이월드를 책으로 만드는 사업 등을 시도했지만, 뚜렷한 수익 모델을 만들지 못했다.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사세가 기울면서 직원들도 여럿 떠났다. 

우여곡절 끝에 에이라이브와의 합병 이후 안드로이드용 통합서비스가 지난달 5일 첫 선을 보였다. iOS 및 PC 버전도 내년께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노승인 싸이월드 이사는 “싸이월드는 예전 그대로이며 달라진 것은 없다”고 못 박았다. 노 이사는 싸이월드와 회원들의 관계를 ‘헤어진 연인’에 빗댔다. 

다음은 노승인 이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애증의 싸이월드’라는 말을 들어봤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외산 SNS로 떠난 싸이월드 회원들이 적지 않다. 바뀐 싸이월드에 두 번 실망하면 안 된다. 돌아온 이용자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야 한다. 안정화 및 버그 제거 작업에 집중하는 이유다. 싸이월드로의 회귀는 돌아올 가치가 있는가에 달렸다. 이별한 연인이 재회했다고 치자. 적어도 예전의 감정만큼은 생겨야 관계 회복이 가능하지 않을까. 

- 싸이월드는 정체돼 보인다. 

▷싸이월드가 디자인 변화 등에만 치중했다면 추억 저장 공간으로 전락했을 것이다. 과거의 데이터가 보관돼 있는 상태에서 영상 등 새 기능이 추가됐다.

- 싸이월드와 동영상. 생경하다.  

▷기존 영상 서비스와 다르다. 일촌과 일상을 나누자는 것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서 일상의 소소한 모습을 나누기 어렵다. 반면 싸이월드는 폐쇄형 SNS다. 일촌들과 일상을 나누는 커뮤니티로써의 기본 기능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그 수단으로써 영상 기능을 적용한 것이다. 가령 결혼식과 백일잔치 풍경을 가까운 일촌들과 소통할 때 영상 기능을 활용하면 어떨까. 

- 페이스북에도 일촌과 유사한 ‘친구’ 기능이 있다. 

▷싸이월드의 폐쇄성은 확장성을 가로막는다고 지적받기도 했다.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폐쇄형 SNS의 장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겠다. 개방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언젠가 확산과 공유를 통한 확장성을 확보할 것이다. 내년 상반기에 해외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외국어 기능도 늘리기로 했다. 

- 유튜브, 페리스코프, 페이스북 동영상 등은 이미 영상 서비스를 선보였다. 후발주자인데. 

▷에어라이브는 지난 2011년 12월 실시간 영상 기능을 갖췄다. 안정성과 속도에 대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싸이월드는 영상 후발주자지만, SNS보다 기술적 우위를 갖췄다.  

- 회원들이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나.  
▷어려워졌다고 한다. 초창기 싸이월드의 모습으로 되돌려달란 요구도 있다. 익숙하지 않아서다. 회원들 신규 서비스를 받아들이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새로운 서비스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 회원들도 점차 적응할 것으로 기대한다. 

- 변화가 극단적이다. 점진적인 서비스 개편을 통해 이용자의 이해를 구할 수도 있었다. 

▷사실 싸이월드 전반의 변화는 없었지만 일부 기능이 축소됐다. 이용자들은 여기에 반발한 것이다. SK컴즈 분사 후 시행착오가 적지 않았다. 인력난에 시달렸다. 작년 말에는 절반 이상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자금도 부족했다. 

- 싸이월드의 방대한 데이터가 변화의 장애물일 수 있지 않나.
▷하루 평균 10만여 명, 한 달 170만 명의 회원이 싸이월드를 이용한다. 이들은 왜 싸이월드를 찾을까. 추억의 되새김 때문이다. 서비스 이용자의 역사를 보유했다는 것은 강점이다.  

싸이월드는 ‘전 세계를 일촌으로 묶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 현재 싸이월드는 40여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자금 부족은 여전하다. 과거의 데이터를 영상으로 묶을 준비는 이제 막 마쳤다. 

사원 벤처로 다시 뛰기 시작한 싸이월드. 페이스북을 뛰어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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