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의 창> 신용카드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자영업자
상태바
<여론의 창> 신용카드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자영업자
  • 엄태기 유권자시민행동 실장
  • 승인 2016.06.20 17: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용카드는 소비자들에게 편리성과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준다. 당장 현금이 지출되지 않으니 지갑에 현금을 불룩하게 채우고 다닐 필요가 없고, 쓰면 쓸수록 소득공제에다 포인트 적립에 할인까지 해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국가경영에 필수인 세수를 더 많이 확보해야 하는 정부로서도 신용카드로 결제되는 모든 거래가 자동으로 포착되니 탈세에 대한 걱정도 줄었을 것이고 무엇보다 국가재정에 보탬이 되니 다행스럽다.

짧은 기간의 신용공여를 하면서도 시중은행 대출 금리의 최고 4배 이상에 달하는 카드수수료를 챙기는 카드사들은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정부가 나서서 소득공제 프로그램으로 마케팅까지 지원하고, 카드거래를 거부하면 처벌하는 법까지 만들어 후원하니 세상에 이런 장사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이렇게 보니 신용카드는 모두에게 만족을 주는 매력적인 시스템으로 보인다.

1999년부터 시행되어온 ‘신용카드 활성화 정책’은 세수확대에 목말라 있던 정부와 카드시장 확대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자 했던 외국계 자본(당시 시중은행 대주주)의 합작품이었다.

당시 카드사들은 신용카드의 본래 목적인 소비자 신용공여가 아닌 현금서비스에 치중하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카드를 남발하여 불과 3년여 만인 2003년에 5백만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카드대란의 메카니즘을 완성하여 한국을 중산층이 없는 빈곤층과 부유층의 두 부류로 단순화하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웠다.

현재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는 600만 명이 넘는다. 전체 취업자 수 비율은 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하며, 적정 수준 보다 200만 명이나 많다는 진단이다. 이는 IMF와 카드대란을 거치는 동안 줄어든 일자리 때문에 자영업자 수가 그만큼 늘어난 까닭이다.

그렇게 포화상태의 자영업 시장에 대기업까지 진출을 하니 그 상황까지 거론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게다가 규모의 경제를 내세운 대기업들이 카드사를 압박하여 카드수수료마저 저렴하게 우대받고 있으니 자영업자들의 경쟁력은 그만큼 더 떨어져 이제는 디디고 설 자리조차 없는 실정이다.

한 해 동안 문을 닫는 자영업소가 5만개에 이르고 있다. 유통재벌이 들어선 주변 상권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대형마트가 늘어갈수록 사회 양극화 현상도 무시할 수 없다. 바로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가 그 자리를 채워가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이 카드수수료를 내려야 한다고 아우성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맥락에서 찾아야 한다. 시장논리를 무시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시장논리만을 앞세워 무한경쟁을 부추기면 살아남을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카드수수료 인하 문제는 자영업자들의 한 단면일 뿐이다.

카드거래를 강제하면서 가맹점에게 카드수수료를 모두 부담시키고 있는 정부는 정작 국세를 신용카드로 받을 때 수익자 비용부담 원칙과 현금납부와의 형평성을 감안하면 카드수수료는 수익자인 납세자가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이야기 한다. 언제나 ‘갑’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들린다.

모두가 ‘갑’의 위치에서 신용카드 잔치를 벌이는데 초대받지 못한 영원한 ‘을’ 자영업자는 오늘도 간판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현실을 당사자만 갑갑해 하고 있을 뿐이다. 

[2012.04.10 14:01:08]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