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7년 전 '분노의 양치질'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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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 7년 전 '분노의 양치질' 기억하시나요?
  • 조광형 기자
  • 승인 2016.06.2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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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꽃미남'에서 '우스운 남자'로 파격 변신
'웃음'과 '감동' 절묘한 균형‥반전 매력 선봬
▲ 일일시트콤 '선녀가 필요해' 스틸 컷.

"차인표가 이렇게 웃기는 남자였던가?"

거대한 D컵(?) 가슴을 흔들며 '남행열차'를 부르는 이 남자. 그는 더 이상 백화점 재벌 2세 '강풍호'도, 야망 넘치는 정치인 '강태산'도 아니었다.

1994년 MBC 미니시리즈 '사랑을 그대 품안에'에서 색소폰을 불어 제끼며 '원조 꽃미남'으로 칭송받던 그가 완전히 망가진 캐릭터로 돌아왔다.

차인표는 일일시트콤 '선녀가 필요해'에서 진지하면서도 어딘가 모자라는 엔터테인먼트 사장 '차세주' 역을 맡아 생애 첫 코믹 연기에 도전했다.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미스캐스팅'이란 일각의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차인표는 불과 며칠새 안방극장에서 '가장 웃기는 남자'로 변신했다.

실제로 관련 기사나 인터넷 게시판에는 "이런 시트콤은 난생 처음‥", "웃다보니 침까지 흘리고 있었다", "차인표씨, 그동안 어떻게 참았어요?", "이젠 차인표 얼굴만 봐도 웃음이 터진다" 같은 댓글이 수두룩하다.

▲ 일일시트콤 '선녀가 필요해' 스틸 컷.

촌티패션 작렬‥진짜 차인표 맞아?
19년 동안 안 망가지고 버텼는데‥

극 중 차세주는 평소 고품격 매너를 선보이는 인물이지만 예상치 못한 시점에 깜짝 놀랄만한 '반전 매력'을 공개, 참을 수 없는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연기자가 되겠다며 천방지축 날뛰는 아들을 바라보며 25년 전 과거로 돌아간 차세주는 장발 머리에 독수리 와펜을 단 청재킷, 그리고 몸에 딱 붙는 '쫄쫄이' 옷 등, 사상 유례가 없는 촌티 패션을 선보인다.

그 뿐인가. 자신에게 발연기 유전자를 물려 받은 아들이 배우를 꿈꾸는 모습에 "연기만은 절대 안돼"라고 외치며 거칠게 훌라후프를 돌리는 등, 차세주의 엉뚱한 면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실 차세주의 진지하면서도 코믹한 캐릭터는 과거 차인표가 드라마에서 선보였던 '분노 시리즈'와 맥을 같이 한다.

2005년 방영됐던 SBS 드라마 '홍콩익스프레스'에서 차인표는 '분노의 양치질', '분노의 댄스', '분노의 푸시업', '분노의 질주', '분노의 전화' 등 다양한 분노 장면을 연출하며 많은 화제를 낳았었다.

당시 차인표의 연기는 지극히 정상적(?)이었으나 차인표의 분노 연기에 심취한 한 네티즌이 차인표의 과격한 행동만을 따로 모아 '차인표 분노 5종 세트'를 만들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 것.

7년 전 '분노의 양치질' 인기, "저 원래 웃겨요"
"여러분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망가질 수 있어‥"

차인표가 시트콤에 캐스팅 된 것도 어찌보면 진지함 속에 묻어나는 웃음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실감케 해 준 인물이 바로 차인표 자신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차인표는 '선녀가 필요해' 제작발표회에서 자신이 '차세주' 역을 맡게 된 이유에 대해 "시청자들이 19년 동안 안 망가지고 버틴 차인표가 망가지질 바라는 것 같다. 그래서 대중이 원하는대로 망가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차인표는 처음 제작사 측에서 출연 제의를 해왔을 때 곧바로 다른 방송사에서 또 다른 시트콤을 하자는 제안이 들어와 "이제는 시트콤을 해야할 때"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연기자로서의 '직감'과, 주위의 권유를 받아들여 생애 최대의 모험을 감행한 차인표는 결과적으로 최고의 선택을 한 셈이 됐다.

중년의 나이에 코믹배우로 변신,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차인표의 모습은 얼핏 박영규와 노주현을 연상케 한다.

중후한 신사 역할을 주로 해왔던 이들이 '무능하고' '약삭빠른' 캐릭터를 소화하자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이는 곧 안방극장에 시트콤 열풍을 일으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차인표와 이들의 행보가 반드시 일치하는 것만은 아니다.

박영규와 노주현은 '순풍산부인과' '똑바로 살아라' 등 비슷한 포맷의 시트콤에 연달아 출연하며 스스로 연기의 폭을 좁히는 우를 범했다.

'웃기는 배우'란 인상이 너무 강한 나머지 이들은 코믹 연기를 중단한 이후에도 한동안 다른 장르에선 섭외가 안 될 정도로 큰 연기 부침을 겪었다.

연기보다 사회 활동, 기부에 더 관심?
'신나게 웃기다가 실컷 울리는' 묘한 매력

반면 차인표는 '진지함'과 '코믹함'을 넘나들면서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절묘한 균형 감각을 선보이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위트 있는 입담을 과시하다가도 어느샌가 탈북자 이야기로 돌아서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등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전해주고 있는 것.

사실 차인표는 연기를 대하는 자세부터가 남다르다. 그는 마치 사회활동이나 기부를 위해 연기를 '차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실제로 그는 연기를 통해 얻은 부와 인지도를 십분 활용, '탈북자 돕기 운동'이나 '컴패션' 아동 후원에 전력을 쏟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쩌면 코믹 연기를 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 역시 또 다른 자선 활동을 위한 방편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대중이 원한다면 얼마든지 망가질 수 있다'는 그의 각오는 누군가를 더 많이 돕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처럼 들린다.

코믹배우로 변신한 차인표가 결코 가볍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같은 진정성에 기인한다.

그의 웃음이, 그가 흘린 눈물이 가식이 아님을 알기에, 부디 어떤 모습이든 오랫동안 사랑 받는 배우로 남길 기대해 본다.

취재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차인표 프로필]

▲출생 : 1967년 10월 14일(서울특별시)
▲신체치수 : 180cm, 82kg
▲가족관계 : 아버지 차수웅, 배우자 신애라, 아들 차정민, 딸 차예은·차예진, 형 차인혁
▲학력 : 美 뉴저지주립대학교 경제학 학사
▲데뷔 : 1993년 MBC 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
▲출연작 : 드라마 <계백> <대물> <하얀 거탑> <홍콩 익스프레스> <영웅시대> <완전한 사랑> <왕초> <별은 내 가슴에> <사랑을 그대 품안에>, 영화 <크로싱> <한반도> <목포는 항구다> <보리울의 여름> <아이언 팜> <짱> <알바트로스>
▲수상 : 2010 한국사회공헌대상 보건복지부 장관상, 2010년 SBS 연기대상 프로듀서상(대물), 2008년 제16회 이천춘사대상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크로싱), 2006년 대통령 표창(아동 보호 및 권리 증진 기여), 2006년 제1회 모델상 시상식 한류스타상, 2005년 환경재단 선정 '2005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 2003년 SBS 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 10대 스타상(완전한 사랑), 2001년 MBC 연기대상 대상(그 여자네 집), 2000년 제36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왕초), 1998년 제34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인기상(그대 그리고 나), 1994년 MBC 연기대상 신인상(사랑을 그대 품안에) 

"한국컴패션 홈페이지가 안 열려요"

지난 19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 차인표 편 2탄>이 방송된 후 차인표가 돕고 있는 '한국컴패션' 홈페이지는 난리가 났다.

방송을 통해 차인표의 진정성 깊은 이야기에 감동을 받은 시청자들이 대거 홈페이지에 몰려, 사이트가 다운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

한국컴패션 측은 "방송 이후 컴패션과의 결연을 신청한 가입자가 수천명이나 늘었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실제로 차인표가 <힐링캠프>에 첫 출연한 12일부터 약 일주일 동안 컴패션과 새로 약정한 결연자는 6,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해 평균 결연 신청자가 1만 명 정도에 그치는 수준과 비교하면 경이적인 수치라는 게 컴패션 관계자의 전언이다.

방송도 '대박'을 쳤다. 19일 방송된 <힐링캠프 - 차인표 2탄>은 지난 12일 기록했던 9.8%보다 0.6% 포인트 상승한 시청률 10.4%(AGB닐슨, 전국기준)를 기록, '월요 예능 1위'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뤘다.

방송 관계자들은 이같은 '차인표 효과'에 대해 말 뿐이 아닌, 행동으로 직접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를 실천하는 그의 '진정성'이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탓으로 분석하고 있다.

93년 MBC 공채탤런트 22기로 데뷔한 차인표는 늦은 나이에 자진 입대를 하고 두 딸 아이를 입양하는 등 십수년간 언제나 모범적인 면모를 보여왔다.

2002년 아동학대예방 홍보대사로 위촉된 이후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공익광고, 교육 비디오에 무료로 출연하고 결식아동과 북한아동을 위한 기금을 내는 등 차인표의 기부·봉사 활동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이뤄졌다.

2006년부터 컴패션과 인연을 맺은 뒤로 후원자 확대를 위해 '컴패션밴드'까지 결성한 차인표는 2010년 각종 선행으로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는 점을 인정 받아 아내 신애라와 함께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까지 받기도 했다.

현재에도 50여명의 어린이들에게 매달 후원급을 지급하며 적극적인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그는 최근 탈북자들에게도 시선을 돌려 '크라이 위드 어스(Cry with us)' 콘서트를 주최하는 등 끊임 없는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 비하 기분 나빠‥007 출연 제의 거절"

차인표가 "북한을 비하하는 내용이 담겼다"며 11년 전 할리우드 영화 '007 어나더데이' 출연

제의를 거절한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당시 차인표는 "북한군 장교 문대좌 역을 제안 받았는데 시나리오에 북한을 심하게 왜곡하고 현실과 맞지 않는 내용들이 있어 도저히 출연할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문대좌 역에는 차인표 대신 윌윤 리가 캐스팅됐다.

이때부터 '개념 배우'로 불리기 시작한 차인표는 7년 뒤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크로싱'이란 영화에 출연하면서 또 한번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할리우드 '대작'을 내차고(?) 남들이 다 외면하는 저예산 영화에 출연한 그는 "굶어 죽어가는 북한 어린이들의 사진을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고민하다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크로싱' 제작발표회에서 "불쌍하다고 느끼는 것은 내 마음이고 영화에 참여한 것이 실천"이라는 '명언'을 남긴 차인표는 이 영화를 계기로 '탈북자 인권 개선'을 위해 가장 앞장서는 연예인이 됐다.

차인표는 촬영 중 중국 북부와 몽골의 고비사막을 횡단하며 탈북자들이 목숨을 걸고 이 루트를 지나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탈북자들의 강제 북송 만큼은 막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고.

지난달 중국 공안에 붙잡힌 31명의 탈북자들이 강제 송환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듣고 동료 연예인을 이끌고 옥인교회(중국대사관 맞은 편) 앞에 나선 이도 바로 차인표다.

차인표는 "탈북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약한 자들이므로 스스로 목소리를 낼 힘 조차 없다"면서 "동시대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친구의 이름으로, 부디 탈북자들이 여타 세계 시민들과 함께 살 수 있도록 이들의 생존을 보호해 달라"고 하소연했다.

차인표 등 유명 탤런트들의 가세로 세간의 주목을 끈 '탈북자 북송 문제'는 덕분에 특정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대두됐다.

특히 이들의 절박한 호소 때문인지, 꿈쩍도 않던 국회가 중국 정부에 탈북자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채택하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12.03.23 10: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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