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밴드 '더 게이트'…"아이돌은 밴드하면 안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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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밴드 '더 게이트'…"아이돌은 밴드하면 안되나요?"
  • 조광형 기자
  • 승인 2016.06.2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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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파 혼성 5인조 밴드 탄생‥가요계 주목
선플달기국민운동본부 홍보대사 발탁
▲ 그룹 '더 게이트'의 멤버들. 왼쪽부터 김세영(기타), 이진명(건반), 정선아(보컬), 엄태환(베이스), 박우빈(드럼). ⓒ시장경제신문

"관객들이 몇 십만 명 정도 모인 것 같아요. 제 앞에 멤버들이 있는데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아요. 수많은 관중 앞에서 저희가 연주하는 광경이란‥. 숨이 벅차오르는 감동의 물결이 정말 뼈 속까지 느껴졌어요."

'더 게이트(The Gate)'의 드러머 박우빈은 "몇 년 전 꾼 꿈이 아직도 머리 속에 생생히 남아 있다"며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몇 십만 명이 운집한 대형 콘서트를 꿈꾸는 이 청년은 아직 21살에 불과한 신인 연주자다.

자신이 무심코 꾼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음악을 하고 있다는 다소 엉뚱한 마인드의 소유자. 그러나 이 어린 연주자의 '스승'이 록그룹 '비갠후'의 나성호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국내 최고 수준의 드럼주자인 그가 기대를 걸고 있는 기대주라면 이같은 상상이 허튼 '망상'에 그칠 것 같지는 않다.

"나성호 선생님께 드럼을 배웠는데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선생님의 공연을 직접 보고 '이게 바로 내 길이다'란 생각이 들었죠. 멋지잖아요? 전 선생님께 좀 더 배우고 싶어 대학까지 선생님을 쫓아갔어요."

실제로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박우빈은 나성호가 강사를 맡게 된 전남도립대학에 원서를 내고 실용음악과에 입학하는 열성을 보였다. 박우빈과 나성호의 만남은 사제지간의 인연을 넘어 '밴드 결성'이라는 또 다른 결과물을 낳았다.

◆록그룹 '비갠후'의 나성호가 손수 발탁 키워 = '더 게이트'라는 혼성 5인조 밴드는 이렇게 나성호가 직접 발탁한 제자들로 이뤄졌다. 자신을 따라 학교에 입학한 박우빈을 포함, 중간 실기평가 때 걸출한 가창력을 선보인 보컬 정선아, 천재적인 작곡 실력을 지닌 건반의 이진명까지 평소 눈여겨 본 제자들을 중심으로 나성호는 국내 유례가 없는 혼성 아이돌 밴드를 만들어냈다.

지난해 2월과 4월 뒤늦게 합류한 엄태환(베이스)과 김세영(기타)은 아직 입시를 목전에 둔 고등학생들이다. 그러나 나이에 비해 이들이 펼쳐내는 연주력은 가히 놀랄만한 수준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지인들로부터 소개를 받아 이들을 직접 본 나성호도 단박에 오케이 사인을 내렸을 정도.

그러나 베이스를 치는 엄태환은 "자신은 순대국집에 갔다가 우연히 발탁된 케이스"라며 애써(?)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사실 우빈이형(드럼)의 동생과 제가 친구예요. 중 3때 그 친구가 스쿨 밴드를 같이 하자고 해서 베이스를 쳤었구요. 어느 날 우빈이형이 나성호 선생님을 뵈러 가자고 말해 같이 일산 학원에 놀러 갔었는데, 그때 나 선생님께서 순대국을 사주시면서 다짜고짜 '더 게이트' 팀 소개를 하시는 거예요. 그리고는 '네가 꼭 와야한다'고 말씀하셔서‥그날 부로 합류하게 됐죠."

옆에 있던 박우빈이 한 마디 거든다. "제 동생과 친구라서 잘 아는데, 정말 믿음직스럽더라구요. 실력도 뛰어나구요. 그래서 제가 추천했죠."

박우빈은 "솔직히 제가 데려왔지만 저 때문에 함께 리듬 파트를 맡고 있는 태환이가 제일 힘들 것"이라면서 "처음으로 고백하는 건데 원래부터 전 심각한 박치였다"고 엄태환을 미안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원래 음악에는 소질이 없었어요. 어릴 때 받은 성적표에 '양'과 '가'가 수두룩했죠. 그런데 중학교 때 집안 사정으로 목사인 외삼촌 댁에 살면서 외삼촌을 돕고자 스틱을 잡게 된 거죠. 뭣 모르고 시작한 탓에 처음엔 정말 힘들었어요. 감정 조절이 잘 안돼 템포도 엉망이었구요. 지금도 그때 버릇이 남아있는지 연주할 때 간혹 실수를 하기도 해요."

박우빈은 "보컬 정선아를 만나게 된 건 전남도립대학을 다닐 때부였다"며 "입학식 날 성의 없는 복장으로 나타나 선아에게 미운 털이 박혔었다"고 밝혔다.

"얘가 장학생으로 들어왔어요. 놀랍죠? 어쨌든 상장을 받으러 앞에 나온 우빈이의 모습을 보고 다들 경악했죠. 정장 차림은 커녕, 다 늘어난 츄리닝 바지에 누리끼리한 패딩 점퍼를 입고 단상에 오른 거예요."

정선아는 "처음엔 박우빈에 대해 안 좋은 선입견을 가졌었지만 지역 행사 공연을 많이 하면서 급속도로 친해졌다"고 말했다.

"지금은 제일 친한 친구이자, 가장 의지가 되는 팀 동료예요. 우빈이가 듣건 말건 제가 고민거리가 생길때면 항상 우빈이에게 다 털어놓은 편이에요."

정선아는 소속사 대표하고도 인연이 깊다. 현 플레이그라운드의 이종열 대표가 전남도립대학에서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가창테스트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튀는 옷차림에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인 정선아가 유독 눈에 들어왔었다는 것. 나중에 나성호가 신인 밴드 구성을 제안했을 때 첫 손에 꼽았던 멤버 역시 정선아였다.

◆"평균 나이 20세‥나이는 어려도 실력은 최고" = 팀의 막내이자 기타를 맡고 있는 김세영은 고 1때 손가락이 부러져 수술을 2번씩이나 한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고등학교에 올라와 취미로 치던 기타를 전업으로 삼으려는 찰나 낙상 사고로 손가락이 부러졌어요. 처음엔 많이 울었어요. 예전에 하던 주법이 전혀 안되니 너무 답답하더라구요. 그래서 차근차근 기초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지금은 거의 나아 예전의 감각을 90% 이상은 되찾은 것 같아요."

고등학교 선배를 통해 '더 게이트'에 합류한 김세영은 베이스의 엄태환과 마찬가지로 대학 입시를 준비 중이다.

입시 준비와 '더 게이트' 활동을 병행하느라 눈코 뜰새 없지만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혀 힘들지가 않다고.

'더 게이트'의 작·편곡을 전담하는 이진명은 '결벽증'에 가까울 정도로 깔끔한 성격의 소유자.

자신의 집에 머리카락 하나라도 떨어지는 걸 싫어해 털털한 성격의 멤버들과 크고 작은 마찰(?)을 빚어왔다고.

"무한도전에서 노홍철씨가 냉장고 안에 있는 요구르트까지 줄을 맞추잖아요? 진명이도 거의 비슷해요. 심지어 핸드폰 놓는 자리와 책을 놓는 자리가 따로 정해져 있을 정도죠. 저희 연습실 바로 옆에 진명이가 집을 얻어서 살고 있거든요. 그래서 연습실에서 며칠 지내다 '너희 집에서 잠깐만 씻을게'라고 말하면 대답이 영 시원치 않아요(웃음)."

 

박우빈은 "연습실에서 며칠 생활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좀 더러워질 수밖에 없는데 진명이는

▲ 재미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정선아(보컬)와 박우빈(드럼). ⓒ시장경제신문

좀 민감한 것 같다"며 샤워 한번에도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 영 불편하다는 눈치다.

이에 이진명은 "(자신은)스스로에게 좀 냉정해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어떤 상황에 돌발변수가 생기면 원래 계획했던 일이 흐트러지거나 패턴이 바뀌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래도 요즘은 멤버 전체는 안되지만 2명씩 샤워하는건 허락하고 있다"며 "팀원들 때문에 자신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득 개인 기량을 떠나, 합주 실력이나 멤버들간 호흡이 어느 정도인지가 궁금해졌다.

이에 정선아는 "성격 면에선 간혹 소소하게(?) 부딪히는 일들이 있지만, 다들 음악을 10년 이상 따로 했던 사람들이라 실력면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수개월간 연습을 해 오면서 지금은 눈빛만 봐도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정도"라고 답했다.

"저희가 다들 큰 공연을 해 본적이 없는 상태에서 그룹 결성 후 첫 공연을 갖게 됐어요. 강원도 영월에서 열린 한 지역 행사였는데, 이날 오실 분들이 어떤 노래를 좋아하시는지도 전혀 파악하지 않고 찾아갔죠. 현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졌어요. 관객분들의 성향과 저희가 준비한 레퍼토리가 맞지 않는다는 걸 그제서야 깨달은 거죠. 그래서 부랴부랴 차 안에서 멤버들끼리 입으로 새로운 노래를 맞춰봤어요. 악기를 연주해 볼 틈도 없었으니까요. 머리 속으로 코드를 짜고 편곡을 했어요. 그런데 감사한 건 그렇게 급조해서 부른 노래를 너무들 좋아하셨다는 거예요. 이날 이후로 처음으로 팬도 생겼구요. 제 스스로 '마침내 가수가 됐다'는 실감을 한 첫 순간이었어요. 그때 불러 드린 노래가 바로 남진 선배님의 '님과 함께'예요."

당시 경험을 발판으로 지금은 때와 장소에 맞춰 레퍼토리를 맞추는 요령도 터득했고 팬들로부터 따로 신청을 받는 애창곡까지 생겼다고.

"현재 저희 팬카페에는 380명 정도의 회원분들이 계신데요. 한번 공연할 때마다 20명씩 팬카페에 가입을 하시는 것 같아요. 저희가 자부심을 느끼는 건, 학생이든 어르신들이든 세대와 성별을 초월해 들어오신다는 점이에요. 경인운하 개통 축하행사 공연 직후엔 애를 키우시는 한 어머님께서 직접 후기를 남겨 주셔서 큰 감동을 받았던 적도 있어요."

◆연말 앨범 발매 '더 게이트' 본격 시동 = 지난해 5월 결성, 수개월 간의 연습과 공연을 거치면서 팀 워크를 다져온 '더 게이트'는 지난 연말 100% 자작곡으로 이뤄진 데뷔 EP앨범 '여자니깐'을 발매하고 본격적인 이름 알리기에 나선 상태.

나성호 외에도 기타리스트 유병열과 가수 서문탁이 공을 들인 이번 앨범은 리드미컬한 록사운드의 곡들과 발라드넘버 1곡을 포함한 총 5곡으로 구성돼 있다. 타이틀곡은 'Enjoy Me'.

'더 게이트'는 최근 선플달기국민운동본부(이사장 민병철)의 홍보대사로 위촉돼 지속적인 '선플콘서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보컬 정선아를 제외한 멤버 전원이 전문 강사로 활동할 정도로 탁월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더 게이트'는 2월부터 지방 공연 및 방송 활동을 더욱 활발히 진행할 예정이다.

'더 게이트'라는 이름처럼 밴드 음악과 대중을 하나로 이어주는 '소통의 창'이 되고 싶다는 당찬 5인의 향후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

[2012.01.30 15:5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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