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공들여 지중해의 식탁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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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공들여 지중해의 식탁이 되다
  • 이오봉 기자
  • 승인 2016.07.2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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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보케리아시장
▲ 관광객들을 위해 각종 과일가게에서는 바로 먹을 수 있게 차려 놓고 판다.ⓒ 이오봉기자

지중해의 빛깔과 냄새와 맛을 한꺼번에 보고 느끼게 하는 스페인 제2의 도시 바르셀로나.

독자적인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이곳 카탈루냐 사람들의 미각을 알고 싶다면 구시가지에 있는 전통시장 보케리아(La Boqueria)를 가보라. 그곳에는 카탈루냐 지방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있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진열대 위에 놓인 식료품들을 보면 동서양이 한데 어우러진 냄새를 맡을 수 있고  먹어보지 않아도 그 맛을 알 수가 있다.

콜럼버스가 미 대륙을 발견하려고 배를 타고 떠난 곳이기도 한 바르셀로나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계기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산 호셉(St. Joseph)시장이라고도 부르는 보케리아시장은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전통시장이다.

시장의 기원은 무려 80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세 도시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지금의 람블라스 거리에는 당시 과일과 채소를 파는 노점들이 줄지어 있었다고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이 점점 커지자 성문 밖까지 이런  노점상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18세기 들어 근처에 있던 산 호셉시장과 한데 합치면서 생선가게, 고깃간, 닭 등 가금류를 파는 가게가 들어섰다. 이로써 보케리아시장이 닻을 올리게 됐다. 1826년부터 카탈루냐 주 정부는 보케리아시장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1835년 산 호셉 수도원을 헐고 그 자리에 대규모 공원과 광장을 꾸미면서 람블라스 중앙에 현재와 비슷한 천막시장을 세웠다.

▲ 보케리아시장 입구는 언제나 북적거린다. 이곳을 찾아 갈 때 안내인들이 사전에 꼭 들려주는 말 '소매치기 조심' ⓒ 이오봉기자

그 후 1840년 성 호셉의 날에 보케리아시장이 정식으로 기공식을 갖고 건축되었다. 주변에 흩어져 있던 생선시장과 과일 상인들이 시장 안에 자리를 잡았다. 꽃집들도 들어섰다.

1869년부터 시장 주변에 있던 수도원들을 허물고 계속해서 시장을 증축해 나갔다. 1871년 크리스마스 때는 시장 안에 가스 등이 설치됐다. 1911년 시장 안에 생선가게가 들어오고 1914년에 시장에 양철지붕이 씌우는 등 현대식 시장으로 꾸몄다. 위생적일뿐더러 보기가 더 좋아졌다. 그 후 여러 해를 거치면서 바르셀로나 시장 중에서 가장 멋진 오늘 날의 시장으로 우뚝섰다.

보케리아시장은 위치도 좋고 식료품을 팔고 사는데 편리하게 진열대를 배치했다. 현재 상인들을 대부분은 3-4세대씩 대를 이어 이곳에서 장사를 해오고 있다. 그들은 과거에 그랬듯이 오늘도 보케리아시장의 발전을 위해 다 같이 온 힘을 쏟고 있다.

보케리아시장에는 언제나 먹을거리들이 넘쳐 나고 있다.

신선한 바다생선, 절인생선, 각종 통조림, 고기와 내장, 사냥한 새들과  알, 각종  향료, 가공식품, 각종 빵들, 냉동식품, 와인, 집에서 만든 그리스나 이태리식 파스타, 그 외의 식당용 식재들, 이와 같은 다양한 식품들이 보케리아시장을 언제나 살아 움직이게 한다.

현재 478개의 점포들이 들어서 있다. 취급하는 식품별로 구역을  정해 진열대를 배치했다. 뒤편에 줄지어 있는 전문 식당에서 보케리아시장에서 파는 식재로 만든 이고장의 전통요리도 맛 볼 수 있다. 

보케리아시장에는 점포 상인들로 구성된 보케리아상인연합회(La Boqueria Traders Association)가 있다. 최소한 일 년에 한번 정도 열리는 상인의회의 결정에 따라 운영된다.  상인들과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하기위해서  그 밑에 집행위원회를 두고 있다. 4년 임기의 집행위원들은  시장의 살림살이를 도맡아 하고 있다. 상인연합회의 집행위원회는 전문가들로 구성하여 시장 운영과 시장 홍보 업무  등을  전담하게 한다. 여러나라의 시장 관계자들이 역사 깊은 보케리아시장의 운영 체계를 모델로 삼으려고 많이 찾아오기도 한다.

▲ 110년 전 보케리아 시장 모습 ⓒ

보케리아상인연합회에서는 2003년에 보케리아요리학원(Boqueria Food School)을 개설했다. 이 요리학원은 신선한 식재를 공급하는 보케리아시장을 알리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수강생들에게 스페인 전통요리에 대한 폭 넓은 인식을 갖게 한다.

매일 어린이나 성인들에게 요리법을 가르치고 요리 전문인들이나 요리점 운영자들에게 유익한 요리법과 정보를 알려주고 있다. 이들은 이론과 실제를 통해서 다양한 요리 만들기를 이름 난 세프나 소몰리에로 부터 배운다.

21세기에 들어서  세계시장총회(The world Market Congress)에서 수여하는 최고상을 받는 등 많은 상을 받으면서 보케리아시장은 국제적인 명성을 더 많이 얻기 시작했다.
보케리아시장은 개인에게나 전문 요리인들에게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필요로 하는 식재를 공급하고 있다.

보케리아시장은 지중해 연안의 여러 나라의 시장들 가운데 가장 우수한 식재를 공급하는 유럽시장연합회(Emporion)회원이다.

보케리아시장은 식품 생산자들과 판매자들이 한데 어울리는 미식가들을 위한 성전이다. 
이곳에 파는 생선들은 오후 7시부터 이웃 항구로부터 실려 온다. 어디 그뿐인가 바르셀로나 이외에서 찾아보기 힘든 식품들도 이곳에 있다. 절리고 말린 생선들, 희귀한 가금류와 열대과일, 각종 육류들이 이 시간에도 쉬지 않고 실려와 화려하게 진열되고 있다.

전통시장하면 어릴 때 기억으로 사시사철 질척거리는 시장 바닥과 비린내 나고 파리 날리는 생선시장, 그리고 시장 좌판을 헤집고 다니는 걸인들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국민소득 100달러도 안되던 1960년 대 초까지도 그랬다. 그러나 지금에는 전국 어디에도 그렇게 지저분하고 어지러운 시장은 없다.

시설로 보나 유통 구조로 보나 우리 전통시장은 정말 좋아졌다. 이제는 우리 시장도 바르셀로나 보케리아시장 처럼 한국의 색과 냄새와 맛을 볼 수 있게 더 밝고 더 넓고 더 알차게 꾸며야 한다. 서울 남대문시장도, 대구 서문시장도, 부산 자갈치시장도, 전국의 모든 장터가 한국의 음식문화를 알리는 관광명소가 될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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