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 "삶이 곧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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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원 "삶이 곧 기적입니다"
  • 조광형 기자
  • 승인 2016.06.20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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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같은 사람도 성공한 이유, 알고 싶지 않으세요"
국민멘토 김태원, 자서전 '우연에서 기적으로' 펴내

질풍노도의 시기…드라마틱한 인생역정 담아"출판 수익, 100% 장애인 관련 단체에 기부"

"둘째 아이에게 장애(자폐증)가 있다는 걸 알고 8년간 아내와 저는 거의 사는 게 아니었죠. 아마도 겪지 않고선 절대 모르실 겁니다. 그나마 저희는 밥이라도 먹고 사는 부모에 속했죠. 만약에 이같은 아이가 가난한 집에 태어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고민 끝에 제가 가진 영향력을 그쪽으로 쏟아붓기로 했어요. 책이든 음악이든 뭐든지 동원해 이같은 상황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록그룹 부활의 리더 김태원. 쓰는 곡마다 공전의 히트를 치고 지금도 부활 콘서트 장에는 매진 행렬이 이어진다. TV를 틀면 김태원의 얼굴이 나오고 거리를 걷다보면 그가 만든 노래들이 흘러나온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알게되는 그의 존재감. 자신의 말대로 그는 메이저 가수다.

하지만 3년 전까지 그는 어두운 심연(深淵)에 갇혀 있었다. '미치기 직전까지 갔던' 좌절의 시간들을 보냈다. 지인에게 쓰디쓴 상처를 받기도 하고 지독한 물질적 압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뮤지션으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살아왔지만 그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않았다. 수년 전 알게 된 둘째 아들의 장애 역시, 그가 풀기엔 너무나 버거운 짐이었다.

"1987년부터 1992년까지가 최악의 침체기였어요. 모든 사건이 포함됐던 시기죠. 우울증, 대인기피증, 마약, 알코올…. 비오는 날 제 이름을 허공에 대고 계속 부른 적도 있어요."

1988년 부활이 해체된 이후 보컬이었던 이승철은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김태원은 한없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때부터 일종의 도피처로 마약을 찾기 시작했다. 심지어 마약에 취해 음악을 만들고 그 음악으로 복수를 하겠다는 망상마저 품게 됐다.

"정확히 4년 걸렸습니다. 마약을 통해 음악을 만들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얻어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죠. 그제서야 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이승철씨가 부활을 떠난 이유도 저에게 있었어요. 20대 후반 음악에 대한 제 고집과 히스테리가 주변 분들을 힘들게 하지 않았나 싶어요."

방황을 끝내자 기회가 찾아왔다. 그는 TV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 출연하면서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사람들은 그에게 '국민할매', '국민멘토'라는 친근한 별명을 붙여줬다. '죽음의 그림자'를 달고 다녔던 그가 이젠 어린 아이들의 우상으로 친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최근 3년 간 엄청난 일이 일어났습니다. 예능프로그램 출연 이후 신세계를 살고 있다고나 할까요? 영화에서나 보던 희열을 지금 내가 겪고 있어요. 너무나 영광스럽고 주체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사람들은 궁금해 할 거예요. 내가 저 사람의 인생을 알고 있는데 어떻게 저렇게 변했을까? 김태원 같은 사람도 저렇게 되는데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는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변한 상황이 절대로 우연이 아닌, '기적'이라고 강조한다. 기적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이를 단순한 우연으로 치부한다면 기적같은 삶은 절대로 찾아오지 않는다. 그가 십수년간 고통 속에 얻어낸 결론이다.

매 순간을 기적처럼 소중히 여기는 자세. 치명적 장애를 안고 있는 아들과, 음악적 한계에 부딪힌 자신에게 찾아온 '기적'은 삶의 소중함을 깨달은 그에게 찾아온 작은 선물이었다.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제가 오랜 시간이 걸려 알아낸 것들을…. 이 책이 작은 힌트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배운 분들의 책보다 빛깔이 덜 화려할지는 몰라도, 분명히 누군가에겐 용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우연에서 기적으로'. 그가 최근에 발간한 책 제목이다. '우연'과 아들의 이름 '우현'이 비슷한 어감을 주고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닌 듯. 책 표지엔 아들 우현군이 그린 그림을 삽입했다.

"출판사에서 제의를 받고 처음엔 망설였죠. 1권짜리 책을 1쪽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던 내가, 1쪽을 1권으로 만드는 일을 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스러웠지만 무언가 제가 받은 사랑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컸습니다. 저를 자랑하고자 쓴 아니라 용기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요. 현재 요한수도회에서 장애인이 머물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있는데 이 책의 수익금도 모두 거기에 쓰일 겁니다."

인세를 100% 장애인 관련 단체에 기부하겠다고 선포한 그는 장애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고 싶다는 또 다른 포부도 드러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어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작지만 미약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꼭 해내고 싶습니다."

 

 

"제 라이벌은 임재범입니다"

지난달 자신의 자전적 에세이 '우연에서 기적으로' 출간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태원(46)은 자신

의 라이벌로 누구를 꼽고 있느냐는 질문에 주저없이 '임재범'의 이름을 거론했다.

"대한민국에는 현재 '록 임시정부'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우리 사단은 '부활사단'이고, 임재범은 시나위 계열 사단이죠. 그 한 가운데에는 백두산이 자리잡고 있어요. 예전의 '3각 구도'가 다시 재현됐다는 게 너무 흥미롭죠. 그런데 아직까지는 YG나 JYP 같은 거대한 나라와는 승부하기가 힘든 실정입니다."

이날 특유의 화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응한 김태원은 예의 '국민멘토' 다운 촌철살인(寸鐵殺人)을 날리며 또 한편의 어록을 탄생시켰다.

"지금 가요계를 살펴보면 화려한 꽃은 달렸으나 뿌리가 없는 나무가 흙에 올려져 있는 형상입니다. 80년대까지는 가요계에도 선생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들이 모두 없어졌어요. 그 부작용이 이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수술을 하든지, 치료를 하든지 그런 사람이 절실한 시대입니다."

지성보다 감성의 필요성을 역설한 김태원은 "왕년의 스타들이 다시 각광을 받고 '멘토 열풍'이 불고 있는 현상이 바로 정신적 스승이나 롤모델의 중요성이 대두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50이 가까운 나이에 가요계에서 메이저로 있는 건 행운"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언제라도 이승철과 행복을 전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속내도 밝혔다.

"안 믿는 분들이 계신데, 우리가 싸운건 꽤 오래전 일입니다. 지금은 아무때라도 거리낌 없이 통화할 수 있는 사이가 됐죠. 80년대만해도 아무것도 아니었던 우리들에게 이처럼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만 해도 큰 축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으로부터 받은 그런 에너지를 더 크고 아름다운 곳에 쓸 수 있는 기회가 오리라 믿습니다."

그러나 김태원은 신대철, 김도균과 손을 잡고 프로젝트 밴드 D.O.A와 비슷한 활동을 해 볼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엔 "그건 여러분이 멍석을 깔아주셔야 된다"며 "뮤지션 혼자만 신나는 그런 음악은 절대로 안 된다"고 선을 긋기도.

'언젠가는 영화 감독을 꼭 해보고 싶다'는 엉뚱한 소망을 드러낸 김태원은 합창과 록이 만나는 색다른 공연도 구상 중이다.

"내년 5월경 '남자의 자격'을 통해 인연을 맺은 윤학원 인천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와 손을 답고 이색적인 콘서트를 열 계획입니다. 일단 불씨부터 붙이고 결과가 좋으면 세계 무대로까지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2011.12.02 13: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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