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 같은 배우 '사희'…"저 같은 경찰이면 잡혀가도 좋겠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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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레온 같은 배우 '사희'…"저 같은 경찰이면 잡혀가도 좋겠데요"
  • 조광형 기자
  • 승인 2016.06.17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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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시트콤 '홍대정태'서 코믹연기로 주가
재기발랄 여경찰 캐릭터 "원없이 망가져봤죠"

"뱀에 엉덩이 물려 본 적 있으세요? 없으면 말도 하지 마세요."

tvN 시트콤 '홍대정태'에서 정말 원 없이 망가져봤다는 배우 사희(28).

한적한 산 속에서 '볼 일'을 보다 뱀에 엉덩이를 물리기도 하고, 해수욕장에선 수영복을 잃어버려 수박으로 가린 채 밖으로 나온 적도 있다. 심지어 희귀한 치질에 걸려 남자 의사들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신까지‥. 말만 들어도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장면을 매주 연기했다.

"정말 민망했죠. 저도 명색이 여배우인데…, '이렇게까지 망가져도 되나'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막상 연기를 해 보니 할 만 하더라구요. 반응도 좋았구요. 특히 어르신들이 저를 엄청 예뻐해 주세요. 얼굴도 예쁘장한 애가 한없이 망가지는 모습이 그렇게 귀여우셨나봐요."

오히려 요즘엔 '어떻게 하면 더 망가질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는 그녀. 여배우로서 코믹 이미지가 강하게 남는 게 부담스러울 법도 하지만, 한번 바닥까지 떨어져 본 경험이 있기에 이젠 그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두렵지 않다고.

"2008~2009년 사이 슬럼프를 겪었어요. 그냥 푹 쉬었죠. 뭔가 이뤄질 듯 하다가도 막판에 잘 안 풀리는 일들이 반복됐어요.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죠. 최종에서 자주 미끄러지다보니 오디션 울렁증도 생겼고‥. 그런데 어떤 일에도 다 때가 있는 거 같아요. 잠깐 연기를 놓고 있을 시기에 아침드라마 오디션 제안이 들어왔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는 쉬지 않고 연기를 하고 있어요. 아주 즐겁게…."

2004년 MBC 예능프로그램 '심심풀이'로 연예계 첫발을 내딛은 사희는 비슷한 포맷의 KBS '천생연분'을 거쳐 KBS 드라마 '황금사과', 영화 '두 얼굴의 여친', '라듸오 데이즈', '불량남녀', '블라인드'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왔다.

연기생활 7년차에 출연작도 적은 편이 아니지만 아직까지 그녀의 이름과 얼굴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홍대정태'를 통해 '엉뚱녀'로 사랑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것도 최근의 일이다. 작품 선택이 잘못됐던 탓일까? 아니면 지독히도 운이 없었던 걸까? 그녀의 변명을 한번 들어보자.

"그동안 저만의 캐릭터를 잡지 못했어요. 배역을 맡아도 다 심심하고 무미건조한 역할이었죠. 저만의 색깔을 지닌 캐릭터를 못 만났던 거 같아요. 작품수가 많아도 제 스스로 자리를 못 잡다 보니 연기자로서의 미래가 정말 안보였어요."

그래서 두 손에 꽉 쥐고 있었던 연기를 잠시 놨다. 마음을 비우고 이곳저곳 여행을 다니기도 했다. 그랬더니 작은 것에도 아등바등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고.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뭘까를 고민하던 그녀는 다시 '연기자' 사희로 돌아올 수 있었고. 연기가 아닌 자신의 삶을 캐릭터에 투영시키는 법도 체득하게 됐다.

"역할이 코믹한 이미지든, 진중한 이미지든 상관이 없다고 봐요. 어떤 연기든 결국엔 제 안에 있는 걸 보여드리는 거잖아요? 제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해 질 수 있다면 보는 분들도 충분히 진정성을 느끼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러던 차에 시트콤 '홍대정태'를 만나게 됐고 "더 이상 망가지지 말아 달라"는 열혈팬도 생겼다.

"시트콤은 자기 성향을 많이 내비치는 장르죠. 감독님께서도 "네 말투를 살려라. 우리 역시 너를 보고 작품을 만드는 게 가장 재미있고 편안하게 나온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물론 상황은 가상의 현실이지만 연기를 할 때 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그래서 말투나 행동거지도 완전 제 스타일로 갔죠."

오랜만에 제대로 된 배역을 맡았고 호응도 좋다보니 자연스레 오버 연기도 하게 됐다. '이런 식으로 하면 더 재미있겠다'고 즉석에서 제안까지 했다는 그녀는 나중에 화면으로 봤을 때 '내가 어떻게 저런 장면을 찍었지?'하고 놀란 적도 있었다고.

"청와대 화장실 신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표창장을 받으러 청와대에 갔는데 갑자기 '볼 일'을 보게 되는 장면이었죠. 당시 X을 카레가루로 표현했는데요. 제가 볼 일을 보다가 변기가 막혀 X이 막 넘치는 엽기적인 장면이었어요. 그 안에서 제가 손으로 그걸‥. 어휴‥, 말도 마세요. 그때 정말 서러워서 눈물이 막 나오더라구요. 연기가 아니고 실제 상황이었죠."

"한번은 을왕리 해수욕장에 물놀이를 갔다가 물속에서 수영복이 벗겨져서 수박으로 가리고 나오는 장면도 있었어요. 그땐 너무 추워서 고생을 많이 했죠. 나중엔 목소리가 안 나와서 인근 병원에서 주사를 한방 맞고 촬영장에 복귀한 적도 있었어요. 그래도 고생했던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덕분에 스태프들과 더욱 친해질 수 있었구요."

시나리오가 워낙 재미있기도 하지만 '홍대정태'의 출연진은 더욱 걸작이다. 요즘 대세로 추앙(?)받는 김정태를 비롯해 백두산의 리드보컬 유현상, 최필립, 천수정, 임정은 등 저마다 끼가 철철 넘치는 배우들로 포진됐다. 이런 시트콤이 대박이 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일지도 모른다.

"정은 언니와 수정이 하고도 무척 친하게 지내지만 현장에선 정태 오빠가 정말 편하게 이끌어 주세요. 처음엔 워낙 대선배님이시라 좀 무서웠어요. 그런데 촬영 중간 중간 장난도 막 치시고 말을 걸어주시니 금새 가까워졌어요. 정말 재미있으세요. '애드립의 황제'라고나 할까요? 평범한 장면에서도 예상치 못한 멘트와 행동들로 저희들을 마구 웃겨 주시곤 하죠. 덕분에 NG가 많이 나기도 했지만‥."

코믹 연기로 주목 받은 그녀가 다음에 펼칠 연기는 어떤 모습일까? 한번쯤은 더 망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한데…."

"최근 영화 출연 제의가 들어와서 시나리오를 검토 중에 있어요.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해 드릴게요(웃음). 그런데 사실 제가 하고 싶은 캐릭터는 따로 있어요. 워낙 운동을 좋아하다보니 섹시한 여전사 역할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수벽치기와 무에타이로 연마한 솜씨도 선보일 겸…."

그렇다. 연예계에서도 '한 미모'한다는 사희는 사실 각종 무술을 섭렵한 유단자다. 시트콤에서의 '선머슴아' 같은 이미지가 괜히 나온 것만은 아닐 듯. 

"어릴 때 워낙 성격이 남자 같아서 엄마가 운동을 안 시켰어요. 무에타이 같은 무술은 나중에 제 스스로 배운 거예요. 대신 어머니의 '강력한' 권유로 무용과 가야금을 배웠었죠. 다행히 가야금을 켜는 건 제 성격과 잘 맞더라구요."

부디 '여성스럽게 자라 달라'는 어머니의 뜻에 따라 사희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노래와 가야금을 함께 켜는 병창을 배웠다. 

"오랫동안 가야금을 배웠으니, 부모님께선 제가 당연히 국악으로 가실 줄 알았겠죠. 나중에 제가 연기로 방향을 틀었을 때 아빠가 반대를 좀 하셨었지만 지금은 제일 든든한 후원자가 되셨죠. 항상 모니터도 해 주시구요."

미스 춘향 선발대회에서 '미(美)'를 차지할 정도로 빼어난 외모에 가야금 연주 실력, 여기에 각종 무술까지‥. 사희야말로 '팔방미인'이라는 칭호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가 아닌가 싶다.

조만간 좋은 작품에서 '현란한' 가야금 연주와 무술 실력을 꼭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하는 그녀.

다양한 작품에서 카멜레온처럼 다양한 매력을 뿜어내는 배우 사희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2011.11.07 09: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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