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구속되자 "공익재단 설립"... 에코프로 진정성 '도마위' [공익법인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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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구속되자 "공익재단 설립"... 에코프로 진정성 '도마위' [공익법인等]
  • 시장경제 최유진 기자, NGO저널 박주연 기자
  • 승인 2024.01.0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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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공개 정보 이용’ 이동채 전 회장 징역2년 구속수감
지역단체 구명 시작한 날 ‘공익재단 설립’ 발표
“공익재단 설립이 형량 감소 목적으로 악용돼선 곤란”

<편집자 註> 공익법인 운영 투명성은 공정 사회로 나가는 지름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시민단체들의 다양한 주장이 분출되는 현 시점에서,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공익법인의 역할과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공익법인은 '공익법인설립에관한법률'에 근거하지만 ‘공익법인등(等)’은 상속증여세법상 시행령에 규정된 학교법인, 복지법인, 의료법인, 지정기부금단체 인정을 받은 사단법인·재단법인, 기타 비영리민간단체 등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시장경제>는 <NGO저널>과 함께 공익법인의 발전적 방향 모색을 위해 ‘공익법인等’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 사진=에코프로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 사진=에코프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년을 확정받고 복역 중인 이동채 전 회장의 에코프로가 공익재단을 만든다고 발표했다. 이 전 회장이 출연한 1000억 원으로 지역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공익재단을 만든다는 것이다.

에코프로는 2차전지(배터리) 양극재 소재를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기업으로 국내 대표 2차전지 소재기업이다. 전기차 시장 성장과 그에 따른 배터리 수요 증가로 K-배터리 산업 발전과 함께 성장세를 달리고 있는 기업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에 따르면, 신규로 지정돼 대기업 반열에 올랐으며 자산총액 6조9400억 원으로, 재계 62위를 찍었다. 단기간 주가 폭등으로 주식시장을 달군 논란 속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

사진=에코프로
에코프로 포항캠퍼스 전경/사진=에코프로

에코프로가 지난달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이동채 전 에코프로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이 지방의 문화 예술 교육 인프라를 지원하기 위한 공익재단을 설립한다. 이 전 회장이 주요주주로 있는 데이지파트너스의 가족사 지분을 토대로 약 1000억 원을 출연해 공익재단을 설립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에코프로는 “이동채 전 회장은 오래전부터 지방 인구 감소와 소멸화를 방지하기 위한 기업인으로서의 책무를 고민해왔다”며 “이에 따라 서울 등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 문화 예술 교육 인프라를 지원할 수 있는 공익재단 설립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공익재단은 주로 지역의 문화 예술 인프라 개선으로 시작해 교육으로 지원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공익재단과 별도로 지방 벤처 기업들의 생태계 조성을 위한 펀드도 구상 중이라고 에코프로는 밝혔다.

공익재단 운영에는 향후 에코프로 가족사들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코프로는 올해 3월쯤 설립 절차를 마무리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운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공익재단은 이 전 회장의 이런 구상에 따라 올해 상반기 중으로 구체적이고 지속가능한 아이템을 선정할 예정이다.

다만, 에코프로의 공익재단 설립 발표가 이동채 전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로 지난해 5월 구속된 후 발표된 것에 대해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다.

충북 청주시, 경북 포항시 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지역단체들이 이 전 회장 구명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함과 동시에 나온 공익재단 설립 발표를 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공익재단 설립 발표가 당장 이 전 회장 사면 등에 도움을 얻기 위한 일종의 면피용이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에코프로 홈페이지 캡처

 

“에코프로, 공익재단 설립 진심 가시적으로 보여야”

실제 에코프로 측은 NGO저널과의 통화에서 공익재단 관련 구체적 계획안이 나온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보도자료로 낸 것이 내용의 전부”라며 그 이상 진전된 내용은 없다고 확인해줬다. 오는 3월로 설립 절차 마무리 시기를 잡고 공익재단을 설립하기 위한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 것치곤 지역 문화 인프라를 개선하겠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없다는 대목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장달영 변호사는 “(공익법인 설립 발표가) 사면 또는 가석방과 같은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분위기를 만드는 측면이 엿보인다”며 “중요한 것은 공익재단을 설립하고자 의도가 진심인가 하는 문제일 텐데, 그렇다면 출연 약정서 등과 같은 가시적인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법인은 실제 설립하기 전까지는 말로 어떤 이야기를 하든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경제정책 국장은 “오너가 없으면 경영에 어려움이 있으니 가석방, 사면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이미 대기업 재벌 총수 관련 많이 보아온 장면이다. (에코프로의 행태가) 마치 오너의 설날 특사를 바라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면서 “이회장의 개인 범죄와 공익재단 설립 문제는 별개로, 회장의 구속은 법대로 하고 공익재단은 좋은 뜻을 밝힌 것대로 진행하면 된다. 공익재단 설립이 범죄 형량을 감소시키는 목적으로 악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5부는 지난해 5월 11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이동채 에코프로 그룹 회장에게 징역 2년에 벌금 22억 원, 추징금 11억여 원을 선고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 11억 원을 얻은 혐의다.

유사한 범행으로 함께 기소된 에코프로와 계열사 에코프로비엠 전·현직 임직원 5명은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해 11억 여원의 부당 이득 얻고, 차명계좌를 활용해 수익을 은닉했다"며 "선의의 투자자를 고려하지 않고 개인 이익을 위해 범행한 점에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이어 "특히 이 회장은 기업 총수이자 최종 책임자로, 다른 피고인들보다 책임이 더 무겁다"며 "이 회장이 사전에 철저히 지휘·감독했다면 다른 임직원들의 범행을 예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기사 추가 : <에코프로 측 반론>

에코프로 측 관계자는 ‘공익재단 설립 발표가 이동채 전 회장 사면 등 도움을 위한 면피용’으로 재단 설립과 관련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실제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고 실제 출연금 마련을 위한 공시도 나가 있다”며 “구체적 사업계획이 없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다만 ‘보도자료로 낸 것이 내용의 전부’라고 답한 것은 (구체적 사업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공개가 어렵다는 의미였다”고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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