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아우디 RS e–tron GT, 슈퍼카의 '전동화' 진화... 기술 한계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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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아우디 RS e–tron GT, 슈퍼카의 '전동화' 진화... 기술 한계에 도전하다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4.01.0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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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 최초 RS 버전 양산형 전기차
기술 바탕으로 한 미래 지향적 차량
제로백 3.6초(부스터 모드 3.3초)
배터리 장착... 50:50 무게 배분 구현
콰트로 시스템으로 레일 위를 달리는 듯한 안정감
폭발적 성능에도 장거리 운행 가능한 편안함
사진=시장경제 DB
사진=시장경제 DB

 

마블의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저스: 엔드게임'에서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가 타고 나와 눈길을 끈 차량이 있다. 아우디의 순수 전기차 RS e-tron GT가 그 주인공이다. RS e-tron GT는 아우디가 처음 선보인 RS 버전 전기차로, 그란 투리스모(GT)의 역동적인 비율과 아우디 RS 모델만의 초고성능 특성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아우디 RS(Renn Sport, Racing Sport) 모델은 아우디의 고성능 모델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아우디AG의 자회사인 아우디 스포트(Audi Sport GmbH)에서 만든 초고성능 모델로, 기술의 한계에 도전하는 아우디의 정신을 상징한다.

RS e-tron GT는 1971년 아우디가 선보인 슬로건 '기술을 통한 진보(Vorsprung durch Technik)'에 가장 걸맞은 차량이 아닐까 싶다.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도약하겠다는 아우디의 노력과 목표가 집약된 미래 지향적인 차이기 때문이다.

 

93.4 kWh 리튬 이온 배터리 탑재... 1회 충전에 336km 주행

RS e-트론 GT는 93.4 kWh 용량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에 336㎞를 주행할 수 있다. 다만 초고성능을 발휘하는 전기차이기 때문에 속도를 내는 만큼 주행거리는 급격히 줄어든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제로백 시간은 단 3.6초(부스트 모드 3.3초)에 불과하다.

 

사진=시장경제 DB
사진=시장경제 DB

 

RS e-트론 GT의 전장은 4990㎜, 전폭은 1965㎜이다. 전고는 1400㎜, 축거는 2900㎜로 넓으면서도 낮게 깔린 디자인이지만 아우디만의 우아한 감성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RS e-tron GT는 다른 아우디 e-tron 모델들이 그렇듯이 기존 아우디 디자인 정체성을 유지한다. 선루프, 사이드 미러, 에어 인테이크, 리어 디퓨저, 사이드 몰딩에는 카본 패키지를, 그릴과 전후방 범퍼, 아우디 로고, e-트론 GT 배지에는 블랙 패키지를 적용했다. 21인치 5-더블 스포크 컨케이브 스타일 휠과 레드 캘리퍼는 차량의 달리기 성능을 담보한다.

뒤로 갈수록 완만하게 흐르듯 내려가는 루프 라인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우아함을 더해준다. '조명 회사'라고도 불리는 아우디답게 라이트에도 개성을 담았다. 레이저 라이트를 포함한 매트릭스 LED헤드라이트와 블루 색상의 X자 문양은 이 차량의 라이트 시그니처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RS 외관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은 후면이다. 낮게 깔리면서도 와이드한 매력이 시선을 계속 잡아끈다.

 

사진=시장경제 DB
사진=시장경제 DB

 

내부를 살펴보면 시트에 새겨진 붉은색 스티치가 최상급 스포츠카의 면모를 강조한다. 시트는 탑승자의 몸을 단단히 잡아주면서도 편안함을 느끼도록 해 준다. 단순하게 스포티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럭셔리를 겸비한 차량임을 보여준다. 

스포츠 성향이 강한 실내 인테리어는 오롯이 운전에만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약간 왼쪽으로 기울어진 디스플레이에서는 운전자가 차량을 조금 더 손쉽고 안전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한 배려심이 느껴진다. 다만 GT 모델임에도 암레스트가 컵홀더로 파여있는 형태라 음료수 병을 꽂을 곳이나 장거리 주행 시 팔을 올려놓을 공간이 마땅치 않다는 단점이 있다.

 

인공적이면서도 내연기관 같은 음색... 50:50 무게 배분 안정적 주행

시동을 걸면 RS e-트론 GT가 '웅웅' 소리를 내며 달릴 준비가 됐음을 알린다. 다만 여느 순수 전기차와 달리, 인공적이지만 내연기관 차량과 같은 특색 있는 음색을 낸다. 덕분에 주행 내내 마치 내연기관을 장착한 슈퍼카를 탄 듯한 기분 좋은 주행감을 선사한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는 조용하면서도 강력하게 치고 나간다. 리튬 이온 배터리가 차축 사이에 자리해 무게중심이 낮은 데다 콰트로 특유의 안전성이 더해져 바닥에 붙어 달리는 느낌이다. 50:50에 가까운 이상적인 무게 배분을 통해 균형을 잡은 낮고 묵직한 주행 감각이 일품이다. 

급격한 코너에서도 RS e-트론 GT는 도로를 찍고 나아가듯 흔들림이 없다. 도로 위에 깔린 레일을 미끄러지듯 달린다는 표현이 적합할 듯하다. 브레이크 시스템과 회생제동 장치를 통합하면서 전기차의 단점으로 꼽히는 회생제동에 따른 이질감을 거의 느낄 수 없다.

내장형 스포일러는 속도에 따라 작동하면서, 고속 주행 시 안정감을 높여준다. 수동으로 제어할 수 있어 저속에서도 외부로 돌출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스티어링휠은 반응이 즉각적이다. 그럼에도 차는 어느 상황에서나 자세를 안정적으로 제어한다.

 

사진=시장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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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RS e-트론 GT는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한다. 다소 거친 노면에서 급커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시승 동승자는 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숙면을 취하기도 했다. 2열은 쿠페라는 차량 특성상 성인이 타기에는 다소 불편함이 있지만 아이들은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할 수준이다.

RS e-트론 GT는 고급스러운 전기 세단과 강력한 스포츠카를 넘나드는 야수의 매력을 가진 차량이다. 고급스러움에 강력한 파워, 우아함을 느끼게 하는 아우디라는 브랜드의 기술력이 집약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나 RS e-tron GT는 아우디 브랜드 최초 순수 전기 RS 모델이면서도 내연기관의 매력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는 점에서, 브랜드 고유의 DNA가 그대로 녹아 숨 쉬고 있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데일리카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안락함까지 갖췄지만 슈퍼카 다운 성능을 즐기기 위해서는 전비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최소 2억632만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은 여전히 높은 장벽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나 소유할 수 없는 고성능 차량이라는 희소성이 RS e-트론 GT의 가치를 증명한다는 점에는 이견을 달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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