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pick] LG엔솔, 운전자본 9兆 급증... '배터리戰 실탄' 충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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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pick] LG엔솔, 운전자본 9兆 급증... '배터리戰 실탄' 충분할까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3.09.1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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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영업현금흐름 '마이너스 5천억'
잉여현금흐름도 마이너스.... 재고자산 급증
R&D·투자 등에 써야 할 '실탄 부족' 우려
순운전자본회전율, 경쟁사 대비 3분의 1 수준
회사 "선제적 설비 투자 따른 일시적 현상"
"운전자본 2배 확충"... '회전율 지표' 불안정
사진=LG에너지솔루션
사진=LG에너지솔루션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이 중국기업들의 공급 과잉으로 전반적인 판가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배터리 제조 3사 중 맏형 격인 LG에너지솔루션의 재무건전성 이슈가 주목을 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14일 공시를 통해 분기실적을 공개했다. 2분기 매출은 8조7734억원, 영업이익은 34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3%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GM 리콜 비용 반영으로 소폭 하락했다. 회사는 해외사업장 생산 비중이 상당히 높은 이차전지 기업 중 한 곳이다.

특히 유럽과 북미 현지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주요 전기차 브랜드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발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되면 회사의 글로벌 마케팅 전략도 일부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은 대부분 3~5년 이상의 장기 공급 계약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일시적 공급과잉이나 판가 하락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공급 과잉 추세가 계속된다면 사정이 다르다. 무엇보다 새롭게 파트너십을 검토하는 완성차 기업의 경우, 공급 단가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LG엔솔은 글로벌 전기차 브랜드와의 협업 확대를 위해 한박자 빠른 해외 생산시설 구축에 나선 측면이 있다. 이미 구축한 외국 현지 생산시설이 이른 시간 안에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공급 과잉 현상은 단기간 조정으로 해소돼야 한다. 이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른 판가 하락은 회사 실적에 직접적 부담을 주는 악재라고 할 수 있다. 공급 과잉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올해는 물론이고 내년 실적도 안심할 수 없다.

회사의 최근 3년간 투자활동현금흐름을 살펴보면 ▲2020년 -8848억원 ▲2021년 -2조1781억원 ▲2022년 -6조2594억원으로 매년 투자를 2~3배 늘려왔다. CAPEX(시설·설비투자)도 ▲2020년 2603억원 ▲2021년 3조4629억원 ▲2022년 6조2099억원으로 큰 폭의 우상향 흐름을 나타냈다. 

같은 시기 재무활동현금흐름은 ▲2020년 -2030억원 ▲2021년 8828억원 ▲2022년 11조4146억원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재무활동현금흐름은 차입금과 사채발행을 비롯 외부로부터의 자금 조달 규모를 보여준다.

눈길을 모으는 대상은 기업 현금유동성 핵심 지표인 영업활동현금흐름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당기 기준, 기업의 제조·생산·판매와 관련된 기업의 모든 활동 및 그 활동으로 기업이 벌어들이거나 혹은 지출한 비용을 합산한 결과값이다. 구체적으로 현급유입(+), 현금유출(-)로 구분된다.
 

영업활동현금흐름 -5000억원... "창업 초기 기업 감안"

제품 판매대금이나 용역대금의(매출채권) 회수, 재고자산 감소는 '+', 매입채무나 협력사 용역대금 지급, 종업원 급여·수당·퇴직금 등의 지급은 '-'로 산입한다.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영업활동은 언제나 '현금 유입'(+)을 전제로 한다. 즉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언제나 '플러스'(+)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정상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다는 사실은 언제든 당해 기업이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매우 부정적인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 다만 예외가 있다. '창업 초기' 기업이 그것이다.

창업 초기 기업은 상품 혹은 서비스 출시에 앞서 연구개발, 생산라인 설비투자, 재고물품의 조기 확보, 인력 수급, 온오프라인 유통망 구축 등에 막대한 비용을 집행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즉 일시적으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 상태에 놓일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0년 3954억원 ▲2021년 9786억원 ▲2022년 -5798억원으로 변동폭이 매우 컸다. 지난해는 -5798억원을 기록하면서 지표상 위기를 맞았다. 영업활동으로 창출된 현금보다 지출된 현금이 5000억원 이상 많았다는 뜻이다.
 

FCF 마이너스 전환, 재고자산 급증... 회사 "일시적 현상" 

재무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FCF(잉여현금흐름)도 위·아래 진폭이 상당했다. 이 회사의 최근 3년간 FCF는 ▲2020년 1350억원 ▲2021년 -2조4843억원 ▲2022년 -6조7897억원이다. 반면 재고자산은 ▲2020년 3조431억원 ▲2021년 3조8958억원 ▲2022년 6조9956억원으로 몸집을 크게 불렸다. 

FCF는 기업이 외부 지원에 기대지 않고 언제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곳간 속 여유자금'을 뜻한다. 이 항목이 마이너스 상태에 있다는 것은 현금 유동성이 넉넉하지 못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운전자본'을 구성하는 재고자산의 급격한 증가도 회사 재무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은 운전자본 구성의 핵심 요소이다. 

LG엔솔 관계자는 영업현금흐름이 일시적 마이너스 상태를 보이는 이유로 운전자본 증가를 꼽았다. 이 관계자는 "고객사 수요 대응을 위해 설비를 빠르게 신증설하고 있다"며 "운전자본과 같은 금액들이 한 번에 늘어난 것일뿐 자연스러운 형태"라고 설명했다.

공시에 따르면 회사 운전자본은 ▲2020년 9조857억원 ▲2021년 9조5358억원 ▲2022년 18조8042억원으로, 지난해 2배 가까이 치솟았다. 부채를 제외한 순운전자본은 ▲2020년 3조3819억원 ▲2021년 4조6322억원 ▲2022년 7조9257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운전자본에는 재고자산이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운전자본 혹은 순운전자본의 급증은 회사 현금 유동성을 저해하는 부정적 요소로 분류된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에 지나치게 많은 돈이 묶이면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인수합병 등에 쓰여야 할 '실탄'은 그만큼 부족한 상황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매출총이익률 15~21 유지... 수익성 나쁘지 않아 

운전자본이 매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보여주는 '순운전자본회전율'은 ▲2020년 0.4 ▲2021년 3.85 ▲2022년 3.22로 계산됐다. 같은 기간 경쟁사의 '순운전자본회전율'은 '평균 10' 이상이었다. 상대적으로 운전자본의 매출 기여도가 낮다고 분석할 수 있다. 

회사의 총자산회전율은 ▲2021년 0.82회 ▲2022년 0.82회로 확인됐다. 대기업 평균인 '1회'와 비교할 때 약간 낮은 수준이나 우려할 만한 차이는 아니다. 자산이 매출로 실현되는데 까지 걸리는 기간을 정량적으로 수치화한 이 항목은 순운전자본회전율, 재고자산회전율과 더불어 대표적 활동성 지표이다. 

매출총이익률은 ▲2020년 15.33 ▲2021년 21.84 ▲2022년 16.76으로, 다소 불안정하지만 일정 수준은 유지하고 있다. 매출총이익률은 상품 또는 용역 매출액에서 원가를 공제한 차액이다. 

LG엔솔 부채총계는 ▲2020년 12조3764억원 ▲2021년 15조218억원 ▲2022년 38조2994억원으로 증가세가 만만치 않다. 같은 기간 이자 발생 부채는 ▲6조2011억원 ▲6조9692억원 ▲8조1093억원이었다. 부채비율은 ▲2020년 163.59% ▲2021년 171.83% ▲2022년 85.98%로 지난해 대폭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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