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GA자회사 7월 출범 예고... 성공가능성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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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GA자회사 7월 출범 예고... 성공가능성은 '글쎄'
  • 문혜원 기자
  • 승인 2023.06.09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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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금융파트너스 200억 첫 출자... 적정성 의문
한화·미래에셋 등 경쟁사比 소액... 추가 확보 필요
고퀄리티 상품판매 최적... 고용안정·노사갈등 숙제
4년간 시도 끝에 어렵게 금융당국으로부터 GA자회사형 설립 허가를 받아낸 흥국생명의 향후 행보가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4년간 시도 끝에 어렵게 금융당국으로부터 GA자회사형 설립 허가를 받아낸 흥국생명의 향후 행보가 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시장경제DB

4년여간의 시도끝에 금융당국으로부터 어렵게 GA자회사형 설립허가를 받아낸 흥국생명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오는 7월 HK금융파트너스(GA자회사, 이하 HK) 출범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를위해 지난달 17일 자본금으로 200억원을 출자했다. 출자금은 HK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시스템 개선에 활용될 예정이다.

HK는 지사제로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사제는 연합형 GA처럼 독립채산제로 본사와 제휴를 맺고 운영되는 형태다. 단시간내 조직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흥국생명 본사는 상품개발과 자산운용, HK는 영업판매를 맡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차후 흥국생명이 별도의 판매전문사로 HK를 활용한다면 제판 분리가 가능해진다.

흥국생명은 “아직 확정된 시기는 아니나 7월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고 HK 출범을 통해 제판분리를 단행할 계획”이라며 “아직 자회사와 관련해 구체적인 방안이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HK 출범을 앞두고 안착 가능성에 대한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200억원’이라는 첫 출자금이 대형 GA 설립을 위한 투자금으로 적은게 아니냐는 의견과 성공 가능성을 아직 예단하긴 이르다는 평가가 상존한다.  

흥국생명은 기존 설계사 조직은 유지한체 HK에서 인원충원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 경우 본사에서 그동안 지출하던 고정비용을 줄일 수 밖에 없어 긴축경영이 불가피하다. GA 설립후 내부 영업부문을 강화하려면 새로운 판매조직이나 인력확충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분기별로 나눠 추가출자를 통해 외부 영업조직을 영입하거나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GA업계에서는 200억원이라는 설립자금이 사업발판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한다. 사업확장에 대한 의지가 읽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GA업계 관계자는 “만일 지사제로 운영할 경우 사업초기 일반적으로 1년간 70억~80억원이 소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외형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향후 추가자금 조달에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HK 출자금, 경쟁사 대비 꼴찌 

현재 원수사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초우량 GA' 전략에 성공한 사례는 한화생명이 유일하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2021년 4월 출범 당시 총자본 6500억원, 영업기관 500여개, 임직원 1300여명, 설계사 1만9000여명으로 시작을 알렸다. 올해에는 피플라이프를 인수하는 등 설계사 2만5000명을 보유한 거대 GA를 구축했다.

한화생명은 GA설립을 위해 출자한 첫 자금이 상당히 커 한동안 이익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GA로 영업·판매를 일원화함으로써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돼 상승효과를 보고 있다. 이에따라 업계 불황으로 인해 제판분리를 시장재편의 핵심가치로 삼는 타 보험사에서는 한화생명 모습이 성공사례로 비춰지고 있다. GA의 매출은 재무구조상 본사 매출로 잡히기 때문에 판매상품 다양화로 수익을 늘릴 수 있다. 

한화생명이 아니더라도 자회사로 GA를 두고 있는 경쟁사들의 출범 초기 자본금은 미래에셋금융서비스와 신한금융플러스가 각각 800억원, KB라이프파트너스가 300억원으로 HK를 상회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흥국생명이 타 경쟁사와 비교해도 200억원이라는 초기 출자금은 상당히 적은 액수”라며 “흥국생명은 특히 콜옵션 미상환 여파도 남아있어 향후 자본금을 추가 확보할 만큼의 여력이 있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GA 설립을 위한 비용 마련을 위해 직원들에게 볼펜 구매나 회식비용 등을 떠넘긴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의원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흥국생명은 GA사 설립을 위해 보험사 재무건전성 지표인 RBC(지급여력)비율이 충족하지 못하자 자금 확보를 위해 소속 설계사들의 실적을 압박하거나 해촉후 수수료 미지급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과거 이러한 선례가 있어 회사내 일각에서도 GA사 추진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번 출자금과 관련해서는 단순히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흥국생명 본사는 지난해부터 설계사들의 이탈로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GA로 이동하는 직원들의 인건비 등 고정비용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얘기다. 현재 흥국생명의 설계사는 1600여명 정도로 GA사 출범이후 이들의 고용안정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셈이다.  

한 직원은 "자회사형 GA는 본사로부터 임대료나 관리비, 사무비용 등이 지원되며 고용형태도 보장되지만 자회사 GA 고정비에는 본사에서 넘어온 직원들의 급여도 포함돼 새 인건비 충당이 필요하다"며 "통상 보험사가 GA를 설립하는 초기에는 대부분의 인원을 본사에서 이동시키는데 전적이슈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이번 흥국생명의 첫 출자금은 단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차원으로 최소한의 금액을 내놓은게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설계사의 고용보험료 부담을 회피하고 구조조정 등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2021년 7월부터 설계사 등 특수고용직에게도 고용보험이 적용되면서 보험사들의 인력비용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당시 보험업계가 추산한 설계사 고용보험 도입후 지출 비용은 1800억원 상당이다.

보험사로서는 제판분리 단행이 설계사 조직을 직접 운용하는데 따른 고용보험 등 지출 비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당초 흥국생명은 점포운영비와 판촉비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판단해 2021년부터 이를 축소하면서 GA 분사를 추진했다. 흥국생명의 지난해 상반기 점포운영비와 판촉비는 331억5100만원으로 전년 같은기간보다 80억4000만원 줄었다.  

반면 타 보험사들은 판매실적 개선을 위한 선택으로 ‘GA출범·제판분리’를 당연한 수순으로 추진했다. 그러면서 흥국생명의 GA사 설립은 M&A가 아닌 단순 자회사 설립으로 한화생명 사례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GA는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전속 설계사 이탈을 방지하고 비용절감 차원에서도 높은 전략으로 통한다”며 “직원고용안정 문제가 장기화되면 노사간에도 안좋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원만하게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흥국생명은 IFRS17 시행 첫해인 올 1분기부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이번 GA사 출범·제판분리 안착 여부에 따라 성장세가 판가름 날 것으로 관측된다. 

1분기 당기순이익은 1054억원으로 전년동기 760억원에 비해 294억원(38.7%) 증가했다. 영업수익은 5749억원에서 8350억원으로 2601억원(45.2%), 영업이익은 1044억원에서 1372억원으로 328억원(31.4%)이 각각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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