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혁 교수 "연탄배달식 CSR 활동 식상, 업종연관성 고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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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혁 교수 "연탄배달식 CSR 활동 식상, 업종연관성 고려하라"
  • 최지흥 기자
  • 승인 2023.03.1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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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경제지 시장경제, 2기 경제정치아카데미 개회
의회정치아카데미 공동 주최, 경제4단체 후원
한국 PR학회 최준혁 교수, 아카데미 4강 진행
기업의 CSR·CSV·IEE·ESG 프로세스 제안
조직의 성공이나 실패 영향 미치는 ‘공중’ 중요
정확한 목표 설정, 효율적인 사회공헌 필요성 강조
3월 16일 오후 5시 대한상의에서 진행된 ’제 2기 경제정치 아카데미’에서 4강 강의에 나선 한국 PR학회 최준혁(순천향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기업의 CSR, CSV, IEE, ESG 개념과 프로세스를 설명하면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최종 목표는 지속가능한 기업에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시장경제DB
3월 16일 오후 5시 대한상의에서 진행된 ’제 2기 경제정치 아카데미’에서 4강 강의에 나선 한국 PR학회 최준혁(순천향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기업의 CSR, CSV, IEE, ESG 개념과 프로세스를 설명하면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최종 목표는 지속가능한 기업에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시장경제DB

“기업의 사회공헌활동 최종 목표는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데 있다”

3월 16일 오후 5시 대한상의에서 진행된 ’제 2기 경제정치 아카데미’에서 4강 강의에 나선 한국 PR학회 최준혁(순천향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기업의 개념과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V(Creating Shared Value), IEE(Integrated External Engagement),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프로세스를 설명하면서 이 같이 밝혔다.

현재 순천향대학교에서 인재육성에 매진하고 있는 최준혁 교수는 과거 SK에너지, SK텔레콤, 국무총리실, 국정홍보처, 기획재정부 등의 PR을 담당해 온 PR전문가다. 

최 교수는 이번 강의에서 기업들이 전개하고 있는 CSR, CSV, IEE, ESG 활동을 분석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사회적인 요구와 다르게 나타나는 우리 기업들의 모습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성과 없는 CSR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그 결과 원하는 목적들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DB
최 교수는 사회적인 요구와 다르게 나타나는 우리 기업들의 모습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성과 없는 CSR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그 결과 원하는 목적들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DB

 

국내 기업의 CSR 이대로 좋은가?... "기업들 사회공헌활동 목적 불분명"

최준혁 교수는 강의 시작과 함께 성공적인 PR 캠페인으로 꼽히는 P&G의 글로벌 캠페인 사례 영상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진화와 기업들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거론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CSR의 개념은 1953년 영국의 경제학자로부터 시작된 이후 지난 70여년간 기업들의 숙제처럼 여겨져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중요성도 부각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 지출 규모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전경련이 발표한 '2022 주요 기업의 사회적 가치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간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 지출 비용은 크게 축소됐다. 반면 윤창현 의원실이 2022년 조사해 발표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우리 기업들의 법인카드 사용현황을 보면 업무추진비는 늘어났다.

이와 같은 원인에 대해 최 교수는 "사회적인 요구와 다르게 우리 기업들은 성과 없는 CSR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며 "원하는 목적을 얻지 못하고 있다"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 보다 업무추진비를 이용한 접대를 통해 원하는 목적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최 교수는 “CSR 정확하게 실행하면 기업이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면서 4가지 프로세스를 제안했다. 우선 첫 번째로 최 교수는 “단계적, 상황별 이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공헌을 했다고 기업의 잘못이 없어지거나 덮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사안이 발생했을 경우 법적인 책임과 윤리적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조직의 성공이나 실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인이나 집단을 뜻하는 다양한 공중(스테이크홀더)의 타깃별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중은 사원, 언론, 소비자, 지역사회, 정부, 투자자, 해외 등 다양하며, 이들 중 우선 순위를 정해 CSR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와 관련된 일례로 한 타이어 업체가 공중의 우선 순위를 소비자가 아닌 고무 재배 농가를 선택하고 CSR 활동을 전개해 좋은 성과를 올린 내용을 거론했다.

세 번째로는 “기업의 미션, 비전, 업종연관성과 관련된 CSR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CSR의 효율적인 전개를 위해서는 업종연관성이 있는 활동이 기업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 예로 최 교수는 대상의 종가집 김치가 진행한 김장담그기 행사를 소개했다. 대상은 코엑스에서 김장담그기 행사를 하면서 전국 팔도의 우리 농산물을 농가에서 직접 사와 엄마와 아이들을 초대해 행사를 진행했다. 직접적인 거래를 하는 농가, 직접 김치를 사는 엄마, 향후 고객이 될 수도 있는 아이들까지 잡을 수 있는 최적의 CSR이라는 평가다.

최 교수는 “연말이면 김장담그기나 연탄 봉사 등 보여주기식 CSR 활동이 여전히 많다. 대부분 업무연관성이 없는 보여주기식 활동일 뿐”이라면서 “자신들의 업무연관성이 있는 CSR 활동이 이뤄져야 기업의 가치와 지속가능성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 교수는 “CSR의 목적, 기능을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좋은 선택은 기업(조직)과 공중이 함께 윈-원할 수 있는 형태의 CSR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최 교수는 2001년 유니레버가 인도 시장 공략을 위해 인도의 취약한 유통판매망을 확대하고 빈민층의 자활의지를 연계한 프로젝트 전개한 것을 성공 사례로 소개했다. 

유니레버는 인도 여성에게 가정방문 판매영업직을 제공해 소득창출의 기회를 부여했을 뿐 아니라 여성 자립 기반을 제공했다. 또한, 빈민층을 대상으로 한 제품 개발로 실제 큰 성과를 올렸다.

 

"공중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고민 필요"

최준혁 교수는 CSR에 이어 CSV(공유가치창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CSV는 기업이 수익 창출 이후에 사회공헌 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 자체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행위를 말한다.

하버드대 경영학과 마이클 유진 포터 교수가 2011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처음으로 제시한 CSV는 2013년부터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CSV는 CSR의 진화된 형태로도 볼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 이 두 개념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 CSR이 선행이라고 한다면 CSV는 기업의 수익 창출을 위한 투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수익 창출이 가능하도록 기업의 자원을 투자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투자의 개념이어서 성패 역시 매우 중요하다. CSR을 실패했다고 해서 기업이 망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투자가 있어야 하는 CSV는 실패했을 때 기업이 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어 최준혁 교수는 우리에게 생소한 개념이지만 미국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발표한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에 공중과의 상호적용을 반영해야 한다’는 IEE(통합외부업무, Integrated External Engagement) 개념도 설명했다.

모든 부서, 모든 기업의 의사 결정 과정에 공중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기업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소비자 등 공중의 중요성과 타 기업과 다른 CSR 활동을 강조한 것이다.

최 교수는 사회적인 요구와 다르게 나타나는 우리 기업들의 모습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성과 없는 CSR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그 결과 원하는 목적들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DB
최 교수는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자원과 잠재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발전’, 즉 지속가능성을 위한 ESG 활동이 강화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사진=시장경제신문 DB

 

"미래 세대 생각하는 ESG 활동 가치 높아져"

최준혁 교수는 마지막으로 최근 기업들에게 강력하게 요구되고 있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활동의 본질과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제안했다.

최 교수는 ESG를 “투자자의 관점으로 보는 CSR의 해석”이라고 해석했다. ESG라는 개념의 등장은 2019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 CEO 200여명으로 구성된 협의체인 BRT(Business Roundtable)가 발표한 5가지 선언에서 출발했다. CSR의 진화된 개념으로 보기도 한다.

BRT의 5가지 선언 주요 내용은 ▲우리의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한다 ▲우리의 직원에게 투자한다 ▲공급자를 공정하게 윤리적으로 대한다 ▲우리가 속한 지역사회를 지원한다 ▲주주를 위한 장기적 가치를 창출한다 등이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9조 달러 규모의 자산을 관리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CEO인 래리 핑크가 새로운 투자 기준으로 지속가능성을 제시하면서 시작됐다는 견해도 있다. 래리 핑크는 블랙록이 투자하거나 투자받는 기업에게 ESG 이행을 주문했고, 이것은 전세계에 ESG 열풍을 불게 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 공화당 일부 의원은 래리 핑크의 정책을 거대 자본의 지배력 강화라고 반발하며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을 상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ESG는 국내는 물론, 세계 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왔으며, 기업의 중장기 기업가치에 직간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인 성과로 명시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ESG를 강화하는 이유와 관련해 최 교수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변화를 꼽았다.

최 교수는 "과거에는 '무엇을 하는가'라는 결과가 중요했다. 제품, 서비스의 디자인과 품질이 제품 구매의 주요 동기였던 셈이다"라며 "하지만 최근에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방법과 과정, 그리고 '왜 하는가?'라는 이유와 목적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즉 제품과 서비스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와 제품과 서비스가 갖고 있는 가치관, 신념, 경영 이념이 제품 구매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제품과 서비스가 갖는 이유와 목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조금 더 비싸더라도 이를 구매하고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자원과 잠재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발전’, 즉 지속가능성을 위한 ESG 활동이 강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ESG 강화를 위한 프로세스도 제안했다. ESG 강화를 위해 기업은 고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가치소비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제공물과 정책 등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ESG 확산과 관련해 최 교수는 “개인 고객도 중요하지만 법인 고객도 중요하다”면서 ESG가 이제 기업과 개인을 넘어 기업과 기업, 국가와 국가 간 비즈니스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 예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량의 100%를 2050년까지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의 국제 캠페인 ‘RE100’을 들었다.

이 캠페인에 적극 참여하는 기업과 국가들을 상대로 수출할 때는 재생에너지 비율이 실질적인 비관세장벽(기술장벽)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ESG가 이제는 개념적으로 중요한 것을 넘어 실제 수출 현장에서 중요해진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최 교수는 “문제는 한국에 재생에너지가 없다는 것”이라면서 “기업들의 ESG 강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보 등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최 교수는 “지금까지 설명한 CSR, CSV, IEE, ESG의 공통분모는 기업(조직)은 혼자서 영위할 수 없으며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집단(공중)은 다양하다. 그리고 기업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늘 모색해야 한다”라면서 “이러한 활동의 최종 목표는 지속가능한 기업에 있으며 명확한 목표와 효율적인 실행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경제정치 아카데미'는 종합경제전문지 시장경제와 사단법인 의회정치아카데미가 공동주최하는 7주차 프로그램으로 올해 2기는 2월 15일부터 4월 6일까지 대한상의에서 진행된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KEF),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사협의회 등 경제단체가 공동 후원한 이번 2기 아카데미에는 현대기아차, SK그룹, 삼성SDI, LG화학, 롯데건설, 쿠팡 등 주요 기업과 4대 금융지주, 유망 스타트업을 비롯해 모두 37개 기업·단체 임직원이 수강한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한 경제정치 아카데미는 경영 현장에서 마주하는 유형별 리스크 실태를 분석하고, 사례 중심 해법을 공유하는데 중점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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