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人] "그루밍·가스라이팅 동원된 성매매... 트라우마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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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人] "그루밍·가스라이팅 동원된 성매매... 트라우마 깊다"
  • 박주연 NGO저널 기자
  • 승인 2023.02.17 1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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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소현 수원여성인권돋음 사무국장 인터뷰

<편집자註> 수많은 사람(人)과 쉴새없이 소통하며 시민세상의 이슈를 건져내는 것이 NGO저널 기자의 일입니다. 시민사회는 시대의 창(窓)일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여론 형성의 장(場)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선 미래를 꿈꿀 수 없습니다. [스토리人] 코너를 통해 시민단체 속 각양각색 사연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여성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0년대 초반 군산 개복동 화재참사를 계기로 2004년 3월 성매매특별법이 만들어졌지만 지하경제에서 성매매 산업은 한국에서 여전히 초대형 산업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성매매 시장 규모는 약 30조 원으로 추산된다. 성매매특별법 제정 당시 35개였던 집결지는 2016년 24개, 2021년 14개로 폐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지만, 성매매 시장 규모의 축소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성매매 여성 종사자들에게만 죄를 묻는 방식으로는 어림없다”는 게 여성계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처럼 답답한 현실 속에서도 피해자들의 아픔을 함께 느끼며 그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밤낮없이 뛰는 이들이 있다. 마소현 수원여성인권돋음 사무국장이 그런 이들 중 한 명일 터다. NGO저널이 하루 24시간도 모자라 보이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좋아한다는 마소현 수원여성인권돋음 사무국장. 인터뷰 내내 피해 여성들을 돕기 위한 열정이 엿보이는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을 좋아한다는 마소현 수원여성인권돋음 사무국장. 인터뷰 내내 피해 여성들을 돕기 위한 열정이 엿보이는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 명함에 이름과 함께 활동명이 들어있는 게 특이합니다. 활동명을 쓰는 이유가 있습니까?

“네, 말씀하신 대로 현재 단체 사무국장과 자활지원센터장을 겸하고 있어요. 보통 저희는 활동명을 씁니다. 저는 소풍이라는 활동명을 써요.”

- 왜 소풍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는지 궁금하네요.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를 좋아하는데,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이 끝나는 날 하늘로 돌아가겠다는 구절이 있잖아요. 저도 훗날 비석에 그 시구처럼, 그렇게 살다 간다고 쓰고 싶어서 활동명을 소풍으로 지었죠. 다들 닉네임으로 소통하다 보니 사실 활동가들이 본명을 잘 기억 못 해요. 그래서 활동명이 더 자연스럽죠. 저는 원래 시흥여성의전화에서 활동을 시작했어요. 저희 단체는 수원여성의전화에서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의 문제로 함께 활동하다가 지역 안의 성매매 문제에만 집중하자는 결의로 2020년 12월 따로 독립해 만든 단체에요. 활동은 2002년부터 했지만 ‘돋음’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지는 3년째 된 것이죠. 시흥여성의전화에서 가정폭력 문제로 활동을 시작해서 성매매 문제로 옮겨 집중한지는 8년차에 접어들었네요.”

- 수원여성인권돋음 사무국장과 자활지원센터 센터장을 겸하고 계신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는 건가요?

“우리 단체는 성매매를 성착취로 규정하고 활동하고 있는 성매매여성인권단체에요. 부설로는 성매매피해자 상담소 ‘오늘’, 성매매피해아동청소년지원센터(아청) ‘모아’, 탈성매매여성 자활지원센터 ‘모모이’를 운영하고 있고요. 국·도·시비의 보조금을 지원받아 여성들의 당당한 사회적 권리 찾기에 동행하고 있습니다. 또 상담소에서는 여성주의 상담 및 의료지원, 법률지원 등을 지원하고 있죠. 아청에서는 10대 여성들의 여성주의 상담, 치유회복프로그램, 의료 및 법률지원 등을 하고 있고요. 자활지원센터에서는 외부직업훈련, 역량강화사업, 상담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고 ‘모모공방’을 통해 참여자간의 소통과 협업 등 일상의 의미를 찾아가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답니다. 특별히 글쓰기 프로그램을 통해 2021년에는 ‘모몰로그’라는 산문집을, 2022년에는 ‘모글모글’이라는 시집을 발간하기도 했죠.”

- 우선 궁금한 게, 피해 여성들이 처음부터 자신의 피해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지에요. 어떤가요?

“성매매는 복합적 트라우마를 안고 있어요. 처음부터 ‘피해’를 인식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죠. (가해자들은) 성매매 구조 안에서 ‘가족’이라 명명하게 하고,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이 가깝도록 유입된 여성들에게 그루밍 하는 거예요. 가해자라기보다 가족처럼 대해 준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여성분들이 많이 있어요. 오히려 “그게 왜 피해야?” “나는 착취당하지 않았고, 돈도 벌었어.” “(가해자) 그 사람들은 나를 가족처럼 대해줬어”라는 식이죠. 말씀드린 대로 성매매라는 건 복합적 트라우마를 야기하거든요.”

(사)수원여성인권돋움 성매매피해상담소 ‘오늘’은 지난해 수원시와 함께 ‘2021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기억과 기록을 위한 기획전시, 여기-잇다’를 개최해 집결지 내 여성들이 겪은 인권침해와 다양한 폭력, 착취를 조명한 바 있다.
(사)수원여성인권돋움 성매매피해상담소 ‘오늘’은 지난해 수원시와 함께 ‘2021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기억과 기록을 위한 기획전시, 여기-잇다’를 개최해 집결지 내 여성들이 겪은 인권침해와 다양한 폭력, 착취를 조명한 바 있다.

 

16개 단체가 연대, 성매매 성착취 근절위해 싸워

- 그렇군요. 왜 그런가요? 

“저희를 찾아오신 분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친족 성폭력, 아동 성폭력, 아동 학대와 같은... 그러니까 이런 경험들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는 분들이 많아요. 그렇게 되어 오랜 기간 성매매에 유입된 분들이 많다 보니 더 복합적입니다. 예를 들어 친족 성폭력이나 아동 학대 등 가정폭력으로 가족이 해체된 경우 아주 어릴 때 집을 나와 갈 곳을 찾지 못하다 유입되기도 하죠. 처음엔 그냥 청소만 하면 되는 줄 알고 갔다가 점점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돼요. 2차도 나가게 되고요.

이런 환경에 노출되면서 가해자들에게 “너희 엄마보다 이모인 내가, 삼촌인 내가 너한테 이렇게 잘해주잖아” 이렇게 가스라이팅 당하고 점점 빠져들게 되는 거죠. 그래서 자신이 처음부터 피해자라고 인식이 되지 않는 거예요. 저희를 찾아오는 분들은 공동작업장 3년, 인턴십 1년 총 4년의 자활 과정을 함께 할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많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성매매가 개인이나 여성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만든 구조의 문제이고 착취의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와 같은 단체가 존재하고, 여러분 피해자들은 지원 체계 안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죠.”

- 피해 인식 과정을 거치는 것이군요.

“그렇죠. 그 지나가는 시간과 과정을 통해 ‘그래 맞아. 내가 그때 그곳에서 구원받았다고 생각했지만, 도움받았다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라, 나는 착취당했고 피해자였어’ 하는 것을 인식하게 되는 거예요. 여성의전화와 같은 경우는 회원 중심 체계로 돌아가지만 우리 단체는 피해 당사자의 운동이 중요해요. 물론 회원들의 후원도 중요하지만 당사자가 주체가 되어 현장에서 같이 활동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 그렇게 활동하는 피해 여성들은 얼마나 됩니까?

“현장에서 지금 활동하는 분 중 우리 단체 소속은 아직 없고 올해부터는 당사자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실질적으로는 전국 단위인 성매매경험당사자네트워크인 ‘뭉치’에서 여러분이 성매매 근절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고요. 저희는 수원 안에서 수원인권여성돋음이라는 이름으로 하지만 서울에 있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와 이하 16개 단체가 성매매를 성착취로 규정하고 함께 연대하고 있습니다.”

‘2021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기억과 기록을 위한 기획전시, 여기-잇다’를 통해 소환된 '그 장소'의 기억들.
‘2021 수원역 성매매집결지 기억과 기록을 위한 기획전시, 여기-잇다’를 통해 소환된 '그 장소'의 기억들.

 

- 여성들을 위해 이런 활동을 하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상업고등학교를 다녀서 19살 때 취업을 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때는 운이 좋아 남자든 여자든 누구든지 열심히 하면 성과를 인정받는 좋은 회사들을 다녔기 때문에 사회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잘 몰랐어요. 직장 내 여자 선배들도 부당한 차별을 받으면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그런 구조의 기업이었거든요. 그러다 결혼을 하게 됐고 가정폭력으로 이혼하면서 가정폭력 피해 당사자로 여성의전화에서 활동하게 됐죠. 그런데 제가 활동했던 그 지역이 다른 여러 곳과 마찬가지로 성매매 문제가 굉장히 많이 발생하는 곳이었어요.

어느 때부터인가 성매매 피해 여성들이 상담하러 오더군요. 사실은 저 역시 그 당시만 해도 피해 인식을 잘 못 하던 시절이었는데 그분들을 만나 상담하다 보니까, 이쪽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 사회는 왜 이 문제를 그렇게만 바라볼까’ 답답했고 여러 궁금증도 생겼어요. 그러던 중 성매매 문제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셨던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분의 제안으로 2018년부터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 그렇게 시작해서 일을 해보니 어떻던가요?

“하하. 솔직히 어려웠죠. 처음엔 가정폭력 문제를 다루는 활동을 했으니까 성매매 문제도 어렵지 않을 거라는 마음으로 왔는데 막상 와보니까 너무 힘든 거예요. 가정폭력의 트라우마 상담과 성매매 트라우마 상담은 너무 큰 차이가 있었어요. 더 일을 못하겠다 싶어 시작한지 한 달 만에 사직서를 써서 들고 다녔죠. 처음으로 소위 ‘집결지’라는 곳에 들어가서 여성들이 그곳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본 순간부터 심장에 통증이 느껴지더라고요.

처음 여성의전화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 상담의 ‘내재화’가 되어 상담을 오래 하게 되면 통증을 느끼게 된다는 얘기를 주변에서 들었는데 제 경우 심장으로 통증이 온 거죠. 감히 그분들에게 어쭙잖게 내가 상담이니 지원이니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싶어 사직서를 들고 다니다가 대표님이 좀 더 해보라고 만류하셔서 그래 좀 더 있어 보자 하는 심정으로 시간을 보낸 게 지금까지 왔네요.”

성매매 트라우마 여성의 아픔을 이야기하며 진지한 답변을 이어가던 마 사무국장은 일을 시작한 지 초반엔 너무 힘들어 사표를 가방에 넣고 다녔다고 한다.
성매매 트라우마 여성의 아픔을 이야기하며 진지한 답변을 이어가던 마 사무국장은 일을 시작한 지 초반엔 너무 힘들어 사표를 가방에 넣고 다녔다고 한다.

 

성매매 피해자들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개혁 걸림돌

- 성매매 이슈는 민감하고 복잡한 주제라 접근이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데, 솔직한 일각의 시각을 질문으로 대체해 보겠습니다. 성매매 문제가 과거 나라가 잘 살지 못했던 시절엔 전체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큰 사회 문제로 인식됐으나 갈수록 개인화되고 있다는 지적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예를 들면, 가난한 집안 오빠 동생 대학 보내기 위해서라던가, 집안의 빚을 갚기 위해서라든가 하는 것이 성매매 동기가 되었다면 지금은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좀 더 돈을 쉽게 벌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 말이죠.

“성매매를 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데, 문제는 시선이 여성에게 가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국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것인가, 따지고 보면 국가가 시작한 사업 아니냐는 것이죠. 실제 저희가 만난 여성 중 개인의 선택 차원에서 뉴스에서 보던 ‘텐프로’ 출신으로 부자가 됐다거나 쉽게 돈을 벌어 쓴다거나 하는 사례를 본 적이 없어요. 상담해 보면 의료지원이 필요한 분들이 대다수이고 정신과에서 우울증, 조울증 등으로 수면제나 약을 처방해 먹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분들이 많습니다. 개인의 선택 차원이고 그래서 더 행복하다면 누구나 그 일을 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죠. 더군다나 성매매에서 남성은 처벌이 너무 약합니다. 교육만 받으면 끝이고 적발되지 않으면 계속할 수 있는 구조에요. 그리고 지금은 아동 청소년 문제도 굉장히 심각합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얘기인가요?

“그들이 계속 10대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거예요. 스무살, 스물한 살이 됐을 때 조건 만남이나 이른바 ‘오피’와 같은 산업형 성매매로 인한 피해를 입었을 때 ‘성인이 됐으니 이제부터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된다는 거죠. 그러니까 저희의 요구는 성매매는 여성을 처벌할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구매자, 수요자들을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국가가 마련해줘야 한다는 거예요.

청소년들이 성매매 시스템으로 빠져들 수 없게 차단하고 성인 여성도 마찬가지로 차단막을 쳐주지 않으면서 남성과 똑같이 처벌하고 죄를 묻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작년부터 성매매 처벌법 개정을 위해 연대를 통해 법을 바꾸기 위한 운동을 조금씩 해나가고 있어요. 또 성매매라는 용어에도 양벌제의 뜻을 담고 있어서 이 용어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그리고 여성이 처벌받는 대상이 아닌 보호받아야 할 대상, 여성이 지원 체계 안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 성매매 현상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건가요?

“그렇죠. 항상 하는 얘기지만 저희 같은 단체가 없는 세상이 제일 좋지 않을까, 그런 세상을 꿈꿔보기는 해요. 제 개인은 새 직장을 찾기 위해 힘들 수도 있겠지만요. 하하. 우리와 같은 단체가 없다는 건 사회 안에서 성매매 문제가 없고 따라서 피해 여성들이 없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니까요. 저희가 피해 여성 의료지원에 나섰을 때 정형외과나 정신과 의사 선생님들에게 자주 받는 질문이 있어요. “이렇게 젊은 나이에 도저히 이 상태일 수가 없는데, 도대체 직업이 뭐예요?”와 같은 질문이죠.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 가슴 아픕니다.”

- 그러니까 언론에서 보도하는 ‘성매매로 돈 쉽게 버는 여성’이란 허구에 가까운 거로군요?

“인터뷰하기 전 아래층 전시장에서도 보셨지만 소위 성매매 ‘집결지’ 안에는 약국도 있고 세탁소도 있고 식당도 있고 모든 것이 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도 되어 있어요. 여성들은 성 구매 남성에게 소위 초이스를 받기 위해 계속 몸을 꾸며야 하고 성형 수술을 요구받아 연계되어 있는 성형외과에 가서 돈을 쏟아부어야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올해 기운이 별로 안 좋으니 굿 한번 해야 한다’는 강요까지 받습니다. 돼지 그림이나 복주머니 등 어떤 부적 같은 것을 지니기도 하고, 단지를 모시기도 하고요. 그런 경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집결지 안에서 어떤 이유로든 돈을 계속 쓰도록 구조화되어 있어요. 절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물론 성매매도 점점 온라인화 되어가고 있지만 결국은 ‘그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게끔 돼 있다는 거죠. 그러다 보니 저희가 긴급 구조에 나서기도 해요. 긴급 구조하기 위해 나섰던 몇몇 경우에는 상태가 심각한 피해자도 있었어요. 언론 보도는 정말 현장의 모습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는 거죠. 보통은 누구 한 명 죽지 않고서는, 여성의 사망 사고 소식 정도로 자극적이지 않으면 기사 한 줄 나올까 말까이지만, 현실은 죽지 않았을 뿐 말로 형용하기 힘든 일들이 많습니다.”

피해 여성들은 자활지원센터 등의 활동을 통해 치유와 자활이 기회를 스스로 열어가고 있다. 피해 여성이 직접 그린 작품에 대해 소개, 설명하고 있는 마 사무국장
피해 여성들은 자활지원센터 등의 활동을 통해 치유와 자활이 기회를 스스로 열어가고 있다. 피해 여성이 직접 그린 작품에 대해 소개, 설명하고 있는 마 사무국장

 

상처받고 소외된 여성들을 위한 Life Goes On

- 비현실적으로(?)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만큼 국가에, 정부에 바라는 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너무 많죠. 일단 정치적으로 피해자들을 위한 관련 법이 정비,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고요. 성매매여성을 처벌하는 조항을 삭제하고, 비범좌화하는 것입니다. 자활지원으로 봤을 때는 피해 여성들이 자활하는데 참여비가 현재 시간당 8,310원으로 150시간까지 참여할 수 있는데, 그래 봐야 200만 원도 안 되는 금액이에요. 이 금액으로 한 달을 생활해야 하는데 2023년 현재 물가로 살기 매우 어려워요. 그런데도 피해 여성분들은 자활 의지 하나로 꿋꿋하게 버티는 거죠.

사실 얼마나 유혹이 많겠어요. 그 적은 돈으로 3년간 의식주 해결하면서 다시는 재유입되지 않기 위해 버티는 대단한 분들이죠. 저는 그분들에게 감사할 뿐이에요. 그리고 주거 문제 해결도 시급합니다. 그분들이 주거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근본적으로는 국가가 책임지고 성매매 수요를 차단하고 근절시켜야 해요. 지금도 정부의 단속이 미치지 않는 변종 업소들이 많습니다. 누구나 접근이 쉬운 채팅앱이나 여성을 성적대상화하여 인격화하지 않은 리얼돌 문제 등 산적한 문제들이 너무 많아요.”

- 다른 건 없습니까?

“국가는 수치로 보조금 예산의 성과를 측정합니다. 수치로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자활의 과정안에서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는일, 눈을 마주치는 일, 잠을 편히 잘 수 있는 일 등 수치로 다 보여줄 수 없는 부분까지도 자활의 과정으로 봐 줬으면 하는 희망이 있어요. 피해 여성분들이 트라우마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어떤 사람은 단기간에 어떤 사람은 훨씬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듯 사람마다 회복 기간이 천차만별인데, 국가는 그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아요. 유입된 시간 만큼 치유 기간이 필요한 피해자들은 누가 보호해주고 책임져주냐는 거죠. 피해자 여성에게 국가는 온전히 일어섰을 때까지는 책임져줘야 한다고 봅니다.”

- 이야기를 들으니 피해 여성들을 돕는 일도 고강도 정신노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겠어요. 이 말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정신과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들도 정신과 상담이나 치료를 받는다더군요. 때때로 심장의 통증을 느낀다고 하셨는데... 개인적으로 압박감을 덜기 위해 하는 취미가 있습니까?

“다른 활동가나 후배에게도 하는 말이지만 제가 좋아서 하는 활동이고 함께 성장하기 위해 하는 활동이지 단순히 어떤 분들을 돕기 위해 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이 활동을 통해 얻는 게 더 많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 삶의 경험밖에 없잖아요. 근데 10대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20대, 30대, 40대, 50대 많게는 60대까지 여성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활동하면서 다양한 인생들을 접하게 돼요. 물론 일이 많을 때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너무 익숙해져 그런가 싶어 따로 개인 상담을 받아보기도 했지만 아니더라고요. 저는 지금 생활에, 이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다만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조용히 템플스테이를 다녀오곤 해요. 혼자 가서 명상하다 보면 세상만사를 잊게 되죠. 하하. 그렇게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면 더 열심히 살게 되는 것 같아요.”

- 가치를 추구하는 삶을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보이나요? 하하. 서른을 넘기면서 제 개인 가치의 의미를 찾자는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앞으로 살아가는데 돈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 제 개인의 가치를 발견하고 찾아가면서 마흔 이후 어떤 삶의 목표를 갖고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이곳에서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지금 하는 일 열심히 하는 게 목표에요. 앞으로도 이 공간이 상처받고 소외된 여성들이 부담 없이 언제든 문을 두드릴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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