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人] "생물종(種) 유례없는 붕괴... 생태복원 힘 쏟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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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人] "생물종(種) 유례없는 붕괴... 생태복원 힘 쏟겠다"
  • 박주연 NGO저널 기자
  • 승인 2023.01.2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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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은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

<편집자註> 수많은 사람(人)과 쉴새없이 소통하며 시민 세상의 이슈를 건져내는 게 NGO저널 기자의 일입니다. 시민사회는 시대의 창(窓)일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여론 형성의 장(場)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선 미래를 꿈꿀 수 없습니다. [스토리人] 코너를 통해 시민단체 속 각양각색 사연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별을 보러 다니고 산과 강을 다니는 것을 즐기며 천문학도를 꿈꾸던 소녀는 커서 정부를 상대로 전투적인 운동을 벌이는 ‘데모꾼’이 되었다. 강 복원을 외치다 과거 정부에서 고발을 당하는 일도 있었다. 누군가에는 정의로운 투사의 이미지로, 다른 누군가에게는 강경한 원리주의자로 비칠 수도 있겠다 싶은 그는 기자에게는 합리적인 상생주의자로 비치기도 한다. 부드러운 이미지 속에 자연에 대한 한결같은 애정으로 소신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신재은 (재) 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 캠페이너를 NGO저널이 만났다. 신 캠페이너는 현재 환경부 산하 국가수자원관리위원회 위원이기도 하다.

 

- 풀씨행동연구소 이름이 예쁘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합니다. 어떤 단체인지 소개해주세요.

"2018년 만들어진 저희 재단(숲과나눔)은 환경, 안전 등 부문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시민들, 단체들, 과학자 등 전문가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하는 곳이에요. 금전적인 지원도 하고 전문가들을 연결하는 방식의 인적 네트워킹 지원도 합니다. 이런 일을 함에 있어 재단이 구체적으로 조직화하고 아젠다를 발굴하고 리딩하는데 역할을 할 연구소의 필요성을 느껴서 만든 게 저희 풀씨행동연구소에요. 작년에 만들어져 이제 딱 만 1년이 됐습니다."

- 어떻게 연구소 일을 하게 되셨어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숲과재단’ 장재연 이사장님이 제가 이전에 활동하던 단체 대표님이셨어요. 그런 인연이 작용한 것이라고 봐야죠. 장 교수님은 환경·보건 분야의 권위자로, 사회적 갈등과 문제 해결에 많은 역할을 해오신 분이에요. 그런 역할 때문에 재단이 생긴 것인데, 마침 저도 당시 단체 활동을 하면서 아쉬움을 느끼고 고민을 하던 부분이 있던 터라 옮긴 것이죠."

- 어떤 고민인가요?

"사실 환경단체의 뿌리가 민주화 운동이다 보니 과학에 기반한 진단이나 대안을 내놓는 데 주력하기보다 사회 운동으로서 성격이 강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저는 일하면서 과학적 대안 제시 방식이 저에게 더 잘 맞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기존 환경단체의 경우는 사회적으로 기대되거나 요구받는 게 4대강 사업이나 케이블카, 흑산 공항, 가덕도 공항, 동강댐, 새만금 등 주요 현안에 대응하는 방식인데, 개인적으로 택하고 싶었던 방식은 구체적인 실제 사례 대안을 만드는 것이었죠. 물론 저 역시 개발 사업에 대응하는 기존 환경단체들이 해온 방식이 한국 사회에서는 소중한 자원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치적 반대세력이나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팩트를 토대로 합의할 수 있는 선까지 한발 한발 나아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동력을 만드는데 더 큰 매력을 느꼈어요."

- 그렇군요.

"하나의 예를 들어볼까요? 아메리카노에 대해 반대할 이유는 100가지도 더 이야기할 수 있어요. 맛이 없다, 색깔이 시커멓다, 공정 무역이 아니다, 카페인이 들어 있어 잠이 안 온다 등등 많잖아요. 하지만 아메리카를 반대한다고 내가 먹고 싶은 오렌지 주스를 먹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근데 사람들이 오렌지를 본 적이 없으니 주황색의 동그란 모양의 과일이 있는데 짜보면 달콤하더라, 어떻게 키워야 한다 등 이런 것들에 대해 누군가는 상(想)을 들이밀기도 하고 누군가는 직접 키워보기도 하고 시행착오도 겪으면서 맛있는 집과 맛없는 집을 구별하는 등의 활동이 다양해지면 이걸 싫어하는 사람들이 다른 대안을 생각할 수 있겠죠. 제가 그 부분을 고민하기에는 이전 직장이 너무 바쁜 곳이었어요. 그래서 여기 재단의 정신이나 토대가 저에게는 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이죠. 제가 연구소 공채 1기에요. 하하."

 

"환경운동도 과학적 팩트를 토대로 동력키워야"

- 원래 전공이 환경 쪽입니까? 어떻게 이 길로 들어서게 된 건가요?

"말하기 좀 창피한데, 어릴 적 꿈은 천문학자였어요. 어릴 때부터 자연에 관심이 많았죠. 보통 환경 쪽 선배 중에는 사회학이나 법학을 공부하신 분들이 많고 생태 덕후(※ 한 가지 분야에 깊이 빠진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북극곰이 좋아요’라는 유형은 아니고 자연 지형 자체를 좋아해요. 지구 자체에 관심이 많은 편이죠. 그래서 원래는 천문학과를 가고 싶었는데 어쩌다 대학에선 지리교육학을 전공하게 됐습니다. 어쨌든 전 우리가 지구를 망가뜨리면 안 된다는 고민이 많았고 그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사람들과 함께 일을 하고 싶었는데 현안에 대한 반대 운동은 저에게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어요."

- 외모평을 하자는 건 전혀 아니고요, 인상이 과학자나 문학소녀 같습니다.

"별을 좋아하는 소녀라서 그럴까요? 하하. 별을 보러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빛이 없는 곳을 찾아다녔어요. 원래 시골에서 컸고요."

- 시골 어디요?

"저는 항상 강원남도라고 얘기하는데 충북 제천이에요. 저는 이 지역이 문화권이나 기상, 음식 등 기타 여러 가지가 강원도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지라 충북의 아이덴티티가 없어서 항상 강원 남부라고 소개하고 다닙니다. 하하."

어릴적부터 별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해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다는 신재은 캠페이너.
어릴적부터 별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해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다는 신재은 캠페이너.

 

- 그럼 서울에는 언제 올라온 겁니까?

"고3 때까지는 제천에서 살았고 대학에 진학하면서 서울로 올라왔더니 세상에, 자연이 아니라 도시가 너무 좋은 거예요. 몇 년간 서울에서 신나게 지내면서 놀 만큼 놀고 나니 다시 자연이 좋아지더라고요."

- 그렇군요. 가족들은 어때요? 이렇게 활동하는 것 지지해줍니까?

"친정어머니는 엄청나게 싫어하시죠. 너 그러다 남산 끌려간다고 해요. 하하. 아버지는 저랑 비슷한 성향이라 반대로 엄청 좋아하세요. 남편과는 시민단체에서 만났기 때문에 저를 이해해줘요. 고발당하고 노숙하면서 집회, 시위하는데 전혀 다른 분야에서 만났다면 저를 잘 이해 못 했겠죠."

- 이야기를 좀 돌려볼까요? 지금 풀씨행동연구소의 현안은 뭡니까? 가장 집중하면서 추진하고 있는 일이 있나요?

"풀씨 사업이라는 게 있어요. 연간 100팀 정도를 지원하는 사업이 있거든요. 풀씨 사업에 주로 지원하는 분들이 자원 순환, 탄소 중립, 환경, 교육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관련한 포럼을 지원하는 일이 연구소로 오기 때문에 포럼(지원)을 많이 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생물 다양성에 관심이 많아서 이 부분에서 우리가 어떤 의제와 목표를 세워 일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최근에 제일 관심이 가는 건 네이처 포지티브(Nature-positive)라는 개념이에요."

- 독자들을 위해 쉽게 설명해 주시죠.

"네이처 포지티브란 자연의 손실을 멈추고 생물 다양성 감소 추세를 회복의 길로 전환하는 범지구적 자연 회복을 목표로 하는 거예요. 1970년을 기준으로 2018년 현재 생태계에서 생물 종(種) 약 69% 정도가 사라졌다고 해요. 지난 50년 사이 그렇게 사라진 원인 중 가장 큰 이유는 서식지의 손실이라는 거죠. 그 말은 결국 사람들이 서식지를 뺏는다는 의미에요. 그 외에도 외래종의 침입, 오염물질의 존재, 기후 변화 등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서식지의 손실이라는 위협이죠. 그렇게 해서 생물 다양성이 줄고 기후 변화가 발생했을 때 이른바 6차 대멸종이라고 불리는 생물 다양성의 붕괴 상태로 가게 되는데, 유래없는 수준의 붕괴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에요. 예를 들면 건강한 사람은 코로나에 걸려도 잘 이겨낼 수 있잖아요. 하지만 기저 질환을 가진 사람이나 노인은 극복이 어렵고 쉽게 사망할 수 있는데, 생태계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거죠. 생물 다양성이 보존돼 건강한 상태에서는 기후 변화로 인한 극한 상황이 와도 회복할 수 있지만 취약한 상태에선 폭염, 가뭄, 홍수, 화재 등의 기후변화에도 생태계가 쉽게 충격을 받고 생물 다양성이 붕괴한다는 거예요."

- 듣고 보니 심각하군요.

"그렇죠. 더 심각한 건 생물 다양성이 붕괴하면 인간도 살아남기 어렵다는 겁니다. 인간도 동물이라는 사실을 평소 잊고 살지만 결국 동물의 범주 안에 있기 때문에 생물 다양성이 붕괴되면 인간도 피해갈 수 없다는 거죠. 이걸 막기 위해선 최소한의 회복력, 건강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고 이런 고민을 전 세계적으로 펼치는 게 바로 네이처 포지티브라는 캠페인이에요. 생물 다양성이 손실되고 있는 현상의 변곡점을 만들어 다시 회복력을 높여가자는 개념이죠. 2020년도 기준 생물 다양성이 떨어지지만 변곡점을 만들어 2030년에는 일정 수준으로 회복하고 2050년까지는 완전히 회복하는 방향으로 가자는 거예요. 그리고 변곡점을 만들기 위해선 무분별하게 개발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변화가 필요한데, 그렇다고 개발 사업 한두 개 막아서 될 일은 아니에요. 전체적으로 자연의 총량 상실을 막아야 하는데, 이걸 목표로 정치나 정부, 민간단체 등 모든 것을 한 번에 다 바꿀 수는 없어서 변화를 위한 시스템화 토대가 필요하다는 거죠. 이를테면 사람들이 땅을 개발해 숲이 아파트 단지가 되면 돈을 버는 게 현재의 모습인데, 이런 매커니즘을 바꿔주자는 거예요. 땅을 보존하는 사람에게도 경제적 이득을 준다든가 개발자에 환경보존 비용을 더 많이 물리게 한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이런 방식의 제도들이 있는 나라도 있지만 한국은 아직 없어요. 한국전쟁 이후 개발 일변도로 왔기 때문이죠. 한국도 이제 변곡점을 만들어줘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현안을 갖고 싸우는 방식으로 우리가 과연 얼마나 자연을 지켜냈는가 차원에서 15년 차 활동가로 돌아보면 지킨 것보다 지키지 못한 게 더 많다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물론 그 싸움의 방식으로 한 운동이 소중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신재은 캠페이너는 환경운동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재은 캠페이너는 환경운동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은  환경 훼손 원인 밝힐 데이터 조차 없어"

- 전반적으로 공감합니다만, 한편으로는 생태주의, 생물 다양성 보존 등 이런 근사한 개념들이 보통 평범한 시민들에 얼마만큼 다가올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생활밀착형 운동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생태 덕후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시민들이 오히려 생태 환경에 관심이 늘고 있어요. 배우 김태리 님도 조류 관찰이 취미라고 하잖아요. 그렇게 일상에서 자연을 즐기고 주변 생태를 기록하는 시민과학자들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거든요. 2020년 도시공원일몰제가 적용되면서 전국의 공원들이 개발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줬는데 서울은 못했어요. 대단한 학자나 과학자가 아니라 자기 주변 생태를 아끼고 모니터해서 보호하려는 보통 시민들의 힘이죠. 그런데 기저에 있는 이런 시민들의 활동이 정부 정책으로 잘 반영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유를 생각해 보면 해외와 다르게 한국은 데이터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1970년을 기준으로 50년 동안 글로벌 데이터를 연구해온 단체들이 있어요. 그 단체들은 대륙별로, 시기별로, 종별로 변화를 추적해 온 리포트들을 발표하는데 한국은 그런 진단 자체가 없는 거죠. 그러니까 자연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고 기록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우리나라 자연 자원이 어느 시기를 기준으로 늘었는지 줄었는지, 줄었다면 왜 줄었는지, 자연을 훼손하는 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이 뭔지 등을 알 수 없다는 거죠."

- 민간단체 수준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요. 우리 정부도 그런 데이터가 없습니까?

"정부도 안 했죠. 정부가 왜 그 일을 안 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이런 데이터를 요구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비유를 자주 드는데, 국토부는 건설업자를, 산업부는 산업계를 대변합니다. 농림부는 농민, 해수부는 어민과 선박업체들을, 이렇게 각 부문의 이해관계자들을 대변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다면 환경부는 누구를 대변해야 할까요? 나무, 물고기, 새들이에요. 얘네들은 말이 없어요. 얘들의 말을 누가 대변하나요? 저는 환경단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환경단체들이 주로 관심을 갖는 게 현안에 대한 대응이다 보니 환경부에 그런 유의 데이터를 만들 것을 요구해 본 적조차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리고 말씀드린 것처럼 환경단체들이 그런 일을 하기에는 현안에 대응하는 문제로 너무 바쁘죠. 이제 제가 거꾸로 질문해볼게요. 한국에서 환경을 훼손하는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 도시 개발인가요? 인간 포함 동물의 배설?

"모른다가 정답이죠. 진단이 안 돼 있어요. 그리고 데이터마다 내놓는 게 각 각이고 따라서 어느 지역에서 어느 시기에 얼마나 훼손됐는데? 이 질문에 대해서도 아무도 대답을 못하죠. 제대로 분석해 본 게 없으니까요. 이를테면 경기도에서 제일 많은 임야가 사라졌단 말이에요. 반면 강원도는 제일 많은 임야를 지키고 있어요. 그렇다면 한국의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 역할을 강원도가 제일 많이 하고 있는 건데, 환경단체로부터 가장 많은 욕을 먹는 지자체가 또 강원도에요. 경기도에는 이른바 지킬 땅이 없거나, 지킬만한 가치 있는 땅이 없거나, 개발의 경제성이 높거나 하는 상태인 거죠. 저는 이제는 객관적으로 생물 다양성을 지키는데 누가 기여하고 있는가를 우선 진단부터 했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병원에 가서 진단한 뒤 약 처방을 하듯, 이 문제도 진단부터 하고 새로운 처방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생태계 서비스를 진단해서 개발로 인해 이득을 얻는 쪽에 비용을 물려야죠. 또 너무 쉽게 개발되면서 사라지는 숲이 있다면 독일이나 미국처럼 자연 자원 총량제를 해서 개발 사업 시 훼손되는 만큼 어딘가에 보관하거나 복구하거나 못하면 돈이라도 낼 수 있도록 해야 해요. 한국은 아직 안 하고 있어요. 그런 식으로 개별적으로 파편화돼 있는 생태 보전 활동이나 혹은 시민들의 보호 활동이 구체적인 에너지로 모일 수 있는 제도화된 정책들로 이어졌으면 하고, 그런 정책이 있어야 네이처 포지티브의 변곡점을 만드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복원하는 것이 평생의 목표"

- 환경론자들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흔히 드는 예가 천성산 도롱뇽 사건입니다. 터널 공사를 위해 천성산을 파괴하면 도롱뇽이 사라질 거라고 당시 환경주의자들이 엄청나게 반대했는데 막상 해놓고 보니 생태계가 파괴되기는커녕 오히려 도롱뇽이 번성하더라는 거죠.

"모 언론사가 해마다 봄에 그것 가지고 꼭 기사를 쓰죠. 하하. 저는 (개발하면) 문제가 있을 수 있겠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공법이 좋기 때문에 개발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을 수도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전 그것의 가치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개발자들 입장에선 너무 불필요한 갈등을 크게 겪었다고 생각하니 좀 피곤했겠죠. 결과가 어떠했냐라기보다는 그런 논쟁을 통해 사회가 어떤 교훈을 얻었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디테일은 당연히 예상하지 못한 게 있을 수 있고요. 또 실제로 반대의 근거가 부실했을 수도 있겠죠. 지금은 또 재생에너지 논란이 많죠. 저는 기본적으로 그때그때 감정에 따라 화풀이하는 식의 이야기는 보존하자는 쪽이나 개발하자는 쪽이나 둘 다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풀 한 포기도 소중하니 아무것도 건드려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나 개발해도 아무 문제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나 서로에게 양보할 수 없는 얘기가 되거든요. 양 극단적인 이야기는 배제하고 그 사이에서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최소한의 팩트에 기반한 대책을 만들자는 거죠."

- 더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모습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저는 진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요. 다만 해결을 위한 역할은 좀 다를 수 있다는 거죠. 이를테면 기후 변화 같은 경우에도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의 역할이 있고요, 그레타 툰베리 역할이 있거든요. (※ 스웨덴 출신의 환경운동가. 2019년 타임 올해의 인물에 선정. 2019년 노벨 평화상 후보로 선정되었다) IPCC는 이대로 탄소 배출을 하면 2050년에는 탄소 궤적이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종이 멸종된다는 식의 과학 데이터를 내놓지만 그레타 툰베리는 그걸 떠나서 ‘미래 세대를 생각하지 않고 트럼프 당신은 어떻게 기후협약을 탈퇴했나, ‘하우 데어 유’(How dare you…, 감히 당신들이…)라고 말하고 사람들은 그 부분에 죄책감을 느꼈잖아요. 하지만 이 사람이 근거를 다 갖추고 산업계가 모두 합의할 수 있는 접점, 대안을 내놓는 사람은 아니에요. 사회에 가치의 화두, 메시지를 던지는 사람이죠. 저는 그 중간에서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또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레타 툰베리는 아닌 거죠. 지율스님은 그레타 툰베리와 같은 역할을 하셨던 분이고요."

신재은 캠페이너는 올해 목표로 훼손된 강복원을 위한 경험과 역량을 쌓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사례에 비해 한국은 걸음마 수준으로, 초석을 쌓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재은 캠페이너는 올해 목표로 훼손된 강복원을 위한 경험과 역량을 쌓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 사례에 비해 한국은 걸음마 수준으로, 초석을 쌓는 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자연에 대한 관심 말고 개인적으로 즐기는 취미 생활이나 개인적으로 하는 고민이 있다면요?

"제가 이과 출신이기도 하고 원래 책을 잘 안 읽기도 하고 역사를 특히 싫어했는데 5년 전부터 역사책을 굉장히 열심히 읽고 있어요. 역사책을 읽다 보니 사람들의 고민이나 사고방식이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스케일로 뭔가 세상의 변화를 고민해 봐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고민이라...저는 모든 상황에서 항상 제일 기분 좋은 것, 제일 희망적인 것에만 초점을 맞추는 버릇이 있는 굉장한 낙천주의자라 특별히 고민이랄 게 없는 사람입니다. 하하. 다만 지금 하는 일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정도요? 아, 개인적인 고민이라면 탄소 배출 등 여러 면에서 봤을 때 개인이 할 수 있는 실천이란 게 채식인 것 같아서 채식을 해볼까 하는 고민은 있어요. 근데 제가 고기를 굉장히 좋아해서 잘 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SNS에서 동물권 주장하고 운동하는 분들 친구 맺어 놓고 그분들이 고깃집 앞에서 반대 퍼포먼스 하는 걸 고기 먹고 싶을 때마다 보면서 다짐합니다. 하하."

- 미래 세대 이야기를 하셨는데, 미래 세대가 살아갈 세상에 대한 고민도 있겠습니다.

"민주화 세대 선배들과 후배들을 보면서 생각이 참 다르구나 하는 걸 많이 느껴요. 후배들보다 한 10년 아래로 내려가면 저희 아들이 있고요. 얘들을 보면서 대화하는 방식이나 혹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보면 인식의 토대가 굉장히 다르다는 느낌을 받아요. 이 아이들이 성장한 미래가 지금보다 훨씬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얘들에게 혹독한 세상을 물려주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좀 들고요. 요즘은 주로 아들 생각을 많이 하게 되죠. 아들이 살아갈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뭐 이런 쪽으로 말이죠."

- 풀씨행동연구소의 올해 계획이나 목표는 뭔가요?

"제가 예전 환경단체에서 제일 많이 했던 일이 강 복원과 관련된 일이었어요. 강을 복원하기 위해 어떤 방식이 필요한지 어떤 사례가 있는지 많이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거기서는 그런 문제에 집중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그 일과 관련된 일에 집중하고 싶어요. 연구소에 들어와 작년에 했던 일 중 하나가 실제로 강을 복원할 대상지들을 정하고 강 복원 사업까지 가져가기 위한 토대, 현황 조사를 하는 팀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했던 것이었어요. 그 팀들과 강을 어떻게 복원할지에 대해 방법론을 정리하고 올해는 구체적인 캠페인을 해보고 싶어요. 강 복원 사업은 제가 운동하는 마지막까지 가져갈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집중할 생각입니다. 또 하나는 네이처 포지티브라는 개념을 한국 사회에 더 많이 알리고 환경부에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안하기 위한 심포지엄을 위한 테이블을 만들어보는 게 올해 구체적인 목표입니다."

- 강 복원이 필생의 목표라고 하니 또 궁금합니다. 제일 좋아하는 강을 꼽으라면요?

"어릴 때 많이 갔던 주천이요. 그땐 그 강이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너무 일상적이었기 때문이죠. 대학에 입학하면서 서울에 와서 살다 보니 한강이 아름답더라고요. 하천 지역을 배우면서 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한강이 아니라 제가 어릴 때 다녔던 강이 더 아름답다는 걸 알았어요. 4대강 사업의 강이 아닌 강이 원래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이요. 강의 담수 생태계 이런 것들을 복원하면서 나타나는 어떤 성과들을 사람들에게 잘 보여줘서 실제로 손에 잡히는 성과들을 만들어야죠. 그렇게 해서 시민사회도 전문가도 행정도 정치도 전부 다 강 복원에 경험과 역량이 쌓여야 더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시도들이 지금 미국과 유럽에서 굉장히 시도되고 있는데 한국은 걸음마 수준이기 때문에 초석을 쌓는 일을 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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