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가 미래다] 삼성·LG 위기 해법은 'CX'... 방법론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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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가 미래다] 삼성·LG 위기 해법은 'CX'... 방법론은 달랐다
  • 최유진 기자
  • 승인 2023.02.2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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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LG전자 'CX전략' 분석]
삼성, CX전략 키워드 '초연결'
통합 플랫폼 '스마트싱스' 고도화 집중
스마트싱스 앞세워 '초연결 고객경험' 제공
LG, CX 전략 '폼팩터 혁신'
'CES 2023'서 와이어리스TV 공개
대표이사 직속 CX센터 신설... 전담 조직 출범
"방향 잡았지만 구체적 상품 전략 부재" 지적도
(왼쪽부터) 삼성전자 MX사업부장 노태문 사장, 삼성전자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 이영희 사장. 사진=삼성전자
(왼쪽부터) 삼성전자 MX사업부장 노태문 사장, 삼성전자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장 이영희 사장. 사진=삼성전자

"경기가 불안정할수록 '고객경험'에서 정답을 찾아야 한다."

-이영희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장/부사장, 'CES 2023' 기자간담회. 

"세상에 없던 경험을 만들어 나가겠다. 깜짝 놀랄만한 '고객경험'으로 인사드리겠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 'CES 2023' 기자간담회.

방향은 잡았고 전략도 결정됐다. 남은 문제는 비어있는 '각론'을 채우는 일이다. 국내 전자산업을 상징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사의 브랜드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키워드로 '고객경험'(CX·Customer Experience)을 제시했다. 

CX는 제품의 물리적 성능을 포함한 이른바 '스팩'이나 '폼팩터 변경'에서 한 걸음 나아가, 제품 혹은 서비스의 기획 및 개발·디자인·원부자재·유통망·마케팅 전략 전반에 걸쳐 고객의 사용자 경험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경영방식을 말한다. 

전자제품 혹은 서비스의 품질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수치나 그래프로 표현할 수 있는 정량적 기술 격차는 크게 좁혀졌다. 지금처럼 기술이 고도화된 사회에서 제품 혹은 서비스 경쟁력을 가늠짓는 판단 기준은 수치의 나열이 아니라 '고객경험'이 돼야 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고객경험'은 제품 경쟁력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위기를 기회로 바꿀 해법으로 '고객경험'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4일부터 8일까지 진행된 'CES 202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양사 최고 경영진은 기회가 있을때마다 '고객경험'을 강조했다. 다만 접근법에서 두 기업은 도드라진 차이를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미래 회사를 먹여살릴 전략 먹거리로 '고객경험'에 바탕을 둔 '초연결'(Hyper-connected) 솔루션을 제시했다. 가전제품과 모빌리티, 스마트폰, 웨어러블·헬스케어 기기를 무선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에 연결, 각 기기간 호환성 극대화에 방점을 찍었다. 제조사가 다른 경쟁 제품에도 문호를 개방해 고객이 최적화된 사용 환경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삼성 관계자의 설명이다. 
 

삼성전자, '초연결' 승부수... "구체적 상품 전략 미흡"

LG전자, '폼팩터 혁신' 강조... "실체 없이 말만 앞서"   

조주완 대표이사 사장. 사진=LG전자
조주완 대표이사 사장. 사진=LG전자

삼성이 '초연결'에서 해답을 찾았다면 LG전자는 '폼팩터 혁신'을 강조했다. 회사는 '와이어리스' TV 'LG 시그니처 올레드M'을 폼팩터 혁신의 대표적 사례로 인용했다. 'CES 2023'에서 공개된 올레드M은 97형(화면 대각선 245cm) 올레드TV와 고화질 영상을 전송할 수 있는 무선 커넥트 박스로 구성됐다. 커넥트 박스는 블루투스, USB, LAN 포트 등을 지원해 사운드바 등 주변 기기와의 연결이 가능하다.

삼성이 '초연결'을 키워드로 네크워킹 관점에서 고객경험을 다룬 것과 달리 LG전자는 각각의 제품 별로 CX적 요소를 반영했다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 CX 전략에 대해서는 “키워드만 나왔을 뿐 구체적인 신사업 실루엣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 LG전자 CX전략에 대한 비판은 더 수위가 높다. “청사진도 로드맵도 없이 입으로만 고객경험을 이야기한다”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폼팩터 혁신의 사례로 인용한 올레드M에 대해서도 유선 케이블을 커넥트 박스로 대체한 ‘제품 개선’ 내지 ‘디자인 변경’에 불과하다는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이영희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센터장 부사장은 지난달 'CES 2023' 기자간담회에서 “CES 전시장에 삼성전자가 바라보는 방향성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며 “신제품 기능을 중심으로 전시를 꾸미다가 이번에 선보인 방향 때문에 많은 염려와 실망이 있겠지만, 의도대로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경기가 불안정할수록 고객경험(CX)에서 정답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정재연 삼성전자 디바이스플랫폼센터 부사장이 CES2023 삼성전자 부스에서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정재연 삼성전자 디바이스플랫폼센터 부사장이 CES2023 삼성전자 부스에서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신문

 

삼성, CX전략 담은 로봇 출시 예정
LG, CX센터 신설 "이제 걸음마"  

올해 ‘CES 2023’에서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는 로봇과 VR기기에 초연결 기술을 접목, 고객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방안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올해 안에 인체보조로봇 EX1을 출시할 예정이다. 앞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올해 안에 EX1이라는 보조기구 로봇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로봇을 신사업으로 점찍고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올레드M’ 외에 구체적 방향성을 담은 CX 전략 제품 출시 계획이 아직 없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대표이사 직속으로 CX센터를 신설하고, 산업디자인 전문가인 이철배 부사장을 센터장으로 임명했다. 회사는 CX센터 설립 이전에도 소규모 TF 조직으로 CX Lab을 운영했다.

CX Lab 운영 당시 회사는 휴대용 TV ‘스탠바이미’를 출시해 전 세계 언론의 눈길을 붙잡았다. ‘스탠바이미’는 MZ세대로부터 “TV를 거실에서 현관 밖으로 끌어낸 혁신의 아이콘”이란 평가를 받으며 완판 행진을 기록했다. LG전자 관계자는 "CX센터가 이제 막 신설됐다"며 "내부적으로도 정립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 기존 UX팀 상위 부서로 CX실을 신설했다. CX실은 모바일·생활가전 등 각 사업부문 별로 설치됐으며 프랑스 리옹대에서 전자통신공학을 전공한 패트릭 쇼메 MX사업부 부사장이 전체 CX조직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CX실에 소속된 임원은 부사장 7명, 상무 16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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