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22/리뷰] 목성·좀비·마조히즘... 극한의 공포 '칼리스토 프로토콜'
상태바
[지스타 2022/리뷰] 목성·좀비·마조히즘... 극한의 공포 '칼리스토 프로토콜'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2.11.21 04: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크래프톤, 서바이벌 호러 ‘칼리스토 프로토콜’
"공포게임 '데드스페이스'와 전혀 다른 게임"
칼리의 공포는 "깊은 우주 속 생체 실험 감옥"
무기 제한적... 공격 보다 살아남는게 더 중요
"개발자, 강한 사도마조히즘 성향 100% 확신"
너무 잔인해 일본 발매는 취소... 국내에선 19금 게임
2022 지스타 크래프톤 부스의 모습.
2022 지스타 크래프톤 부스의 모습.

크래프톤이 '2022 지스타'에서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3인칭 액션 서바이벌 호러 게임 '칼리스토 프로토콜'(이하 칼리)을 선보였다. 크래프톤은 부스의 절반을 칼리로 할애할 정도로 힘을 실었다. 칼리는 콘솔과 스팀 및 에픽게임즈 스토어 기반 PC 게임으로 글로벌 출시된다. 호러 게임 ‘데드 스페이스’의 제작자로 유명한 글렌 스코필드의 작품이다. 크래프톤은 12월 2일 글로벌 공식 출시 세계 최초로 직접 플레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지스타에서 제공했다. 발매전까지는 모든 관람객의 사진과 영상 촬영을 금지했다.

자신감 있게 체험장에 뚜벅 걸어 들어갔다. 크래프톤은 관람객 20명을 1조로 이동시켰다. 게임 시연에 앞서 어두캄캄한 영화관처럼 생긴 곳에서 칼리 세계관을 20분 가량 시청시켰다. 

칼리토스는 2320년 목성에 위치한 위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곳에는 강력한 보안 시설을 갖춘 칼리스토의 교도소 '블랙아이언'가 있고, 이 곳을 탈출하며 유나이티드 주피터 컴퍼니의 끔찍한 비밀을 밝혀내야 한다. 또한, 근거리 전투 및 슈팅 조합 활용 등의 전술을 통해 블랙아이언 교도소를 혼돈에 빠뜨린 정체불명의 전염병 사태로부터 생존하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참고로 칼리스토는 실제 인공위성의 이름이다. 스티브 파푸트시스 SDS 최고개발책임자는 "어딘가 있을 법한 위성을 상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실제 존재하는 위성"이라며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다가가도록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영상은 예상했던 대로 잔인하고, 끔찍했다. 중요한 것은 잔인함의 수위다. 주인공은 깨어나 보니 연구실은 피범벅으로 엉망이 돼 있고, 홀로그램은 좀비의 영상을 보여준다. 좀비에 의해 연구원들은 머리가 뜯겨지고, 먹혀졌다. 꼬챙이, 낙사 등 사물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사망하는 것은 '복'(福)이었다.

사진=크래프톤
사진=크래프톤

상영이 끝나자 안내원은 1층 체험존으로 1조를 안내했다. 궁긍즘으로 가득했던 관람객들의 최초 눈빛은 사라지고, 다들 숨죽인채 체험존으로 이동했다. 

체험존은 좀비가 습격한 생체연구실이었다. 안내요원들은 1조 대원 한명씩 그곳에 집어넣었다. 눈에 보이는 것은 어두캄캄한 공간과 게임화면, 그리고 그 화면의 빛이 반사돼 희미하게 보이는 검정 의자와 조이스틱, 헤드셋 뿐이다. 생체연구실(?)은 칼리에 집중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게임이 시작됐다. 3인칭 액션 서바이벌 게임인데, 주어진 무기는 5발이 장착된 권총 한자루와 네모난 쇠뭉치. 나의 캐릭을 지켜줄 유일한 생존 무기다. 초반 적응에 시간이 걸리면서 자주 사망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죽을 지 예측하기 힘들다. 하수도 급류에 휩쓸려 쇠꼬챙이에 박혀 죽고, 떨어져 죽고, 환풍기에 빨려들어가 믹서기처럼 갈려 사망한다. 수많은 좀비를 때려잡는 게 아니라 제한된 무기로 어떻게해서든 살아남아야 한다.

칼리는 유저가 가지고 있는 감각을 최대치로 유지시킬 것을 요구한다. 너의 캐릭터가 언제 어떤 식으로 죽을지 모른다는 시그널을 끊임없이 보낸다. 화면에 보이는 모든 것과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를 의심을 해야 한다. 잔인함과 살아남아야 한다는 공포감 때문인지 조이스틱의 진동은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 새 의식의 흐름에 나를 맡긴다.

무찌를 수 없는 좀비가 따라왔고, 황급히 하수도로 피하면서 맨홀 뚜껑을 닫자 좀비 팔이 끼었다. 팔은 퉁퉁 부은채로 새빨간 피가 뚝뚝 떨어졌다. 살았다는 안도감은 묘한 쾌감으로 이어진다. 하수도를 따라 움직였다. 어디가 탈출로인지는 알 수 없다. 의식의 흐름에 따라 그냥 걸을 뿐이다. 하수도의 수위가 갑자기 높아졌다. 누군가 수도를 열어 급류에 휩쓸렸다. 하수도에 설치된 기둥을 피해야 했고, 피하지 못하면 표현할 수 없는 방식으로 캐릭터는 사망했다. 죽고 다시 도전. 또 죽고 재도전. '죽음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고, 그 끝이 희미하게 보였다.

하수도 탈출 막바지에 좀비가 갑작스럽게 등장해 나의 탈출을 방해했다. 머리를 물려고 사정없이 달려들었다. 사는 방법은 오로지 하나. 조이스틱의▲(세모) 버튼을 연타로 누르면 좀비를 물리친다. 누르지 못하면 또 죽고 만다. 머리가 뜯겨서. 머리에 연결된 대동맥에서 솟구치는 핏줄기가 클로즈업된다.

급작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을때 세모 같은 것을 누르는 수행 미션은 게임의 재미를 높이는 보편적인 요소다. 타이밍만 정확하다면 무난한 미션이다. 칼리는 잔인함 때문인지 정확한 터치보단 갈급함의 터치가 묻어나온다. 다다다다다. 체험 후 오른쪽 엄지 손톱이 빨개진 이유다. 

좀비 제거 후 하수도 급류에서 겨우 살아남아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간에 떨어졌다. 개발진도 나름 어려운 미셨이었다는 것을 감안했는지 체력 물약(HP)을 두었다. 체력을 채우고, 다시 미션 장소로 이동. 피범벅이 된 망가진 연구실로 들어서자 화면은 더 어두워졌고, 긴장감은 다시 고조됐다. 좀비가 어느 곳에서 출몰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장소. 모든 감각을 다시 깨워 연구실을 지나가는 순간. 툭툭. 그 순간 누군가 나의 어깨를 쳤다. '으악!' 깜짝 놀란 나머지 조이스틱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체험시간 종료됐습니다."(크래프톤 안내직원). 이렇게 칼리에서 강제 탈출했다.

칼리스토 게임 일부 화면 모습.
칼리스토 게임 일부 화면 모습.

체험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한 체험자는 개발자가 이상한 성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칼리 체험자 김규민(28) 씨는 "어떻게 죽일지에 대해 연구를 굉장히 많이 한 것 같다. 이 정도면 개발자가 사도마조히즘이나 사도새디즘 성향을 가지고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른 관람객은 칼리의 '한계성'을 언급했다. 박주아(25) 씨는 "'호러'와 '권선징악' 같은 장르는 짧은 시간에 극적인 감정을 느끼게하는 장점이 있지만 '뻔하다'는 '일회성'의 한계도 있다. 호러는 매번 공포스러울 수 없고, 악을 처치하고 나면 그 후의 재미는 반감한다"며 "이번 체험도 영상은 20분 보여주고, 체험은 10분 정도 밖에 주지 않은 것은 '공포 적응'을 경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