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고나간 SK이노... 정유·석화업계, '열분해유' 기술 경쟁 불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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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고나간 SK이노... 정유·석화업계, '열분해유' 기술 경쟁 불붙었다
  • 배소라 기자
  • 승인 2022.01.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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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지오센트릭... 국내 최초 '도시유전' 사업
폐플라스틱 용해→정제→열분해유 생산
오염 유발 불순물 제거 후처리 기술 확보
현대오일, 열분해유 '원료' 활용... 친환경 나프타 생산
GS칼텍스, 경질유 생산에 열분해유 적용
한화솔루션, 플라스틱 분자구조 변환 기술 개발
롯데케미칼, 재활용 페트 연간 32만톤 생산 목표
ESG 경영 확대... 탄소배출·폐플리스틱 문제 해결
SK지오센트릭과 SK 울산CLX 구성원들이 최초 공정 투입을 위해 열분해유를 싣고 온 차량(탱크 트럭)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SK지오센트릭
SK지오센트릭과 SK 울산CLX 구성원들이 최초 공정 투입을 위해 열분해유를 싣고 온 차량(탱크 트럭)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SK지오센트릭

"우리는 폐플라스틱으로 원유를 만듭니다."

최근 정유·석유화학업계가 폐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열분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는 물론이고 탄소배출 저감과 폐플리스틱 환경오염 문제 해결을 위해서다.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을 고온으로 용해, 불순물 정제 과정을 거쳐 추출하는 재활용 원유의 일종이다. 품질과 안정성이 확보되면 플라스틱 폐플라스틱 재활용 비중을 크게 높일 수 있어, 업계의 관심이 높다.

폐플라스틱 기반 열분해유 개발 및 활용에 가장 앞서 있는 기업은 SK이노베이션이다. 회사의 화학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9월부터 SK이노베이션 울산컴플렉스(CLX) 정유·석유화학 공정에 열분해유를 '원료'로 투입하고 있다. 원료유로 투입된 열분해유는 다른 원유와 마찬가지로 SK에너지의 정유공정과 SK지오센트릭의 석유화학 공정을 거쳐 플라스틱 등 석유화학 제품으로 거듭난다. SK지오센트릭의 열분해유 정유·석화 공정 투입은 국내 첫 사례이다. 

지금까지 열분해유는 염소 등 불순물이 다량 함유돼 재활용이 어려웠다. 대기오염 물질 배출, 설비 부식 등 2차 오염 문제도 있어 사용이 극히 제한적이었다. SK지오센트릭은 '불순물 제거 후처리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데 성공, 한계를 극복했다.  

열분해유 품질 개선에 성공한 SK이노베이션은 지오센트릭을 통해 '도시유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도시유전'이란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에서 다시 석유를 뽑아내는 사업을 말한다. 폐플라스틱을 고열로 분해해 만든 열분해유가 대표 제품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이달 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22'를 통해 '2030년 탄소 1100만톤 감축'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현대오일뱅크, 열분해유 실증연구 진행 중
GS칼텍스, 경질유 생산에 열분해유 활용

'열분해유' 재활용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실증연구'로 가시화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1월부터 원유 정제 공정에 '열분해유' 약 100t을 투입, 친환경 납사(나프타) 생산에 나섰다. 회사 측은 실증연구 차원에서 열분해유를 투입, 생산 효율과 안정성을 검증하고 있다. 목표치 이상의 결과값이 나오면 투입량 확대를 고려한다는 것이 회사 측 복안이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정유사 중 유일하게 열분해공정(DCU)을 운용 중이다. 회사는 DCU 설비를 활용해 연간 5만톤 규모의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번 사업엔 정부의 규제 완화 프로그램 '규제 샌드박스'의 도움이 컸다. 현행법상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석유정제업자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공정원료로 사용할 수 없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초 산업통상자원부 및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에 '규제 샌드박스' 제도 적용을 신청, 그해 9월 '실증을 위한 규제특례' 승인을 받았다.

열분해유를 정유화학 공정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곳이 현대오일뱅크만은 아니다. GS칼텍스는 열분해유를 석유정제공정에 투입해 재활용하는 실증사업에 착수했다.

회사는 지난달 22일부터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약 50t을 여수공장 고도화시설에 투입하고 있다. 고도화시설은 중질유를 휘발유·등유·경유 등 경질유로 분해·정제하는 공정 설비다.
 

한화솔루션, 플라스틱 분자구조 변화 
롯데케미칼, 품질 저하 없는 패트병 재활용    

기존 플라스틱의 분자구조를 변형하는 신기술도 등장했다.  

한화솔루션은 2024년까지 플라스틱을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키로 했다. 나프타 분해설비를 통해 플라스틱 폐기물을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플라스틱 기초 원료로 재생산하면 플라스틱의 반복 사용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양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롯데케미칼은 오래되거나 오염된 페트병을 수차례 재활용해도 품질 저하가 없는 화학적 재활용 페트(C-rPET) 생산량을 2030년까지 연간 32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세계 최대 폐기물 수입국인 중국은 올해부터 고체 폐기물 수입 전면 금지 방침을 발표했다. 국가 간 유해 폐기물 이동을 규제하는 바젤협약의 폐플라스틱 관련 규제도 올해부터 강화됐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국가간 이동 금지와 발생 국가 처리 원칙은 국제환경보호단체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글로벌 업계도 이같은 흐름에 적극 동참한다는 데 이론이 없다. 특히 지난해 재계 최대 화두로 부상한 'ESG 경영'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핵심 지표로 인식되면서,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기업 윤리를 넘어 경영 현안이 됐다. 

업계 관계자는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기업은 투자를 받기도 어려워지고 있다"며 "정유·석유화학사들은 폐플라스틱에서 만들어진 열분해유를 원유로 사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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