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업 집회 주도' 시민단체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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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업 집회 주도' 시민단체의 민낯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2.01.2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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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시민사회단체, 반기업 성향 집회 팩트 체크
인천지역 수소플랜트 시설 백지화 요구하며 집회 시작
서울 올라오면서 집회 성격 변질... 규모도 커져
뜬금 없는 '대한상의 회장 사퇴' 요구
'원조 살인기업' 등 선정적 구호 난무
신현한 교수 "시민단체 권력화... 대안 세력 부재"
26일 서울 종로 서린동 SK본사 앞에서 열린 SK 규탄 기자회견 모습. 사진=시장경제DB
26일 서울 종로 서린동 SK본사 앞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사진=시장경제DB

환경감시와 부정·부패 척결 등의 구호를 앞세운 특정 시민사회단체들이 일부 대기업을 표적삼아 당해 기업 총수의 경제단체장 사퇴, 수 천억원 대 손해배상(지정 기탁)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잇따라 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들은 법원이 인과관계를 부인한 사안에 대해 기업과 기업인의 책임을 주장하고, 온라인 상에 떠도는 일방적 의혹을 사실처럼 단정지어 기업의 사과를 종용하는 등 반기업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비교우위의 경쟁력을 확보한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일부 반기업 성향 시민사회단체의 일방적 실력행사로 그 신인도와 이미지에 심각한 내상(內傷)을 입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시민단체 고유의 견제·감시 기능을 넘어섰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최근 들어 대기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 형식을 빌린 규탄 집회를 가장 자주 여는 특정시민단체는 글로벌에코넷과 SK수소공장 건설 반대 범시민협의회, 행·의정 감사네트워크 중앙회 등이다. 위 3개 단체는 대표가 동일인물이며, 최근 집회와 기자회견에 함께 이름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인천 서구 원창동과 인천시청 등에서 집회를 이어가던 이들은 이달부터 서울로 상경, 서린동 SK 본사 앞으로 장소를 옮겼다. 

이들 단체는 SK인천석유화학 인근에 들어설 수소플랜트가 ‘핵폭탄급’ 폭발위험을 갖고 있다는 등의 과장된 주장을 펼쳐 적절성 논란을 초래했다. 인천 지역 집회에서는 공장시설 이전 촉구에 무게를 뒀으나 서울로 무대를 옮기면서 'SK 총수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사퇴',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보상을 위한 2천억원 지정 기탁' 등 주장의 내용과 집회 성격이 바뀌었다. 촛불계승연대 천만행동, 가습기살균제 관련 단체 등도 이때부터 이름을 올렸다. 위 3개 단체 대표는 서린 본사 앞 집회 공동주최단체 중 한 곳인 촛불계승연대 천만행동 공동대표도 맡고 있다. 

위 단체들이 중심이 된 집회는 이달 12일에 이어 26일 오후 서린동 SK본사 앞에서 다시 열렸다. 이날 집회에서는 최태원 SK회장의 대한상의 회장직 퇴진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대한 보상, 인천 서구 SK인천석유화학 공장 이전 및 수소 플랜트 건설 백지화 등이 주된 내용이었다.

이들 주장이 최 회장의 대한상의 회장직 사퇴 요구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설명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의문을 자아낸다. 

대표적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경우, 법원은 SK측에 대한 검찰의 공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성분 가습기살균제 사용과 이 사건 폐질환 및 천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2년 동안 심리한 결과 CMIT 및 MIT 살균제는 유죄판결을 받은 PHMG 등과는 성분에 많은 차이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한편으로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여야 대통령선거 후보를 겨냥한 정치적 발언도 등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촛불계승연대 천만행동 관계자는 "유력 후보와 공천정당들이 온갖 화려하고 달콤한 말을 이구동성으로 외쳐대고 있지만, 귀담아 들을 만한 말이 거의 없다"며 "우리 시대를 종합 진단하고 사회구조를 분석해 3대 요구, 또는 5대 과제로 압축·제시하는 특별 기자회견을 조만간 개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SK본사 앞 기자회견 안내 메시지. 사진=화면 캡처. 

 

기업 규탄 시민단체, 팩트 확인 아쉬워  

앞서 지난해 9월 SK그룹은 18조 5000억원을 들여 2025년까지 수소의 생산과 유통, 공급에 이르는 통합 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SK E&S는 인천 서구 원창동 SK인천석유화학단지 내 약 1만3000평 부지에 연 3만t 규모 액화수소 플랜트를 2023년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글로벌에코넷 등은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시민단체와 함께 위 기업 공장시설의 이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며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초기 이들 시민단체가 요구한 사안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기 운영 중인 파라자일렌 공장의 이전이었고 다른 하나는 새로 추진 중인 수소플랜트 건설 계획 백지화였다.  

시민단체들은 “주택가나 아파트, 학교 코앞에 연간 3만 톤 생산규모 수소플랜트까지 추가한다면 기존 폭탄공장에다가 핵폭탄을 몰아주는 격”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장 근거로 중국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를 인용했다. 

전문가들은 전체적인 설비 안전도와 공정시스템 측면에서 국내 석화공장의 기술 수준이 월등히 뛰어나다며, 중국 폭발사고를 우리나라의 경우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환경오염과 소음,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2006년부터 현재까지 약 4000억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초에는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공정안전관리(PSM) 이행 상태 평가'에서 최우수 ‘P’ 등급을 획득했다. 

전문가들은 물성(物性)의 특성을 무시한 주장이란 분석도 내놨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와 비교해 폭발 위험이 극히 낮다. 기체 상태 수소보다 부피는 800분의 1로 줄어들고, 탱크 내 압력도 낮아지기 때문에 안정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이다. 

시민단체의 '핵폭탄급' 구호가 지역 주민의 막연한 불안감에 기댄 가정이라면, 파라자일렌 공장과 수소플랜트 시설의 높은 안정성은 '팩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선동적 행태를 보이는 것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시민단체 弱者 아닌 새로운 권력...  
시민단체 견제할 대안 세력 부재" 

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시민단체의 '권력화'가 낳은 부작용이라고 진단했다. 과거와 달리, 시민단체는 그 힘과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진 반면 이를 견제할 수 있는 대안 세력이 없어 자정작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어떤 집단이라도 권력이 치중되면 악(惡)이 될 위험성을 안게 된다"며 "오늘날의 시민단체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라 하나의 권력으로 자리잡은 만큼, 자신들의 주장이 정치적·경제적으로 미칠 파급효과에 대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시민단체에 참여하고 있는 여러 지식인들과 대화를 나눠보면,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며 "기업과 기업인을 악행을 일삼는 집단이라고 전제할 경우, 소통의 여지가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으로 신 교수는 "시민단체의 문제제기가 우리 사회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면도 적지 않다"며 "기업도 시민단체가 사실을 오인하지 않도록 내용을 정확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수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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