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초격차' 노리는 이재용... 美 테일러 반도체 공장에 20조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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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초격차' 노리는 이재용... 美 테일러 반도체 공장에 20조 투자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11.2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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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간 끌었던 신규 파운드리 공장 부지 확정
美 텍사스 테일러에 역대 최대 규모 '20조' 투자
글로벌 경영 나선 이재용... 파운드리 초격차 '시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삼성전자가 신규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부지로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를 최종 확정했다. 올해 8월 가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벌 경영행보에 나서면서 6개월여 간 지지부진했던 제2의 파운드리 건설계획에 마침표가 찍힌 것이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 최대 경쟁상대인 대만 TSMC와의 글로벌 점유율 다툼에서 유리한 포석을 두게 됐다. 

삼성전자는 미국 현지시간으로 23일 미국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 존 코닌 상원의원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지 선정 결과에 대해 이 같이 발표했다. 

이번 신규공장 건설에는 170억달러(한화 약 20조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미국에 투자한 금액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신규 생산 라인에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된다. 5G, HPC(High Performance Computing), AI(인공지능)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김기남 부회장은 "올해는 삼성전자 반도체가 미국에 진출한 지 25주년이 되는 해로, 이번 테일러시 신규 반도체 라인 투자 확정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신규 라인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 인재양성 등 지역사회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렉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이 계속해서 텍사스에 투자하는 이유는 텍사스가 갖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비즈니스 환경과 뛰어난 노동력 때문"이라며 "삼성전자의 신규 테일러 반도체 생산시설은 텍사스 중부 주민들과 가족들에게 수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텍사스의 특출한 반도체산업 경쟁력을 이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텍사스주 테일러시를 신공장 부지로 선정한 배경에는 기존 오스틴 생산라인과의 시너지, 반도체 생태계와 인프라 공급 안정성, 지방 정부와의 협력, 지역사회 발전 등 여러 측면을 종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테일러시에 마련되는 약 150만평의 신규 부지는 오스틴 사업장과 불과 25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기존 사업장 인근의 인프라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용수와 전력 등 반도체 생산라인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도 우수하다.

텍사스 지역에 다양한 IT 기업들과 유수 대학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파운드리 고객과 우수인재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테일러시 교육구 정기 기부, 학생들의 현장 인턴십 제도 등 인재 양성을 통한 지역사회와 동반성장 효과도 기대된다.

테일러시에 들어서는 신규 라인은 평택 3라인과 함께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하게 된다. 기흥·화성과 평택, 미국 오스틴·테일러를 잇는 삼성전자의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삼각벨트가 완성되는 셈이다.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와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그랙 애벗 주지사 트위터
그랙 애벗 텍사스 주지사와 악수를 나누는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그랙 애벗 주지사 트위터

 

시스템 반도체 '초격차' 나선 이재용... "확실한 1등 하겠다"

앞서 올해 5월 삼성전자는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미국에 파운드리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총수부재’가 이어지고 있던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세부계획을 정하지 못하고 고심했다. 당시 수감 중이던 이 부회장이 고육지책으로 ‘옥중 경영’에 나섰지만, 대규모 투자계획을 확정짓기에는 한계가 뚜렷했다. 

지지부진했던 신규 파운드리 공장부지 선정은 이 부회장이 8월 가석방되고, 이후 글로벌 경영행보에 나서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평소 파운드리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이 부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초격차’를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다잡고 있다. 

이 같은 이 부회장의 경영방침은 공개석상 발언에서도 드러난다. 이 부회장은 2019년 4월 화성캠퍼스에서 열린 시스템반도체 비전 선포식에서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할 것”이라며 “굳은 의지와 열정 그리고 끈기를 갖고 꼭, 해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해 6월 DS·디스플레이 사장단 회의에서도 이 부회장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해 1월 평택 EUV 파운드리라인 투자를 결정하는 자리에선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위한 투자를 멈춰선 안된다”고 했다. 이어 6월 반도체 연구소 간담회에서도 “가혹한 위기 상황”이라며 “미래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드느냐에 생존이 달렸다.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올해 첫 행보도 시스템반도체를 챙기는 것으로 시작했다. 시스템반도체에 필수적인 반도체 설비 확보에도 직접 나서는 등 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의지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투자액을 기존 133조원에서 171조원으로 늘린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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