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석방 이재용에 '취업제한' 꼬리표... 원칙인가 뒤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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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석방 이재용에 '취업제한' 꼬리표... 원칙인가 뒤끝인가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1.08.16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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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석방 상태서 5년 취업제한 적용, 경영복귀 '난항'
취업 불허, 경제에는 기여? 박범계의 모순 발언
재계 "경제상황, 가석방 취지 고려해 사면해야"
변재일 의원 "전략적 의사결정, 총수결심 없이 불가능"
박범계 법무부 장관. 사진=시장경제DB
박범계 법무부 장관.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으로 13일 출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그의 경영 일선 복귀를 위해서는 올해 초 법무부가 통보한 ‘취업제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법무부는 올해 2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근거해 삼성전자와 이 부회장 측에 ‘5년간의 취업제한’을 통보했다. 취업제한 처분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이 부회장 가석방은 그 의미가 퇴색된다.

‘취업제한’의 효과가 상존하고 있는 한 이 부회장은 특유의 광범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는데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취업제한이 풀리지 않으면 대규모 인수합병, 전략적 투자, 미래 먹거리 발굴 등 그룹의 굵직한 현안을 이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해 일본의 무역규제 당시 이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우리 산업계가 위기를 극복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재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코로나 백신 공급 차질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 부회장의 역할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백신 공급이 안정을 되찾는데 이 부회장의 정상급 글로벌 인맥이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은 재계는 물론이고 정치권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

좁게는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넓게는 걷잡을 수 없는 코로나 재확산 상황 수습을 위해서, 이 부회장에 대한 법무부의 취업제한은 취소돼야 한다는 견해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법무부장관은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특경가법상 취업제한을 풀 수 있다.

 

재계 "사면 절실, 취업제한 소모적 논란 해소해야"

이 부회장에 대한 법무부 취업제한과 관련해서는 처음부터 대상이 아니었다는 반론도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로부터 일체 급여를 받지 않고 있으며 등기 임원도 아니다. 그는 2019년 10월 등기이사 임기 종료 후 연임하지 않고 '무보수 미등기' 임원으로 일해 왔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취업’이란 조건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 앞서 최태원 SK 회장도 같은 논리를 내세워 법무부 취업제한의 굴레를 피했다.

재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취업제한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이 부회장이 빠른 시간 안에 경영 일선에 복귀에 국가적 현안 해결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본래 의미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형 선고 실효' 효력을 갖춘 사면이 단행된다면, 특경가법상 취업제한 논란은 불필요하다. 

앞서 9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 부회장 가석방 이유를 묻는 기자 질문에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환경에 대한 고려차원에서 이 부회장을 가석방 대상에 포함했다”고 답했다. 정부 차원에서도 이 부회장의 역할론을 기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답변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 법무부의 취업제한 처분은 가석방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시장경제DB

 

취업승인 불허, 국가 경제에는 기여?... 법무부장관의 모순(矛盾)

박범계 장관이 밝힌 가성방 취지와 취업제한 관련 발언이 모순된다는 비판도 있다. 가석방 심사를 하루 앞둔 12일 박 장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취업승인'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고려한 적 없다"고 답했다. 박 장관은 다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도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국가적 경제사정'을 고려해 가석방을 결정했다는 설명은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를 염두에 뒀음을 시사한다. 기존 투자 계획에 대한 조속한 실행과 일자리 창출을 비롯해 스텝이 꼬인 백신 수급 문제에 대한 지원 등 '총수 이재용'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취업승인은 고려한 적 없다'는 박 장관의 발언은 앞뒤가 맞는 않는다. 총수로서의 경영복귀는 막아놓고 국가 경제에 기여하라는 주문은 언어유희나 다름이 없다. 

국가적 현안 해결 뿐만 아니라 삼성의 브랜드 가치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의 경영복귀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대만 TSMC와 미국의 인텔 등 거대 반도체 기업들이 앞다퉈 설비경쟁에 나서고 있는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스마트폰 사업부문에서는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기업이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대형 TV부문도 수율을 크게 개선한 OLED 진영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주력 사업 대부분이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도 삼성전자의 발걸음은 더디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전략적 행보를 찾아보기 어렵다. 세부 마스터플랜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더라도 기본적인 방향 설정은 총수의 몫이다.

 

변재일 의원 "대만 시스템반도체 맞설 기업 삼성뿐... 사면해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 부회장 가석방에 대해 “경영계의 입장과 국민적 공감대가 받아들여진 것으로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가석방은 취업제한, 해외출장 제약 등 여러 부분에서 경영 활동에 어려움이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행정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이 부회장이 사면이 아닌 가석방 방식으로 기업경영에 복귀하게 된 점이 아쉽다"며 "향후 해외 파트너와의 미팅 및 글로벌 생산현장 방문 등 경영활동 관련 규제를 관계부처가 유연하게 적용해 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계에서는 여권의 5선 중진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부회장 ‘사면’에 대한 의견을 밝혀 눈길을 끈다. 당내 반도체특위 위원장인 변 의원은 지난달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의 시스템반도체에 도전할 기업은 삼성 밖에 없다“며 "전략적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총수의 결심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해 ‘사면’ 필요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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