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삼바 증거인멸 판단, 분식회계 檢수사 지켜본 뒤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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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삼바 증거인멸 판단, 분식회계 檢수사 지켜본 뒤 결정"
  • 유경표 기자
  • 승인 2019.10.29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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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인멸 결심 공판... 1심 재판부 "12월 9일 선고, 잠정 결정"
40일 뒤 선고기일... "본죄인 분식회계 檢수사 의식한 결정" 분석
檢, 결심서 피고인들에 징역 1~4년 구형... '인멸증거 특정' 실패
변호인단 "검찰, 분식 혐의 입증 난항... 인멸증거 특정도 못 해"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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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 증거인멸 의혹 사건 1심 재판부가 이 사건 선고기일을 12월 9일로 지정하면서, ‘본죄’에 해당하는 분식회계 혐의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 유무죄 판단을 내리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증거인멸 결심 공판이 28일 끝난 점을 고려하면 선고기일을 바로 잡지 않고 약 40일 뒤로 미룬 것은, 분식회계 의혹 관련 검찰 수사 결과를 살핀 뒤 이 사건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8일 열린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마지막까지, ‘인멸된 증거’가 본죄인 분식회계와 관련이 있음을 ‘특정’하지 못했다. 검찰은 백업데이터 복구 결과 파일만 1200만개에 달해 내용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특정’을 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도 상당한 시간을 분식회계 정황을 설명하는데 할애하면서, “삭제된 자료의 상당수가 분식회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따라 이 사건 1심 판결은 재판부가 검찰의 주장을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인멸된 증거의 특정이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증거인멸죄 성립을 긍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재판부 판단은, 앞으로 열릴 항소심에서도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소병석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재판부는 “쟁점 중심으로 수사기록과 그동안 제출된 자료 및 주장들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며 “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변수가 생기면 선고일이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밝힌 잠정 선고일은 올해 12월 9일 오후 2시다.

이날 검찰은 증거인멸·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삼성바이오 관계자들에 대해 각각 징역 1∼4년을 구형했다.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자금담당 이모 부사장에게는 징역 4년, 사업지원TF 보안 담당 박모 부사장과 부품전략 담당 김모 부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했다. 삼성바이오 보안 담당 A대리 등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구형량은 징역 1∼3년 사이였다.

사진=시장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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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최종의견에서 “이 사건은 중요 사건 증거인멸 범죄로 분식회계 규모가 무려 4조5천억에 이르는 사법역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범죄”,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위원회의 감독권을 무력화하고 수사당국과 사법부의 총체적 법질서를 교란한 사건” 등의 표현을 빌려 ‘죄질 불량’을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은 증거 특정에 있어서는 결국 실패했음을 시인했다.

검찰은 지난 5월 삼성바이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18TB(테라바이트) 용량의 구 서버 2대와 54TB급 백업서버를 확보했다. 이들 서버에 저장된 파일 수는 총 1221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단은 원본과 동일한 메인·백업서버를 검찰이 이미 확보한 만큼, 피고인들의 자료 삭제가 검찰 수사권을 침해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존부가 확인되지 않았고 삭제된 자료의 내용이 무엇인지도 특정되지 않았다”며 “본죄에 대한 판단에 앞서 자료 삭제 행위를 먼저 처벌한다면 본말이 전도됐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변호인단은 “(검찰 수사 상황을 볼 때) 분식회계 혐의는 죄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증거인멸 유죄를 먼저 선고하고 나중에 분식회계 혐의가 무죄로 나온다면 이 사건 피고인들은 그 억울함을 하소연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이번 사건에서 삭제된 자료는 분식회계 혐의를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가 아니”라며 “검찰이 공소장에 특정한 30여개 문건도 그 내용을 보면, 회계기준 위반과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자료를 삭제한 경위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은 “2016년 11월부터 2018년 4월까지 1년6개월여 간, 검찰 압수수색이 한 달에 한 번꼴로 실시됐다”며 “불안과 공포에 떨던 직원들이 오해를 살만한 자료를 지우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피고인석에 선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 에피스 임직원들은 “자료삭제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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