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기업 살리자] “기업 달려가는데 정부는 밧줄로 꽁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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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기업 살리자] “기업 달려가는데 정부는 밧줄로 꽁꽁”
  • 임현호, 정규호 기자
  • 승인 2016.12.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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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규제 혁파해야 ‘글로벌 스타’배출한다

<벤처기업인들이 털어놓는 규제 개혁 과제>

황승익 한국NFC 대표 “왜 아직도 이 법이 있지? ”공무원들도 헷갈려
이효진 8퍼센트 대표  “공무원들과 하도 싸워 ‘찐다르크’ 별명까지...”
최성진 인터넷기업協 사무국장 “짜장, 짬뽕은 되는데 짬짜면은 안된다?” 

규제혁파를 외치는 정부 관료들의 선언과 달리 일선 현장은 오히려 규제가 더 늘고 있다고 벤처기업인들은 하소연하고 있다.

“도대체 규제를 피하다 보면 고구마 줄기처럼 계속 이어져, 규제의 끝이 어디인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벤처 창업자들은 기술보다 법 전문가가 돼야 한다는 우스개소리가 나오는 상황입니다.” (윤문진 허니비즈 대표)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규제혁파’를 외쳐왔고, 박근혜 정부 역시 ‘청와대 규제 완화 끝장토론’을 열 정도로 열성을 보였지만 규제가 사라진 자리에 더 많은 규제가 들어서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규제 못지 않게 벤처기업, 스타트업, 중소기업 규제 개혁이 중요한 것은 새로운 형태의 사업영역이 시시각각으로 열리는데 정부의 법과 제도는 이에 상응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문진 허니비즈 대표

규제완화를 바라는 벤처기업들의 현장 목소리는 애절하지만, 관련 협회 등 조직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입법으로 이어지다 사라지기 일쑤라고 기업인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윤문진 대표는 “에어비앤비, 우버 등 몰려오고 있으나 현재 우리나라 시장 취약할 뿐만 아니라, 제도적 난제들이 산적해 벤처기업들이 새로운 시장 환경에서 돌파구를 열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식 투자시스템이 정착돼야 하지만 관련 규제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벤처기업들이 관련 기관들 쫓아다니는 것이 주 업무처럼 여겨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 새 사업에 법, 시행령, 규칙, 가이드라인등 규제 ‘100여가지’

이효진 8퍼센트 대표는 ‘규제’를 놓고 공무원들과 투쟁해온 스타트업 기업인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지난달로 창업한 지 2년이 됐는데,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인터넷 P2P(개인 대 개인) 대출사업을 하기 위해 사이트를 열면서 정부에 규제에 관해 문의했다가 1개월 만에 사이트가 폐쇄됐습니다. 2년 후에는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되겠지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느끼는 것은 ‘이제 시작’이라는 점입니다. 새로운 사업을 하려다 보니 기존 규정으로는 맞지 않고, 새로운 규정을 만들려다 보니 기존 다른 규정들과 충돌되고...정부 여러 부처를 쫓아다니며 싸우다 보니 ‘찐다르크(진다르크: 이효진+잔다르크)라는 별명까지 얻었습니다.”

황승익 한국NFC 대표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황대표는 “NFC(비접촉식 무선 통신기술)를 활용한 간편 결제 사업을 펼쳐왔는데 거래 기업이 ‘정부 허가’를 요구해 금융감독원에 가 보니 담당자가 ‘왜 아직도 이 법이 있지?’하면서 신경쓰지 말고 진행하라고 했다”며 “그런데 나중에 보니 방송통신위원회 규제에 걸려 방통위 쫓아다니느라 수개월을 보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방통위로부터 ‘임의로 서비스 하면 형사고발할 것’이라는 경고를 받는 등 창업하자마자 범법자 취급을 받아야 했다.

왼쪽부터 이효진 8퍼센트 대표, 황승익 NFC 대표, 최성진 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

황 대표는 “우리나라 법이 포지티브 법률 시스템이어서, 할 수 있는 것만 하도록 제한돼있어 새로운 사업을 하려면 고충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토로했다. 그는 “부처간 중복규제가 심각해 어떤 사업 하나를 하는데 법, 시행령, 시행규칙, 가이드라인 등 규제가 100여가지에 달한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기술력으로 이제 기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의 대표들 가운데는 정부에 내는 서류 양식에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조차 많지 않다”며 “현재의 환경에서 한국의 스타트업 기업은 절대 글로벌 스타를 낼 수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기업들의 애로사항 해결을 위해 결성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의 최성진 사무국장은 “기업인들의 현장 문제를 종합해 보면 기존 법 테두리에서 벗어나는 것은 안된다, 말하자만 ‘짜장, 짬뽕은 되지만 짬짜면은 안된다’란 말로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창업하려면 기술보다 법 조항 전문가 돼라?

스타트업, 벤처기업들의 법률 문제를 많이 다루는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는 “규제 개혁이라는 텃밭을 일궈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글로벌시장에 비해 규제 개혁의 속도가 너무 더디다”고 강조했다. 

운수사업법 등 운수사업 관련 규제가 아직도 30년 전 오프라인시대의 법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디지털경제 시대에 맞게 개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이런 저런 규제의 덫에서 허덕이고 있다고 할까요. 대통령과 각료들은 ‘규제 개혁’을 외치지만 각 부처의 국, 실, 과로 내려가다가 말단 주사에까지 이르면 아무런 가이드 없이 좌충우돌합니다. 민간 혁신가들은 달려가는데 공무원들은 못나가게 밧줄로 꽁꽁 묶는 형국입니다.” 

그는 “정부 스스로 해야 하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 줄 모르고 버둥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벤처기업인들은 우리나라에서 성공하려면 사업가 이전에 법률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며 “핵심역량에 집중해야 하는데 사업보다 법 조항 공부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센터장은 “실리콘밸리의 경우 관련기관마다 각종 통계가 잘 갖춰지고 업데이트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벤처,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데다 통계도 부족하고 보수적 사회환경에 규제까지 지나쳐 벤처기업들이 큰 애로를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 안창용 미래창조과학부 과장.

정부 입장은 어떨까. 안창용 미래창조과학부 창조융합기획과장에게 솔직한 입장을 요청해봤다.

그는 “정부 규제는 전체적으로 동등한 룰 만드는 것인데, 우리 사회는 여러 허들이 존재해 관련 규제들이 중첩되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게 사실”이라며 “정부 내에서 ‘규제 프리존을 만들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결국은 선언적 개념에 불과했다”고 진단했다.

“각 부처에서 규제가 없어지지만 빠른 속도로 또 다른 규제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총리실 규제개선단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도 답답해 어떤 때는 ‘허락 구하지 말고, 저질러 놓고 방법을 찾아보라’고 말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잘못하면 범법자가 돼버리기 때문에 실행이 쉬운 것 아니지요.” 

그는 “결국 본인이 충분한 법률적, 제도적 지식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는 전문가들과 자문을 구해가며 진행하는게 현실적으로 바람직한 방법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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