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뱃살에 ‘꽂힌’ 이유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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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뱃살에 ‘꽂힌’ 이유 들어보니…
  • 김양균 기자
  • 승인 2017.02.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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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용 나인비 대표, 갱년기 비만 연구하다 스타트업 설립

[풀뿌리기업 살리자] #가정주부인 김영미(56·여)씨의 새해 목표는 다이어트다. 폐경 이후 급격히 불어난 뱃살 때문에 김 씨는 최근 몇 년 동안 적잖이 골머리를 썩었다. 한 살 연상의 남편은 “다 늙어서 주책”이라고 볼멘소리를 늘어놓지만 김 씨의 생각은 다르다.

“100세 시대잖아요. 이제 50대도 외모에 신경 써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만은 건강에도 해롭잖아요?”

(왼쪽에서 다섯번째) 정선용 나인비 대표는 "기업의 목표는 이익창출이지만, 건강에 직결된 문제라 안전성을 갖추는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밝혔다. 사진=나인비 제공.

보이는 것에 집착하는 풍토를 일컫는 루키즘(Lookism)은 외모지상주의(外貌至上主義)의 다른 말로 불렸다. 작금에 이르러서는 외모를 가꾸는 것을 더 이상 루키즘으로만 치부하지 않게 됐다.

과거 남성중심의 사고는 여성의 외모에 대해 일방적인 기준을 강압했던 게 사실이다. 이에 따른 집착에 가까운 외모에의 천착은 편견의 대명사로 비판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다이어트와 미용시술을 전면에 내세운 각종 미용시설은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자아내기도 했다.

그랬던 것이 현대사회에서 외모는 ‘건강’의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비만’은 자기관리의 실패에서 치료를 요하는 ‘질환’으로 그 시각이 바뀌고 있다. 헬스시장의 부피 팽창도 이 같은 변화를 불러일으킨 한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폐경 후 늘어난 복부비만에 시달리는 중년여성들을 겨냥한 각종 다이어트 보조 식품이 봇물을 이루는 이유도 같은 배경에서 풀이될 수 있다. 역작용도 적지 않다. 효능이 불확실하거나 심지어 안전성을 의심받는 건강식품과 각종 약제는 ‘다이어트’라는 이름이 붙기만 해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폐경 전후 여성들의 비만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수년간 연구한 정선용(50) 박사는 이러한 상황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연구 성과가 논문에 그치는 것이 안타까웠노라고 정 박사는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기업들은 수년 동안 해당 연구에 각고의 노력을 바친 이들의 기술을 헐값에 사가려고 했다. 건강기능식품이라 시장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른바 “거저먹으려”했던 것이다. 그가 기술 기업의 설립을 고민하게 된 계기다.

“중년여성의 비만에 효과적인 연구를 하다가 효능의 탁월함 때문에 사업까지 고려하게 됐습니다. 과거의 연구가 ‘연구를 위한 연구’였다면 현재는 ‘실용화’ 분위기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국내 특허는 마무리됐고 해외 특허도 출원 중입니다.”

산고 끝에 ‘나인비’가 설립됐다. 미래창조부에서 연구소 기업으로 선발됐다. 4개 대학이 컨소시엄을 맺은 N4U를 지주회사로 둔 첫 자회사였다. 정 박사는 이렇게 ‘대표이사’가 됐다.

기자가 정 대표를 처음 본 것은 지난 1월 23일 구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투자유치 컨퍼런스 자리에서였다. 이날 정 대표는 기업의 가치와 기술력 등을 5분 동안 설명했다. 목소리는 얼어있었고 표정도 굳어 있었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그와 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전활 걸자, 정 대표는 쑥스러워하면서도 나인비의 기술력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였다.

다음은 정선용 대표와의 일문일답.

▷ 스타트업 6개월, 소회가 어떤가.

- 연구소 기업이라 연구력만큼은 자신 있다. 앞서 5년 이상 연구를 진행하며 ‘공공성’에 집중코자 했다. 물론 기업의 목표는 이익창출이지만, 건강에 직결된 문제라 안전성을 갖추는데 노력했다. 제품의 원료는 최상급을 사용했다. 물론 기업은 이익창출이 핵심이다. 공익적인 차원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인 건강보조제를 생산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생각한다.

나인비에서 개발한 '우먼슬림'. 사진=나인비 제공.

▷‘갱년기 비만 개선’이라는 카피라이트를 봤을 때 상투적이라는 느낌이 든 게 사실이다.

- 그럴 수 있다. 갱년기 비만 제품이 워낙 많다. 일반적인 다이어트 건강식품은 타겟층이 포괄적이다. 국내에 갱년기 여성에 특화된 제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폐경 전후 45~50세 여성의 비만은 호르몬 영향에서 기인한다. 폐경 전후로 에스트로겐 분비가 줄어들면서 복부 지방이 급격하게 늘어난다. 일반적인 비만과는 발생기전이 상이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일반 건강식품을 사용하면 효과가 낮을 수밖에 없다. 나인비는 중년 여성을 타깃으로 제품 개발을 했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는다.

▷ 갱년기 여성에 국한한다면 경제성이 줄어들지 않나.

- 사실이다. 일반 건강식품은 수요층이 넓어서 판매대상도 많다. 분명한 것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없다는 사실이다. 비록 시장 규모는 작아지지만 특정 부류에게 확실한 효능을 보이는 것은 안전성 차원에서도 유의미하다고 봤다.

▷ 주원료인 산수유는 천연물이라 인허가에 다소 불리하지 않았나.

- 골다공증을 10년 이상 연구하던 와중에 산수유 추출물 중 로가닌이 여성 갱년기 증상완화와 비만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산수유라는 천연물에 주목한 이유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일반적으로 갱년기는 평균 15년에 걸쳐 진행된다. 장기간 복용 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천연재료를 선택했다.

▷ 현재진행 상태가 궁금하다.

- 식약청이 안전하다고 밝힌 원료 중에 안전성이 확보된 ‘가르시니아 캄보지아’에 산수유 추출물을 25% 첨가해 첫 제품을 완성했다. 부작용은 적다. 갱년기 비만과 증상 완화를 위한 제품 개발도 진행 중이다. 미국, 러시아, 남미 등지에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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