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에 '위불'까지 온다고?"... '적자 늪' 카카오페이증권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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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판에 '위불'까지 온다고?"... '적자 늪' 카카오페이증권 울상
  • 전지윤 기자
  • 승인 2024.03.0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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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불, 금감원과 국내 증권업 인가 사전 협의 中
예비 인가 신청 시 금융위, 최종 여부 결정해야
카카오페이證, 입지 축소되나... '실적 부진' 우려
지난해 순손실 517억원... 출범 이후 4년째 '적자'
'경영진 교체'로 반전 노려... 수익모델 다각화 나선다
카카오페이증권 CI. 사진=카카오페이증권
카카오페이증권 CI. 사진=카카오페이증권

미국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MTS) 업체 '위불(Webull)'의 국내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카카오페이증권의 위기감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2020년 출범 이후 카카오페이증권의 손실이 매년 이어지고 있는 등 뚜렷한 성장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초대형 경쟁자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위불은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국내 증권중개업 정식 인가신청서 제출 이전 단계인 '사전 협의'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불은 2017년 알리바바그룹홀딩스 출신의 왕안취안이 설립한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이다. 현재 '로빈후드'와 함께 미국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위불은 2020년 홍콩을 시작으로 미국, 싱가포르, 호주, 일본, 영국 등으로 입지를 넓혀 왔다. 2022년 3월에 '위불코리아 준비법인'을 설립한 뒤 지난해 7월에는 이원재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국내 진출에 착수했다. 이 대표는 한국투자증권, 현대차증권, 프랑스계 투자은행 크레딧리요네 등을 거쳐 온 금융 전문가다. 

위불의 강점은 미국거래소 상장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 옵션 거래 시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식을 매도할 때 소액의 수수료만을 받는다. 이 같은 전략으로 위불은 설립 7년만에 급격한 규모 확충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위불을 통한 주식거래액은 3700억달러(한화 약 491조5800억원), 옵션 계약 건수는 4억3000만건을 기록했다. 

증권중개업 인가 신청 단계는 예비인가와 본인가 절차로 나뉜다. 위불은 현재 정식 인가 신청서 제출 전 관련 절차 등을 알아보는 단계다. 예비인가 신청 시 1년 6개월 내로 금융위원회(이하 금융위)가 인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증권중개업 인가 심사는 금감원이 위탁받아 수행하고 최종 결정은 금융위에서 내린다. 

금융당국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카카오페이증권, 토스증권 등이 벤치마크한 것 중 하나가 위불인 데다가, 국내 진출 시 증권사들의 경쟁을 촉진시키는 '메기'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카카오페이증권의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1호 핀테크 증권사로 자리했지만 출범 이후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그 폭도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카카오페이증권의 당기순손실은 517억원으로 집계됐다. 출범년도인 2020년에는 68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이후 2021년 170억원, 2022년 480억원에 이어 4년 연속 적자 행진이다. 

초기에 시장 선점을 통한 성장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부진한 실적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이 출범했던 2020년은 증시 상승기로 주식시장 내 신규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되던 시기였다. 금리도 낮았고 팬데믹으로 인한 증시 급락 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2020년은 신규 투자자들의 유입이 늘어나던 시기로 신생 증권사가 기존에 자리하고 있던 증권사들 사이에 들어올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며 "하지만 카카오페이증권의 MTS 출시가 늦어졌고 이 때문에 기회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카카오페이증권의 MTS 서비스는 2021년 출범했던 토스증권보다도 1년 늦은 2022년에 출시됐다. 해당 연도는 이미 다른 증권사들이 해외주식에 관심을 기울이며 '서학개미' 유치에 경쟁이 치열했던 시기였다. 

이에 따라 수수료 부문에서의 실적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카카오페이증권의 지난해 국내외 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79억원에 그친 반면, 토스증권은 해외주식에서만 667억원의 성과를 냈다. 

신호철 카카오페이증권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사진=카카오페이증권
신호철 카카오페이증권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 사진=카카오페이증권

카카오페이증권은 최근 분위기 쇄신에 나서며 경영진을 교체했다. 지난달 28일 신임 대표이사로 신호철 카카오페이 사업개발실장(부사장)을 내정했다. 

신호철 내정자는 모회사인 카카오에서 전략지원실장으로 근무하며 비즈니스 성장을 위한 주요 전략 수립, 의사결정을 지원했다. 그밖에 삼성전자, 인텔 등 국내외 대표 IT 기업에서도 근무한 바 있다.

신호철 내정자는 2022년 4월 카카오페이 사업개발실장으로 합류한 뒤 중·단기 투자와 전략적 인수합병(M&A) 등을 총괄했다. 아울러 해외 결제 확대, 미국 증권사 시버트 인수 추진 등 글로벌 금융 사업 진출을 위해 신사업 개발과 사업 확장을 위한 파트너십을 주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내정자는 이달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신호철 내정자를 통해 증권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앱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글로벌 사업 확대를 통한 수익모델 다각화 등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페이증권 관계자는 "신 내정자의 신사업 개발과 기업 투자 역량, IT와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높은 이해도 등을 바탕으로 신규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증권 사업에 차별화된 서비스, 사용자 경험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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