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없는 신혼부부는 서럽다... 메이플자이 '황제 특공'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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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없는 신혼부부는 서럽다... 메이플자이 '황제 특공' 논란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4.02.0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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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억 GS건설 특별공급 81가구에 1만명 지원
계약금만 3.5억 필요... "엄빠 찬스만 청약 가능"
사진=시장경제DB
사진=시장경제DB

'부부 합산 월 소득 650만원 이하'이면서 현금은 수십억원이 있어야만 당첨될 수 있는 GS건설 특별공급 아파트에 수만명의 신혼부부가 몰리면서 사회적 약자를 돕는 '특별공급' 제도가 현금부자들의 재산증식 제도로 악용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가 '금수저 특공', '황제 특공' 논란에 휩싸였다. 특공 전용 59㎡ 분양가가 17억 원대에 달해 고소득층만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이기 때문이다.

6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메이플자이 특별공급(특공) 경쟁률이 123.67대 1로 집계됐다. 다자녀(16가구), 신혼부부(29가구), 생애 최초(15가구), 노부모 부양(5가구), 기관 추천(16가구) 등 총 81가구 특공 청약에 1만18명이 신청했다. 

특공 유형별 신청자는 △생애 최초 6910명 △신혼부부 2581명 △다자녀가구 282명 △노부모 부양 184명 △기관 추천 61명 등이다. 유형별 경쟁률은 생애 최초가 460.6대 1로 가장 치열했다. 이어 신혼부부(89대 1), 노부모 부양(36.8대 1) 등이 뒤를 이었다.

메이플자이의 평당 분양가는 6705만원이다. 전용 43㎡ 10억6300만원에서 12억4300만원, 전용 49㎡가 13억3700만원에서 15억3000만원, 전용 59㎡가 17억3300만원에서 17억4200만원이다. 메이플자이의 시세차익은 6억원 가량이다. 바로 한 블록 아래 반포자이의 경우 전용 59㎡가 지난 달 23억원에 거래됐다.

특공 조건을 적용해 볼 때 메이플자이를 분양받을 수 있는 사람은 ‘소득은 낮지만 수억원을 가진 현금 부자’만 가능하다. 실제로 분양가 15억원의 전용 49㎡를 분양받는다고 가정 할 경우 현금은 9억5000만원, 대출은 5억5000만원이 필요하다. 신혼부부 특공 조건은 월 소득 650만원 이하에게 물량의 50%를 제공하고, 물량의 20%는 일반 공급으로 월소득 911만원 이하로 제한했다. 나머지 30%는 건축물과 토지 자산을 3억3100만원 이하로 보유한 사람에게 제공한다. 당장 계약금(20%)만 해도 43㎡ 2억5000만원, 49㎡ 3억원, 59㎡ 3억5000만원 수준이다. 간단하게 월 소득 650만원 이하 신혼부부가 10억원 가량의 현금이 있으면 당첨받을 수 있다.

이번 특공은 전용면적 43∼59㎡ 총 8개 평형을 두고 진행된다. 25가구가 배정된 49A형에 6029명, 19가구를 뽑는 43A형에 1756명이 몰렸다.

메이플자이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 8·9·10·11·17차 아파트, 녹원한신아파트, 베니하우스 등을 통합 재건축한 단지다. 29개 동, 3307가구 규모로 이 중 일반 분양 물량은 162가구다.

금수저 청약 논란은 사실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지난 1월 24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포제스한강’이 전용 84㎡ 22가구, 115㎡ 4가구, 123㎡ 3가구 213㎡ 4가구, 223㎡ 1가구 등을 특별공급했다. 분양가는 최소 32억에서 최대 44억원 수준이다.

전용면적 84㎡ 신혼부부 특별공급은 8가구 모집에 31명이,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4가구 모집에 57명이 각각 청약통장을 사용했다. 부부합산 월 소득은 650만원 이하지만 현금은 최소 30억원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만 당첨될 수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 동작구 수방사(수도방위사령부) 부지 공공주택 사전 청약에서 금수저 청약 논란이 나왔다. 당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뉴:홈(공공분양 50만 가구) 사전청약 공급지구인 동작구 수방사의 청약 접수 결과 255가구 공급에 7만2000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 283대 1을 기록했다.

분양가는 공공분양임에도 전용 58㎡가 8억7000만원대로, 주변 아파트 시세에 비해 5억원 정도 저렴했다. 분양가는 8억원이 넘는데 소득 제한(월 650만원 이하)이 있어 '금수저 청약' 비판이 제기됐다.

2018년 개포디에이치자이에선 20억원짜리 아파트를 19살, 고3의 학생이 기관추전이라는 특별공급으로 당첨되기도 했다. 당시 이 사건으로 정부가 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특공을 중단했다. 이후 지난해 3월에 윤석열 정부는 이 제도를 폐지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분양가격이 오르면서 강남 등 인기 지역에서 특공 대상이 사라지자 정부가 가격 기준을 없애 특별공급 물량을 늘렸지만 ‘금수저·황제 특공’ 논란이 새롭게 불거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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