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고개 든' 금값에도 골드뱅킹 시큰둥...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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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 '고개 든' 금값에도 골드뱅킹 시큰둥... 왜?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4.01.2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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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신한·우리은행 보유 금통장 작년에만 5177억원 잔액
긴축 기조로 가치 상승... 실물거래 없이 간접 투자가 '장점'
환율 낀 가격 책정, 배당소득세 등 부담...골드바 매매 중점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금값이 오르면서 골드뱅킹(금통장)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지방금융그룹 3사(BNK·JB·DGB)에 속한 은행들은 시큰둥한 모습이다. 금 가격이 하락할 경우 원금 손실을 우려하는 것인데, 이들은 대신 골드바를 직접 매입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 중 금통장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국민은행(KB골드투자통장) ▲신한은행(신한골드리슈골드테크) ▲우리은행(우리골드투자) 등이다. 세 은행의 금통장 잔액은 그동안 꾸준히 불어났다. 실제 작년 12월 은행 3곳의 금통장 잔액은 총 5177억원으로 나타났다. 

금통장은 실물 거래없이 비대면으로 자유롭게 금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고객이 투자금을 입금하면 거래 시점의 금값, 환율에 따라 잔액이 증가하거나 감소한다. 비교적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금값이 오를 때면 관심을 받고 있다. 

통장 잔액의 증가는 금값의 상승세에서 비롯됐다.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국제 시세는 꾸준히 올라 12월 27일 1트로이온스(금속의 중량단위) 당 2093.10달러를 기록했다. 12월 4일엔 장중 2152.3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한국거래소를 살펴보면 금(99.99%) 1kg 국내 가격도 이때 7만5150원에서 8만6340원까지 치솟았다. 올해는 이보다 더 가파르게 뛰면서 29일에는 전날보다 220원(0.25%) 오른 8만717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달에만 230원 오른 꼴이다. 

작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한국은행의 매파적(통화긴축) 기조가 이어지면서 안전자산의 투자심리가 되살아났고, 금의 가치도 덩달아 높아진 것이다.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처를 찾는 은행고객들이 금통장으로 몰렸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방은행들은 금 가격의 변동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주식 등 위험자산보다 등락이 크지 않지만 국제 금 시세나 환율의 변동에 영향을 받아 자칫 손실을 입을 수 있는 특성 때문이다. 고객이 금투자에서 차익을 얻기 위해선 매도가격이 매입가격보다 높아야 한다. 

매입·매도가격을 구할 때는 원·달러 환율이 반영되는데, 금 가격이 높아지더라도 환율이 낮아진다면 기대만큼의 수익을 얻을 수도 없다. 뿐만 아니라 매매차익에 대한 배당소득세 15.4%를 내야 하고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예금자보호법도 적용받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고객층이 얇은 지방은행으로서는 이러한 부담을 감수할 명분이 없다. 또 국제 금 가격이 지난해 12월말 이후 최근 약보합세에 접어들었다는 점도 상품에 대한 관심을 식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하락 가능성도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금통장의 구조에 대해선 내부적으로도 인지를 하고 있으나, 일반상품이 아니고 투자상품이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적극적인 출시 움직임까지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현재로선 금통장보다 골드바 매매가 중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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