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필수 소재 망간합금철 카르텔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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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 필수 소재 망간합금철 카르텔 '철퇴'
  • 박진철 기자
  • 승인 2023.12.19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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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4개사 입찰 담합 행위 시정명령... 과징금 305억원 부과

철강 생산 과정의 필수 부원료인 망간합금철을 제조하는 업체들이 10개 제강사들의 구매 입찰 등에서 담합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한기정, 이하 공정위)는 DB메탈(디비메탈), 심팩, 동일산업, 태경산업 등 4개사가 지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국내 10개 제강사들이 시행한 망간합금철 구매 입찰에서 투찰 가격 등을 담합한 행위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305억37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업체별 과징금 규모는 디비메탈이 97억8500만원, 심팩 95억6900만원, 동일산업 69억5200만원, 태경산업 42억3100만원 순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입찰 전 동일산업 회의실에 모여 투찰가격 등을 합의하는 모습. ‘HC’, ‘SiMn’는 ‘페로망간’과 ‘실리망간’ 제품을 뜻하며, DB, S, DI, TK는 망간합금철 제조사 4사 회사명의 영문 약자이다.(사진=공정위)
포스코와 현대제철 입찰 전 동일산업 회의실에 모여 투찰가격 등을 합의하는 모습. ‘HC’, ‘SiMn’는 ‘페로망간’과 ‘실리망간’ 제품을 뜻하며, DB, S, DI, TK는 망간합금철 제조사 4사 회사명의 영문 약자이다.(사진=공정위)

 

공정위는 "이들 4개사가 국내 망간합금철 제조업계의 전부를 구성한다"면서 "이들은 국내 입찰 시장에서 가격 하락을 방지하고, 안정적인 공급량을 확보하고자 10여 년 동안 투찰 가격, 거래 물량 등을 담합하였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 4사는 국내 전체 제강사의 입찰 물량을 사전에 일정 비율로 배분하기로 합의하고, 입찰 후에는 그 비율대로 설고 물량을 나눠 공급함으로써 오랜 기간  실질적인 경쟁 없이 회사별로 안정적인 공급량을 확보해왔다. 공정위에 따르면 합의된 비율은 디비메탈(34.5%), 심팩(30.0%), 동일산업(24.5%), 태경산업(11.0%) 순이다.

망간합금철은 철강 생산 과정에 사용되는 부원료로, 철강에 필요한 성분을 첨가하여 산소·유황 등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철을 질기고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망간(Mn) 성분이 많은 ‘페로망간’과 실리콘(Si) 성분이 함유된 ‘실리망간’ 제품이 있으며, 페로망간은 주로 일반 판재류 제조 시에, 실리망간은 형강이나 철근 생산 시 사용된다. 현재 생산 중인 1천여 종의 철강 제품 모두에 망간합금철이 들어갈 만큼 철강산업 수요처인 자동차, 조선 등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핵심적인 기초 소재다. 

2007년~2008년 당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망간합금철 수입량이 늘어나면서 저렴한 수입 제품(인도, 우크라이나, 베트남 등)이 국내 시장에 늘어나게 되었다. 더불어 2009년 9월 포스코가 포스하이메탈을 설립하여 페로망간 등의 망간합금철을 생산하자, 국내 망간합금철 제조·공급사 간 경쟁이 심화되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4개 망간합금철 제조사들이 경쟁에 따른 가격 하락을 방지하고 각 사의 안정적인 공급량을 확보하기 위해 이 사건 담합을 하게 되었다"고 적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4개 제조사는 2009년 12월부터 2019년 6월까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베스틸, YK스틸, 한국철강, 대한제강, 한국특수형강, 태웅, 두산중공업 등 국내 10개 제강사가 실시한 총 165회 망간합금철 구매 입찰에 참여하면서 입찰 전 모임 또는 SNS 연락 등을 통해 각 사의 투찰 가격, 낙찰자 등을 서로 합의하고, 그 합의한 대로 입찰에 참여하였다. 

공정위는 "망간합금철은 철강, 건설, 자동차 등 국가 기반산업과 직결되는 기초 소재로서, 이번 조치는 기초 소재 분야에서 장기간 은밀하게 유지되어 왔던 담합을 적발, 엄중하게 재재하여 철강산업의 합리적인 가격 형성과 합금철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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