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틀린 코인시장... 더 견고해진 '업비트 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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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틀린 코인시장... 더 견고해진 '업비트 천하'
  • 정우교 기자
  • 승인 2023.12.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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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김남국 코인 사태' 뒤에야 관련 법제 관심
금융당국, 코인시장 기형적 성장 불구 지켜만 봐
다양한 참여자, 시장 진입 보장... '정책적 배려' 절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비트코인 가격이 최근 4만 달러를 돌파했다. 매년 연말 시작됐던 '산타랠리'가 올해도 찾아오는 모양이다. 주요국 긴축정책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코인을 놓지 않았던 투자자들은 이번 랠리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 코인시장은 산타랠리를 거치며 양적 성장을 이뤄냈다. 코인 매매가격 상승으로 가상자산 거래소는 막대한 영업이익을 거뒀고 거래대금은 한때 코스피를 넘보기도 했다. 거래소뿐만 아니라 데이터만 제공하는 기업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그야말로 호시절, 풍요의 시대였다.

그러나 질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전혀 발전하지 못했다. 직접적 원인은 정부 금융당국과 국회에 있다. 업계를 육성하거나 관리하기 위한 법·제도를 만드는 데 기민하지 못했다. 일례로 이들은 코인시장 태동기였던 2010년 초 이른바 ‘MM’(마켓 메이킹, 시세조종) 관련 규제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정부의 안이한 대응이 불러온 폐해는 10년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모 가상자산 거래소는 MM을 통해 거래량을 늘리고 몸집을 불렸다. 코인을 발행하는 재단과 거래소를 연결해주는 브로커가 등장했고, 거래소 임직원의 배임수재 행위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사건을 다루는 재판에서 어느새 MM은 업계의 관례로 설명되기 시작했다. 형법상 명백한 위법행위가 업계의 관행이란 포장 아래 묵인되는 어이없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국회와 정부의 직무유기... 가상자산 시장 ‘독점’ 방임

국회의 뒷짐도 질적 후퇴에 한몫했다. 공직자윤리법 제4조에 따르면 공직자가 공개해야할 재산에 코인은 포함되지 않았다. 코인을 보유한 국회의원이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법안을 발의해도 문제 삼을 근거가 없었다. 이해충돌 소지가 다분했다.

공직자 등록 대상 재산에 코인을 포함시킨 법률 개정안이 3년 전부터 줄곧 발의됐음에도 국회는 '김남국 코인 의혹'이 터진 뒤에야 태도를 바꿨다.

이용자 보호에 초점을 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의 관한 법률)도 마찬가지다. 국회는 올 6월에서야 해당 법을 통과시켰다. 특정금융정보법(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이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한 신고 규정을 도입한 지 2년 만이다.

정부·국회가 가상자산 업계를 먼 산 바라보듯 외면한 사이 시장의 경쟁 시스템은 완전히 무너졌고 어느새 '업비트 천하'가 됐다. 한 거래소의 점유율이 무려 90%에 달하는 '독점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현재의 가상자산 시장이 기형적 독점 구조를 갖게 된 데에는 금융당국의 책임도 만만치 않다.

여섯 번째 원화마켓(원화거래소)의 탄생은 이미 먼 이야기가 됐고 금융당국의 허가를 목 빠지게 기다렸던 코인마켓은 잇따라 문을 닫았다. 임금 체불은 예삿일이 됐고, '이번 주까지만 나오라'는 식의 권고사직을 당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IMF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살풍경이 재현된 것이다.

거래소의 연쇄 폐업, 직원 줄 퇴사를 목도하고도 금융당국은 방관자적 자세를 풀지 않고 있다. ‘산업’으로서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 방관의 주된 이유이다.
 

독점 해소 못하면 ‘생태계 공멸’ 위험

‘업비트 천하’는 꽤 위태로워 보인다. 독점기업의 영향력이 고사 직전 업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어서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사라진 독점시장에서 서비스 품질 경쟁이나 이용자 권익 보호는 기대하기 어렵다.

코인은 다른 자산보다 변동성이 매우 크다는 특징이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검증된 비트코인보다 알트코인 거래 비중이 높은 업비트의 경우 변동성은 양날의 검이다.

요즘과 같은 산타랠리가 내년에도 계속되면 좋겠지만 코인 가치를 떨어뜨리는 돌발악재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 고금리, 전쟁 등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드는 외부 요인도 매번 시세를 쥐고 흔든다.

변동성이 클수록 ‘독점’은 위험하다. 어느 한곳으로 거래가 쏠리면 현실적으로 정밀한 모니터링이 불가능할뿐더러 그에 비례해 가상자산 자체가 탈법·위법 거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자칫 시장 생태계 전체가 공멸할 수도 있다.

대안은 멀리 있지 않다. 시장이 자정능력을 갖게끔 다양한 참여자들의 진입을 장려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 금융당국은 지난 10년여간 무책임했다. 이젠 국회와 정부가 자기 일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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