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檢에 "피해자 진술 다 믿나"... 빗썸 이정훈 '5300억 사기' 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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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檢에 "피해자 진술 다 믿나"... 빗썸 이정훈 '5300억 사기' 진실게임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3.09.2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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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25시] '4억불 사기 의혹' 빗썸 사건 항소심
1심 " 피고인 기망 인정하기엔 증거 부족"
계약서, 녹취록 등에 '코인 상장 확약' 없어
'진술 증명력' 뒷받침할 '제3 증거' 여부 관심
이정훈 빗썸 전 의장. 사진=연합뉴스
이정훈 빗썸 전 의장. 사진=연합뉴스

<편집자 註> 이정훈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전 의장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현재진행형'이다.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빗썸’은 신뢰도에 적지 않은 흠이 났다. 오너는 물론이고 실소유주를 자처하는 또 다른 대주주 관계인이 사기 등 혐의로 법정을 오가면서 회사 브랜드 이미지 개선은 더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 공판에 출석 중인 이 전 의장은 앞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최근 시작된 항소심에서 검찰은 새로운 증거 제출과 함께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전 의장은 혐의를 벗고, 빗썸도 과거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 <시장경제>가 공판에서 밝혀진 내용을 기반으로 사건을 재구성하고, 향후 재판 흐름을 전망했다.

 

檢 공소장, 증명력 담보하고 있나?... 재판부의 '言中有骨' 

“검찰의 변론은 (김병건 BK그룹 회장이) 전부 사실을 얘기하고 있다는 것으로 들린다. 김 회장의 진술은 전부 다 믿을 수 있다는 것인가?”

이달 7일 속행된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의장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 항소심 공판에서 재판부가 검찰의 입증계획을 듣고 던진 질문은 의미심장했다. 검찰 공소사실이 지나치게 김 회장 진술에 의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무언(無言)의 화살이다. 

재판부가 지적한대로, 이 사건 검찰 공소사실은 김 회장 진술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 진술 내용 중 일부라도 사실과 다르다는 변호인 탄핵증거가 나온다면 공소사실의 신뢰도는 내상(內傷)이 불가피하다. 빗썸 인수 제안부터 이후 진행과정에 이르기까지 김 회장과 이정훈 피고인 사이 진술은 크게 엇갈리는 상황이다.  

서울고법 형사5부(서승렬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2시간여 동안 공소요지와 원심 판결의 부당함을 집중 설명했다.

이 사건 기초사실관계를 보면 재판부 질문이 갖는 뜻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다. 사건 발단은 싱가포르의 한식당에서 이 전 의장과 김 회장이 만난 2018년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검찰이 재구성한 이 사건 사실관계는 이렇다.
 

檢 "이 전 의장, 코인 상장 무산 뒤에도 사실 숨겨" 

이날 이 전 의장은 김 회장에게 자신이 소유한 빗썸 지분 가운데 상당 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경영권 인수를 권유했다. 당시 이 전 의장은 빗썸 발행 주식의 50% 가량을 보유한 최대 주주였다.

빗썸 경영권 인수를 위한 소요 자금 규모는 대략 4억 달러. 이 중 1억 달러는 김 회장 측이 자체 재원으로 마련하고, 나머지는 BXA 코인 발행과 빗썸 상장을 통해 마련키로 상호 합의했다.

앞서 이 전 의장은 이른바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연합’ 창설을 주도했다. 특히 그는 연합에 속한 거래소들이 기축통화처럼 사용할 코인을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자신의 구상에 ‘BB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BXA코인은 이 전 의장이 위 프로젝트 구상과 함께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연합‘의 기축통화로 쓰기 위해 발행을 추진한 암호화폐이다. 만약 이 전 의장의 꿈이 실현된다면 BXA코인 가치 급등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실제 계약서가 작성됐다. 핵심은 ‘BXA코인 발행’과 ‘빗썸을 통한 상장’이었다. 당초 계획된 발행 물량은 200억개로, 이 중 두 사람이 각각 40억개(20%)의 물량을 나눠 가지기로 합의했다. 김 회장 몫이 40억개에 달해 코인 발행과 상장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빗썸 인수를 위한 잔여 대금 마련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김 회장은 계약금조로 1억 달러(한화 약 1120억원)를 건넸다.

결과적으로 위 코인의 상장은 무산됐다. 원래 BXA코인은 외국인에게만 판매토록 설정됐으나 김 회장은 인수자금 조기 확보를 위해 직원들에게 내국인 상대 판매도 독려했다는 주장이 존재한다. 코인이 시장에 사전 유통되면서 가격은 대폭락했고, 상장은 불발됐다. 이 전 의장의 BB프로젝트도 빛을 보지 못했다.

검찰이 이 전 의장에게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를 적용한 결정적 대목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BXA코인 발행의 바탕이 된 ‘BB프로젝트’ 실현이 기술적으로 불가능했다는 판단이다. 다른 하나는 BXA코인 상장 무산 이후, 그 사실을 김 회장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물론 문제없이 계획이 추진 중인 것처럼 속였다는 것이다.

빗썸이 내부적으로 BXA 코인을 상장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시점은 2019년 1월. 그러나 이 전 의장은 이런 사실을 통보하지 않고 계획대로 일이 진행 중인 것처럼 김 회장을 기망했다는 것이 검찰 시각이다.

검찰은 ▲BXA 코인 가치 과장 혹은 왜곡과 빗썸 상장 제안 ▲코인 발행 및 사전 유통에 따른 시장 혼란 ▲상장 무산과 다수 피해자 발생 등의 단계를 거쳐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회장 측이 상장 무산과 BB프로젝트 지연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검찰은 ‘정보 격차’를 원인으로 꼽았다. 이 전 의장이 정확한 시장 정보를 제때 김 회장 측에 알리지 않았고, 사정에 어두운 김 회장 측은 이 전 의장이 하는 말을 믿고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계약금 등으로 이미 1000억원 넘는 자금을 투자한 김 회장 입장에서 이 전 의장에 대한 법적 조치 등 강경 대응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피해자 김 회장, 가상자산 전문가 아니면 초심자... '극과극' 시각차 

반면 변호인은 검찰과 전혀 다른 관점에서 사건을 인식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의장을 사기행위 주범이자 가해자로, 김 회장은 피해자로 각각 규정하고 있으나 변호인은 이같은 이분법적 시각에 강한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변호인단이 앞세우는 탄핵 논거는 크게 세 가지이다. 하나는 두 사람이 작성한 계약서의 내용이다. 문건을 보면 이 전 의장이 BXA코인 상장을 확약했다는 언급은 없다. 1심 재판부도 이런 사실을 지적했다.

두 번째는 김 회장이 싱가포르에서 이 전 의장을 만나 대화한 내용을 담은 녹취록이다. 이 전 희장이 김 전 회장을 상대로 BXA코인 발행과 빗썸 상장을 약속하거나 코인 판매 대금을 빗썸 인수 자금으로 충당한다는 내용은 녹취록에 없다.

세 번째는 'BB프로젝트'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다. 변호인단은 “프로젝트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면서도 "김 회장에게 해당 사업이 완성단계에 있다고 말한 사실은 없다”고 항변했다. 

빗썸 인수 제안을 누가 먼저 했는지를 놓고도 양측은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다. 
검찰과 달리 변호인은 평소 가상화폐와 빗썸에 대해 관심이 많던 김 회장이 이 전 의장에게 먼저 지분 매각을 제안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2017년 8월 싱가포르에서 ICO플랫폼이란 이름의 회사를 설립, 가상화폐 투자를 실행한 전문가"라고 부연했다. 

올해 1월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강규태 부장판사)는 이 전 의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 제출 증거만으로는 이 전 의장이 BXA코인 상장을 확약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며 “피해자가 가상화계 관련 경력과 지식이 상당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말만 믿고 착오에 빠질 정도로 정보력이 부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사건 항소심 속행 공판은 다음달 12일 서울고법 303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사진=빗썸
사진=빗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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