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人] "지역생태, 기초임상과 닮아... 환자 돌보며 환경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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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人] "지역생태, 기초임상과 닮아... 환자 돌보며 환경 생각"
  • 박주연 NGO저널 기자
  • 승인 2023.10.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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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시 푸른교육공동체 윤규승 대표

<편집자註> 시민사회는 '시대의 창(窓)'일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여론 형성의 장(場)'입니다. 세상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선 미래를 꿈꿀 수 없습니다. 수많은 사람(人)과 쉴새없이 소통하는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각양각색 사연을 [스토리人] 코너를 통해 소개해 드립니다.

환경운동가 하면 환경이데올로기로 무장된 유별난 사람을 떠올리기 쉽다. 그런 편견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마주하게 되지만 편견은 편견일 뿐.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다수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다. 누군가 ‘골수’라고 부르는 이들도 대개 다르지 않다. ‘어쩌다 보니 환경운동가’가 됐다는 치과의사 푸른교육공동체 윤규승 대표가 바로 그런 경우에 속할 게다. 그는 하남시에서 미사센텀샘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대표로 있는 푸른교육공동체는 2002년 창립이래 여러 환경시민운동으로 상도 여럿 받았다. 대표적으로 2008년 리틀 람사르 아시아 청소년 환경대회 환경부장관상을 받았고 2022년 6월 환경의날 기념 환경보전유공 대통령 포상을 받았다. 같은달 경기도 환경대상 자연생태 부문 우수상도 받았다.

자칭 '중도보수'라는 윤 대표를 NGO저널이 만나 환경에 대한 생각과 고충, 좌충우돌 환경운동기를 들었다. 푸른교육공동체는 2002년부터 하남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생태교육과 기후위기 대응 등 환경문제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 민간단체다.

 

인터뷰 하는 동안 간간히 기자에 질문을 던지기도 했던 윤규승 대표는 환경에 대해, 특히 지역의 고니, 맹꽁이 등 생태 보호 활동에 관해 이야기할 때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인터뷰 하는 동안 간간히 기자에 질문을 던지기도 했던 윤규승 대표는 환경에 대해, 특히 지역의 고니, 맹꽁이 등 생태 보호 활동에 관해 이야기할 때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 ‘푸른교육공동체’ 이름만 들으면 환경단체인지 교육단체인지 헷갈립니다.

“하하. 어려울 것 없습니다. 푸른 교육을 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보겠다는 뜻이니까 교육단체이자 환경단체인 게 맞습니다.”

- 앉아 계신 뒤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게 보이네요? 작년 6월에 받으셨군요. 큰 상을 받을만한 좋은 일을 하셨나 봅니다.

“우리가 활동한 지 22년 정도 된 것 같아요. 하남시에 우리가 만든 교육프로그램이 여러 개 있습니다. 고니학교, 맹꽁이학교, 산곡천물새학교, 미사리새사파리 등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데, 고니학교만 해도 18년 정도 됐어요. 하남시 한강변에 고니 몇 마리가 날아와 그때부터 먹이 주고 관리하고 했더니 지금은 팔당호 주변에 많으면 약 1천마리정도 옵니다. 참, 고니가 백조인 건 아시죠?”

- 몰랐습니다.

“하하. 괜찮습니다. 의외로 잘들 몰라요. 백조는 일본식 표현이고 고니가 우리 표현인데 한강에 오는 고니는 주로 큰 고니로, 큰고니학교 발음하기 썩 좋지 않아 그냥 고니학교로 부릅니다. 유럽의 공원에 가면 고니를 보게 되는데, 얘들은 긴 세월동안 사람들과 친밀해져서 옆 1미터까지도 와요. 하지만 대한민국의 고니는 500미터 밖에서 사람들이 일어서기만 해도 날아갑니다.

그만큼 여기는 불안정한 곳이라는 뜻이죠. 우리는 새만 보면 뭘 합니까? 돌 던지거나  다가갈 생각만 하지 서식지를 보호할 생각은 못하고 있습니다. 겨울에 우리나라를 찾는 멸종위기종 참수리 학교도 있고, 맹꽁이학교도 있습니다. 맹꽁이는 여기가 전국 최대 서식지에요. 고니 먹이 주고 관리하다 보니 잘했다 하신 것 같아요.”

 

푸른교육공동체는 2022년 6월 환경의날 기념 환경보전유공 대통령 포상을 받았다.
푸른교육공동체는 2022년 6월 환경의날 기념 환경보전유공 대통령 포상을 받았다.

- 그러면 환경운동이나 교육은 어떤 방식으로 합니까?

“몸으로 하는 것뿐 아니라 자라는 미래 세대, 아이들에게 생태적 감성 교육에 집중하고 있어요. 생태교육센터, 환경교육센터를 만들어 운영하면서 아이들뿐 아니라 가족 단위의 공동체, 하남지역 동아리 모임 등 다양한 참여자들이 함께하며 지역의 생태계 보전과 다양한 생명이 어떻게 하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또 환경교육을 담당하는 교사 양성도 하고요. 지금은 맹꽁이학교가 끝났고, 딱 휴식기네요. 10월부터는 고니학교를 시작하게 돼요. 다만 고민이라면 선거가 있고 지역 지자체장이 바뀌면 오랫동안 애써 민관협력으로 만든 위탁기관이 한 순간에 없어지기도 하는 그런 일들이 벌어진다는 거죠. 내년에 또 선거가 있으니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하하.”

- 그런 고민이 있군요. 보통 보수적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환경단체라고 하면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환경을 빙자한 정치운동’이라거나 ‘인권을 빙자한 정치운동’ 이런 생각이 많더라고요. 이 점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음...스스로를 객관화해 볼 수 있는 사람은 굉장히 수준이 높은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많지 않아요. 한마디로 사람은 자기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잘 구별하지 못한다는 거예요. 자기가 속한 곳의 집단의식의 영향을 많이 받겠죠. 예를 들어 환경 쪽에 있는 사람이 과학이라는 용어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어떻게 찬성할 수 있겠어요. 저는 항상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이렇게 말해요. ‘수영장에서 오줌 싸도 괜찮다, 그거 희석돼 먹어도 당장은 아무렇지 않아’ 하지만 말이죠. 그렇다고 해서 거기다 오줌싸고 똥 싸면 되냐는 거예요.

그자들이 말하는 런던 협약도 누구는 되고 한국은 안 되냐 이거죠. 우리가 뭘 하려고 할 때 얼마나 따졌는데요. 후쿠시마 오염수는 환경적 주제로, 과학이 어떻고 저렇고를 떠나 아무도 가보지 못한 길이란 말입니다. 이건 안 되는 거예요. 막아야 하는 거죠. 근데 정말 슬픈 건 이게 정치적 아젠다가 돼 버렸어요. 내가 먹는 우물에 누군가 뭘 풀면 욕하고 손가락질하는 건데, 이게 정치적 행위가 돼버린 거죠. 환경에 여야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환경에 진심인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다만 관심 없어도 관심 있는 척 하는 사람들과 아예 드러내고 적대적인 사람들 이 두 부류만 있었어요.”

 

아이들 미래 생각하다 숙명처럼 다가온 '환경운동'

- 근데 치과의사가 어쩌다 환경운동에 푹 빠지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망한 거예요. 한마디로 말해 주변 사람을 잘못 만난 거죠. 하하. 솔직히 말해 저는 환경에 별 관심 없었고요. 특별한 게 없었어요. 예를 들어 이런 거죠. 1983년도에 대학에 입학했더니 다들 풍물치고 탈춤 추고 있더라고요. 제가 그런 걸 왜 해보고 싶었겠냐고요. 그냥 다들 그러고 있으니 한 거죠. 저희는 6년이잖아요. 6년 내내 하면서 인간문화재도 찾아가 배우고 했더니 누구보다 전문가가 돼 있는 거죠. 하하.”

 

"내가 풍물을 왜 하고 싶었겠냐고요" 83학번으로 대학에 입학, 치대 6년을 보내면서 주변 사람을 잘못(?)만나 자신의 인생이 꼬였(?)다고 푸념한 윤 대표지만, 정작 환경 운동은 몸이 움직이지 않는 그날까지 하겠다고 했다.
"내가 풍물을 왜 하고 싶었겠냐고요" 83학번으로 대학에 입학, 치대 6년을 보내면서 주변 사람을 잘못(?)만나 자신의 인생이 꼬였(?)다고 푸념한 윤 대표지만, 정작 환경 운동은 몸이 움직이지 않는 그날까지 하겠다고 했다.

 

- 그래도 풍물하고 환경은 잘 매치가 안 되는데요.

“그러게 말이에요. 그래서 이제 개업을 했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풍물도 점점 시들해지고 우리 문화도 사라지고 소련은 무너지고 다들 황폐하고요. 이럴 때 친구들과 방향을 돌린 게 교육이었어요. 다들 꼬맹이들이 있었으니까요. 내 아이라도 한번 제대로 교육해보자 해서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만들었어요. 강동에 1호, 2호를 만들었는데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키워보자, 안 그래도 풍물 치면서 내내 밖에서만 놀다가 집에서 쫓겨날 판인데, 아이케어에 관한 거면 집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겠다 싶었죠. 하하. 우리가 꿈꾸는 지역사회의 모습을 공동육아 어린이집으로 실천해보자는 것이었는데, 아이들이 커가면서 자연스럽게 대안학교를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고 그 과정에서 주제를 고민하다 환경 이슈가 나오게 된 거죠.”

- 그렇게 된 거군요.

“근데 어린이집을 만들어봐도 사람들이 지역 환경에는 관심이 없고 전부 자기 아이 키우는 어린이집에만 관심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대안학교를 만들 때는 아예 환경교육을 전담하는 단체를 하나 만들어 그 밑에다 대안학교를 놓자, 그렇게 하면 부모들이 훨씬 더 지역사회에 참여하지 않겠느냐 해서 만들었어요. 푸른교육공동체가 그거예요. 이 교육 안에는 환경교육도 있지만 대안학교도 포함돼요. 제 환자 중에 류승완 영화감독 등 여러 영화감독이 있는데 이 사람들이 절 어떻게 알고 찾아왔겠어요. 아이들이 우리 대안학교를 다녔거든요.

한 사람이 찾아오니 자기 아이들도 보낸다고 줄줄이 찾아옵디다. 다만 들어올 땐 조건이 있습니다. 모(母)단체인 푸른교육공동체에서 몇 시간 이상의 환경교육을 받고 실천해야만 입학 자격증이 주어지죠. 좋은 아이디어 아닙니까? 하하.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학부모들이 자기 아이 교육에만 집중하는 현상이 강해지고 결국 환경 중심의 위상과는 잘 맞지 않게 되더군요. 결국 다 분리시켜서 지금은 지역 방과후 사업과 환경교육사업만 푸른교육공동체가 맡아 따로 나와 현재의 모습이 된 겁니다.”

- 말씀의 결론은 꼭 원해서 한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뜻이군요?

“이야기가 그렇게 됐나요? 하하. 근데 세상이 너무 허무하더라고요. 대학 다닐 때는 우리가 세상을 바꿀 줄 알았는데 웬걸, 우리가 믿었던 건 다 무너진 거예요. 뭔가 다른 방향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선 환경과 교육만한 게 없다, 그래서 잃어버렸던 지역 공동체성을 한번 살려보자는 뜻으로 여기까지 온 거죠. 그러다 보니 전문가들도 함께하게 됐고, 그분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우리는 몸으로 일하면서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고 저의 30대와 40대 50대가 다 가버린 거예요.”

 

환경운동에 '정치'가 끼면 미치고 팔짝 뛰겠다는 윤 대표. 환경운동은 환경운동으로만 봐달라고.
환경운동에 '정치'가 끼면 미치고 팔짝 뛰겠다는 윤 대표. 환경운동은 환경운동으로만 봐달라고.

 

- 환경운동에만 빠져 있으면 치과 진료는 언제 하십니까?

“하하. 할 건 다 합니다. 원칙적으로 월요일부터 4일간 진료를 합니다.”

- 아무리 좋은 일, 하고 싶은 일이라도 염증이 날 때도 있잖습니까. 회의감을 느낄 때도 있을 테고요. SNS에 쓰신 문구를 보니 ‘나도 드디어 혈압이 오르고 있다. 시무룩’이라고 쓰셨던데요.

“하하. 그걸 보셨어요? 당연하죠. 이 운동이 우리 사회가 바라봐야 할 비전이고 미래라고 생각하고 힘을 쏟았을 때가 있었을 거 아닙니까? 그렇게 여러 사람과 힘을 모아 겨우 지역에서 이만한 기반을 만들었어요. 근데 지역 정치인들만 바뀌면 그간 물심을 쏟아부었던 기반이 무너져요. 쫓겨나서 비닐하우스로 옮기는 일도 있고요. 결국은 환경 활동하는 사람 중에 직업을 갖고 돈을 버는 사람이 저 외는 변변히 없으니 단체가 쓸 수 있는 공간 보증금을 대부분 제가 댔을 것 아닙니까. 제가 그래서 대표를 하는 거예요. 하하.

어쨌든 계속 말을 잇자면, 돈을 내서 활동기반을 그렇게 만들어 놓으면 정치 때문에 다 무너지는 겁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일이 벌어지면서 반복되다 보니 요즘은 완전히 지친 거죠. 시와 손잡고 아이들 교육해서 연간 6천 명씩 키워놓으면 다른 시장이 오면 하루아침에 예산을 다 뺏고 없앱니다. 정말 미칠 지경이죠.”

 

정치벽 넘지 못하는 지역생태운동…“환경운동 자체로 봐주길”

- 회의감이 들만도 하군요.

“네.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잖아요. 이런 사람들과 손잡고 뭘 해보려고 해도 무슨 정치적 사건 하나 터지면 ‘시가 싫어한다’ 이런 느낌을 사람들이 받고는 다들 도망가고 접근도 안 해요. 바닥을 다져서 이만큼 키워놓으면 다시 무너지고 몇몇 중심만 남고, 다시 키우면 또 무너지고 이걸 반복하다 보면 한 줌도 안 되는 사람들만 옆에 남게 되는 거죠. 그렇게 고립되면 힘들어요. 참고로 말씀드리면 환경은 의료 영역하고 똑같습니다. 제 치과용어도 환경운동 용어를 진료시스템에 집어넣은 거예요. 예를 들자면 ‘지속가능한 유지관리’와 같은 용어 말이죠.

치과 문 앞에 붙인 여러 말들이 환경청에서 배운 용어를 접목해서 만든 거예요. 정말 괜찮아요. 환경을 바라보는 관점을 어떻게 둘 것인가와 환자의 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는 결국 같은 얘기라는 거죠. 남들은 당장 굴을 뚫고 다리를 놓자고 한다면 환경을 더 생각하는 우리의 경우는 가능하면 그걸 첫 선택으로 하지는 말자, 좀 더 지켜본 다음 어쩔 수 없을 때 다리를 놓자는 거거든요.

치과 환자 중에 치아를 뽑긴 뽑아야 할 것 같은 사람들에게도 일단은 한번 관리부터 하자고 합니다. 그렇게 해서 오래가는 사람은 15년, 20년까지 버티는 사람이 있어요. 관리하면 버틸 수 있는 거거든요. 좀 다른 얘기일 수 있지만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사람들은 옷을 하나 살 때도 첫 집에서 바로 사지 않잖아요. 몇 군데 돌아본 뒤 구매하죠? 근데 왜 의료조치는 한군데 바로 가서 결정하나 모르겠어요.”

 

그가 운영하는 치과 도어문 앞에도 지역 생태운동 홍보 안내 포스터가 붙어있다.
그가 운영하는 치과 도어문 앞에도 지역 생태운동 홍보 안내 포스터가 붙어있다.

 

- 그 생각은 못 해봤습니다.

“우리 인류를 살펴보면 진화 과정에서 약 30% 정도는 진보? 다른 적절한 표현이 생각이 안 나는데, 아무튼 그냥 배짱대로 살고 싶은 놈들이 있어요. 꼭 세 군데 이상 치과를 다녀보고 첫 번째 의사 판단이 맞는지 두 번째, 세 번째 의사한테도 들어보라는 거예요. 그렇게 정보를 취합하면 정리가 되고 어떤 치과에서 치료받을 것인지 선택할 수 있어요.

다른 곳에 가면 다르게 말하는 의사가 있을 수 있는데 꼭 한 방에 끝내려고 해서 굳이 임플란트 하지 않아도 될 걸 해서 후회하는 등 여지를 남기죠.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시장 아닙니까. 자기 자본을 위해 노력하지 남의 자본을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 돈벌이 생각만 한단 말이죠. 그럼 당연히 배짱주의 사람들을 쳐다볼 필요가 있는 거예요.”

- 병원도 여러 군데 돌아보고 선택하라는 말씀인데, 신선하게 들립니다. 이런 조언을 해주는 (치과)의사 선생님은 처음입니다.

“하하. 그런가요? 다만 힌트 하나 더 드리면 절대로 본인이 쇼핑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면 안 됩니다. 그렇게 하면 상대편은 환자에 집중하지 않아요.”

- 기왕 치아 얘기가 나왔으니, 치과의사로서 사람이 평생 치아 관리하면서 꼭 한 가지 챙겨야 할 게 있다면 무엇인지 팁을 주시죠.

“결국은 세균과의 싸움이에요. 이 세균을 외적이라고 생각해 봅시다. 사람마다 타고난 성곽이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넓고 높은 성곽을 갖고 있어서 외부로부터 침입을 신경 안 써도 괜찮아요. 평생 잇솔질 안 해도 돼요. 이런 사람이 10% 이상 됩니다. 한마디로 첫 번째는 유전이에요. 하늘이 두쪽 나도 유전발 잘 받으면 괜찮아요. 반면 낮고 헐렁한 성곽을 가진 사람도 있죠. 외적이 쉽게 침입하죠. 이 사람은 평생 노력해도 답이 안 나와요. 여기서 문제에요.

이 세균을 죽이기 위해 항생제도 써보고 독한 소독약도 써봤는데, 잘 안되고 사람만 죽여요. 결국 청야작전(※ 청야전술(주변에 적이 사용할 만한 군수물자와 식량 등을 없애 적군을 지치게 만드는 전술)만 남죠. 즉, 적의 군량미를 다 없애는 거예요. 바이오필름 즉 세균막들을 없애는 거죠. 그러니까 (잇몸, 치아) 벽에 붙은 세균과 섞인 음식물 코팅된 것, 이놈들을 제거하면 되는 거예요. 올바른 잇솔질을 하는 게 답인데, 1년에 한 번에서 서너 번까지 꾸준히 치과에 가서 관리 하면 평생 가는 거죠. 흔들려 이가 빠질 때까지 닦고 버틴다. 이게 우리의 관점인데, 이렇게 하는 걸 ‘질서정연한 후퇴’라고 부릅니다.”

 

윤 대표는 일본 환경 운동가들과 접촉하면서 그들로부터 깨달은 바가 있다고. 인구 고령화는 환경운동가들도 피해갈 수 없나 보다. 사람들이 별 관심을 주지 않는 환경 운동, 그것도 거대 담론이 아닌 지역생태에 투신하는 젊은 세대는 거의 없다고 한다.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윤 대표는 일본 환경 운동가들과 접촉하면서 그들로부터 깨달은 바가 있다고. 인구 고령화는 환경운동가들도 피해갈 수 없나 보다. 사람들이 별 관심을 주지 않는 환경 운동, 그것도 거대 담론이 아닌 지역생태에 투신하는 젊은 세대는 거의 없다고 한다. 당연한 현상이겠지만.

 

일본의 고령화 현상 우리도 기시감…가치있는 일, 계속할 것

- 질서정연한 후퇴라...느낌이 확 오는 표현이네요. 다시 환경 얘기로 돌아가서 마무리를 짓죠. 지금까지 해오신 환경운동은 언제까지 하실 생각입니까?

“한 10여 년 전에 일본 환경단체 사람들을 보면서 느낀 게 있어요. 환경 관련해서 제주도와 일본을 오가면서 그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 일본 운동가들이 우리를 쫓아와 얼굴 맞대고 악수하는데 손을 꽉 쥐고 굉장히 좋아하는 거예요. 한국엔 미래가 있다고 하면서요.”

- 일본 환경운동가들이 어떤 점에 감동한 건가요?

“알고 보니 우리 나이 때문에 감동을 받았더라고요.”

- 나이요?

“우리가 그때는 30~40대로 비교적 젊은 편이었죠. 그런데 일본 단체 사람들은 몇 살인 줄 아세요? 대부분 60~70대에요. 그 단체는 어머어마한 역사를 갖고 있고 책도 열심히 쓴 사람들인데 회원수도 고작해야 서너명 쯤 돼요. 그러니까 윗사람만 있는 거죠. 실질적으로 움직일 젊은 운동가들은 다 사라져 버리고 노인들만 남았던 거죠. 그분들이 ‘어떻게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많을 수 있냐’고 달려와서 감격하는데, 지금 그때 기시감이 느껴져요.

기후위기와 관련해 태양광, 협동조합 등등 환경 관련 다른 분야에서는 불타는 활동을 하는 이들이 많이 있지만, 우리와 같이 지역 생태 환경 쪽은 완전히 무너지고 있거든요. 여기엔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지역 생태 환경은 기초분야 즉, 기초임상 같은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꼭 지켜야 할 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우린 방향을 정했죠. 우리도 같이 손잡고 이 일을 하면서 늙어 죽자고요.

일본처럼 우리가 70대가 되도 우리 밑엔 아무도 없다, 이 주제는 우리가 평생 안고 갈 수밖에 없다고 했죠. 지금 30~40대가 이 일을 하는 순간 그 세월은 휘발돼버리니 어쩌겠어요. 하지만 의미있는 일이라는 건 우리가 분명히 동의하니 욕심 내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면서 같이 은퇴하자고요. 내 몸 움직일 때까지 지역 환경과 내가 함께 가보겠다는 계획입니다.”

- 마지막으로 저희 NGO저널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환경을 지킨다는 건 일단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거예요. 우리가 환경에 발자국을 안 만드는 건 불가능하지만, 최대한 그걸 늦추기 위해 노력하고 불편하게 사는 거죠. 마찬가지로 시대는 이미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가치를 버릴 수 없다, 느리고 불편하지만 그 길을 가겠다는 것이죠. 환경 생태계로 눈을 돌리면 거기서 또 다른 세계를 볼 수 있어요. 독자 여러분도 그걸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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