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쇼어링 전문가 한 목소리... "정부, 현장 의견 수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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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쇼어링 전문가 한 목소리... "정부, 현장 의견 수렴 먼저"
  • 유경표, 김호정 기자
  • 승인 2023.09.1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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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리쇼어링' 관련 토론회 열려
'경제 안보' 관점에서 리쇼어링 분석
美·日·臺·유럽 등 리쇼어링 파격 정책
김성원 의원 "민·관·정 함께 정책 대안 마련해야"
사진=시장경제DB
(왼쪽부터) 최혜린 숭실대 교수, 오준석 숙명여대 교수, 김주권 건국대 교수, 김민재 경기대 교수, 김현진 산업통상자원부 과장, 조재한 산업연구원 실장. 사진=시장경제DB.

'핵심 원재료 공급망 안정'과 '자국 전략산업 보호'가 각국 정부의 정책 아젠다로 부상하면서 '리쇼어링(Reshoring)'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 대만 등 주요국들이 '리쇼어링을 통한 첨단 전략산업 보호'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가운데, 한국도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이 국내로 유턴할 수 있도록 정책적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성원 국민의힘 국회의원(재선, 경기 동두천·연천)은 15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국내 첨단산업 리쇼어링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김성원 의원실이 주최하고, 대한상공회의소가 주관했다. 글로벌 첨단산업 패권 경쟁 등 급속도로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서 '국내 복귀 기업(유턴) 지원제도'의 개선 방향 모색을 위해 마련됐다.

리쇼어링은 해외 진출 국내기업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말한다. 과거 인건비·운송비 등 제조비용을 줄이기 위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긴 기업이 많았으나, 해당 국가에서도 비용 상승 문제에 직면하면서 국내로 돌아오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다.

좌장으로 참석한 김주권 건국대 교수는 “미중 갈등과 코로나 당시 공급망 붕괴 경험으로 첨단 산업 리쇼어링을 각국 정부의 핵심 과제로 다뤄야 한다는 인식이 커졌다”며 "경제 안보 관점에서 리쇼어링을 다루는 국내 첫 토론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오준석 숙명여대 교수가 '리쇼어링 환경구축 지원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사진=시장경제DB
오준석 숙명여대 교수가 '리쇼어링 환경 구축 지원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사진=시장경제DB

첫 번째 주제 '리쇼어링 환경 구축 지원방안'은 오준석 숙명여대 교수가 발표했다. 오 교수는 "통상 환경 변화에 따라 리쇼어링이 부각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기업을 위한 리쇼어링 환경 구축 지원방안 수립"을 제안했다.  

그는 최근 세계 제조업 강국에서 리쇼어링이 부각되고 있는 배경으로 '경제 안보'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꼽았다. 미중 무역분쟁을 기점으로 많은 미국 기업들이 경제적·정치적 이유로 유턴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이어 코로나 팬데믹의 학습효과로 '공급망 위험관리체계'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부연했다.  

주요 국가별로 살펴보면, 먼저 미국은 미중 무역갈등이 불거지던 2018년 한해 동안 자국으로 돌아온 기업의 59%가 중국에서의 리쇼어링이었다. 일본은 2020년 4월 코로나 확산에 따른 긴급 경제대책의 하나로 리쇼어링 정책 추진을 시작했다. 해외 진출 기업들이 공장을 자국으로 유턴할 경우, 일본정부가 이전 비용의 3분의 2까지 지원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여기에는 중국산 소재 및 부품의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목적도 있다. 

우리나라도 2014년부터 '국내 유턴법'을 제정·시행하고 있다. 올해 코트라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2015년 국내 리쇼어링 기업은 주얼리(32%), 신발(16%) 등 노동집약적 제조업에 국한됐으나 2020~2022년 들어 자동차 부품(25%), 전기·전자(23%) 등 자본집약적 기업의 복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교수는 “중국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아이폰 금지령을 내린 사례처럼 앞으로 애플의 중국 생산시설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며, “삼성, 하이닉스 등 우리 기업이 같은 상황을 겪을 경우, 한국 경제도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경제 안보 관점'에서 리쇼어링 제도를 재조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혜린 숭실대 교수가 '미국, 유럽, 대만의 리쇼어링 현황과 정책에 대한 분석'을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사진=시장경제DB
최혜린 숭실대 교수가 '미국, 유럽, 대만의 리쇼어링 현황과 정책에 대한 분석'을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사진=시장경제DB

두 번째 발표를 맡은 최혜린 교수는 '미국·유럽·대만의 리쇼어링 현황과 정책에 대한 분석'을 주제로 국가별 정책의 차이를 분석했다. 그는 이들 국가가 리쇼어링을 주목하게 된 요인으로 ▲미국의 경우, 개발도상국 임금상승 ▲유럽은 해외 생산기지 이전 당시 예상하지 못했던 품질관리 및 감독비용 부담 증가 ▲대만은 본국의 선진기술 인프라 개선 등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세계 흐름과 달리 국내 리쇼어링 정책은 제조업, 중소기업 중심에 멈춰있다”며 “첨단 전략산업의 유턴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최소한 '외국인 투자' 수준으로 리쇼어링 정책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첨단산업 투자액의 50%까지 한도없이 지원하는 외국인 투자 정책과 달리 리쇼어링 보조금 한도액은 수도권 150억 원, 비수도권 300억 원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자 규모가 최소 조(兆) 단위에 달하는 반도체, 배터리, 전자회사가 해외 생산기지를 철수해 국내로 복귀하기에는 유인책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나아가 각국의 리쇼어링 정책 방향에 대해 "미국은 기업들에게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 중이고, 유럽은 고부가가치 기술집약적 산업이 국내로 돌아오도록 장려하고 있다"며 "대만도 스마트 산업을 중심으로 R&D 분야 투자 기업에 대해 리쇼어링 정책을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유턴기업 24개 중 스마트폰 제조 등 첨단기업은 6개, 중견·대기업은 9개에 불과하다. 대기업이 복귀해야 소재·부품·장비업체가 동반 유턴할 수 있기에, 현장 의견을 적극 반영한 정책 조정이 필요하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주원 건국대 교수(現 국제경영학회장). 사진=시장경제DB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주원 건국대 교수(現 국제경영학회장). 사진=시장경제DB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토론은 김민재 경기대 무역학과 교수, 김현진 산업통상자원부 해외투자과장, 조재한 산업연구원 산업혁신정책실장이 맡았다. 

김민재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지원 확대에 따른 부담이 있겠지만 기업 유턴에 따른 일자리 창출, 지역균형 발전, 법인세 증가 등 장기적 혜택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며 “미국은 지난해 리쇼어링으로 고용이 약 37만명 증가했는데, 10년 전 대비 60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경련은 국내 복귀를 고민하는 기업들이 실제 유턴 시 자동차와 전기·전자산업 국내생산액이 각각 8조 6000억원과 6조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신규 일자리도 각각 1만 2000개, 4700개 창출될 것으로 봤다.  

김현진 과장은 "우리경제 제반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서 유턴기업 확대, 외국인 투자 촉진 등 투자활성화는 매우 중요한 정책과제"라며 "특히 유턴기업 확대는 경제적 효과 뿐 아니라 공급망 안정화 등 경제 안보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했다. 

김 과장은 "정부는 파급효과가 큰 국가첨단전략산업,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등 핵심업종 유턴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이들 업종의 전략적 유치를 위해 제도 개선, 인센티브 지원 확대를 적극 추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재한 실장은 “해외진출기업복귀법을 시행한지 10년이 됐지만 첨단산업 분야 리쇼어링 성과는 부진하다”며, '관련 정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주문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성원 의원은 “지정학적 위험이나 기술 유출, 외교 갈등 등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애플, 보잉, GE 등 글로벌 기업도 안정적 경영환경을 갖춘 자국으로 복귀했거나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며, “정부도 세법 개정안 개편을 예고하는 등 정책을 드라이브하고 있지만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더 기울이고, 민관정이 힘을 모아 국내 현실에 맞는 정책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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