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KT=통신사' 틀 깰까... 양날의 劍, 김영섭 추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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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KT=통신사' 틀 깰까... 양날의 劍, 김영섭 추진력
  • 한정우 기자
  • 승인 2023.09.18 08: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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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섭 대표 체재 'KT의 미래 전망' 분석
핵심 키워드 'Change'... '사업 구조조정' 주목
국내 통신사업자 넘어 '글로벌 빅테크' 변신 유력
생성형 AI, OTT 등 콘텐츠 포트폴리오 대폭 강화
홀로그램 통신, 초지능 로봇 등 투자 규모 커질 듯
"인위적 대폭 물갈이 지양"... '성과 중심' 인사 관측
사업 및 조직 '구조조정 전문가'... 문제는 '시기'
김영섭 KT 신임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김영섭 KT 신임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사업 구조조정' 전문가인 김영섭 신임 대표이사가 비어있던 KT CEO 자리의 주인이 되면서 인사는 물론이고 조직과 사업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상하는 시각이 늘고 있다. 김 대표 취임과 관련돼 일각에서는 현 정부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와의 학연 내지 지연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비교적 무난하게 대표이사 후보 검증 위원회 심사를 통과했다. 구현모 전 대표 때부터 KT를 상징해 온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대전환) 경영에 대한 이해가 밝고, 통신사업에 대한 풍부한 '임상경험'이 검증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의 LG CNS 대표 재임 시절 그가 보여준 행보를 고려할 때, KT의 발전적 변화를 이끌 적임자라는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 하는 분위기이다. 다만 인사 및 조직 개편과 포트폴리오 변화 추진 과정에 적지 않은 파열음이 예상된다는 관측도 있다. 뛰어난 추진력이 되레 독이 돼, 기존 구성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경우 리더십 부재로 인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무통으로 알려진 김 대표는 LG CNS 대표 재임 중, 회사의 사업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능력' 중심의 인사원칙을 적극 반영해 LG 특유의 온정주의를 혁파, 2030세대 직원들의 높은 지지를 얻었다. 우호적 시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능력을 지나치게 앞세운 나머지 '성과 지상주의'에 매몰돼 조직의 융합을 해쳤다는 날선 비판도 만만치 않다.  

김 대표는 이달 7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주최 '모바일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콘퍼런스에 참석해, '통신사 주도의 디지털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했다. 주목할 대목은 그가 그리는 '통신사의 역할 변화'이다.
 

"통신사, 기간망 구축만 하던 기존 모습서 벗어나야"

지금까지 KT를 비롯한 통신사업자들은 유무선 인프라 구축에 집중한 측면이 있다. 차세대 핵심기술로 평가되는 클라우드, 생성형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와 OTT 등은 통신사업자들이 깔아 놓은 인프라 위에서 꽃을 피웠다. 김 대표는 통신사들이 구축한 '연결(connectivity)' 인프라가 없었다면 이들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현재는 크게 달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이런 현실이 아쉽다는 입장이다. 차세대 핵심 기술의 고도화를 가능케 했던 통신사들의 역할은 대중들에게 당연하듯 여겨졌고, 통신사업자들도 현실에 만족했다는 진단이다. 그는 KT의 주력 사업을 디지털 플랫폼과 미디어 컨텐츠 서비스로 전환하고, 구체적 방법론으로 ▲스마트시티 ▲메타버스 ▲디지털 헬스케어 등을 제시했다.

빅테크 기업과의 경쟁도 선언했다. 빅테크 기업의 한국 현지 파트너에 머물지 않고, 원천 기술과 서비스 경쟁력에서 그들과 동등한 위상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홀로그램 통신 ▲도시 혹은 국가 단위의 매시브 디지털 트윈 ▲딥러닝 기반 초지능 로봇 ▲양자암호통신 고도화를 미래 먹거리로 지목했다.
 

'성과와 능력' 중심 인사·조직 물갈이 예상 

사업 영역에서의 물갈이가 DX(디지털 대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조직 물갈이의 키워드는 '실용'과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LG CNS 대표 시절, '기술역량 레벨'이라는 평가 제도를 도입하며 임직원들을 긴장케 만들었다. 연공과 서열이 아닌, 실무능력과 성과를 중심으로 연봉을 산정하겠다는 그의 방침은 파격 그 자체였다. 김 대표는 외부 IT 전문가들로 구성된 출제위원을 선정, 시험의 공정성을 담보했다.  

지연과 학연, 연공과 서열에 기댄 조직 문화를 뒤엎기 위해 'LG 고시'를 시행한 그가 이번에는 어떤 과제를 KT 임직원들에게 던질지 관심이 쏠린다. 

김 대표는 "어떤 조직이든 인사개편이 있어야 경쟁이 촉진되고 조직 생명력이 생긴다"며 '경쟁'을 인사의 기본 원칙으로 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어 "2년치 인사를 한번에 해야 하는 만큼 과거 CEO처럼 대규모 인위적 구조조정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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