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탐방] "꿈만 같던 독도... 이런 해외입양인 교류 많아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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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탐방] "꿈만 같던 독도... 이런 해외입양인 교류 많아졌으면"
  • NGO저널 박주연 기자
  • 승인 2023.08.31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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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입양인 울릉도·독도 3박4일 투어 동행기 (下)
사단법인 '둥지(Nest Korea)' 주관, 행정안전부 지원
12살에 스웨덴으로 입양, 루이스 (Louise Lindberg 한국명 김성미) 인터뷰
“해외 입양인들 한국생활 돕고 교류할 커뮤니티 장소 꼭 필요”

해외 입양인들을 돕는 사단법인 둥지(Nest Korea, 이사장 김홍진 신부)의 3박4일 울릉도·독도여행 일정이 무사히 끝났다. 이번 여행에 동행한 기자를 포함해 해외 입양인들과 후원·봉사자들까지 24명의 일행은 모처럼 한국의 아름다운 정취를 만끽했다. 지난 17일부터 20일까지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모두 나름의 새로운 비전과 희망을 안고 각자의 터전으로 돌아갔을 터이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청명한 하늘과 잔잔한 바닷길로 이끈 우리나라 최동단 독도를 둘러본 이들은 다시 꿈을 꾸게 되었을까. NGO저널이 여행을 함께 한 해외 입양인 루이스 씨의 소감을 들어봤다.

다른 해외 입양인들과 함께 독도를 향해 가는 배 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한때. 일행과 장난도 치면서 얼굴에 태극 무늬의 스티커를 붙이고 밝은 표정으로 활짝 웃는 루이스 씨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다른 해외 입양인들과 함께 독도를 향해 가는 배 안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한때. 일행과 장난도 치면서 얼굴에 태극 무늬의 스티커를 붙이고 밝은 표정으로 활짝 웃는 루이스 씨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 환한 미소가 보기 좋습니다. 한국말을 꽤 잘하시는데, 사연이 궁금해집니다.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그런가요? 고맙습니다. 제가 67년생이니까 올해로 56세가 됐어요. 1979년, 그러니까 12살에 스웨덴으로 입양이 됐습니다. 비교적 많은 나이에 입양을 갔으니 제 스토리는 다른 입양인들과는 조금 다를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입양되기를 원했습니다. 어렸을 적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재혼하셨는데, 새어머니로부터 학대를 당했거든요. 어느날 새엄마와 같이 있는데 저를 너무 심하게 때려서 병원에 입원하게 됐어요. 퇴원 후에는 고모 집에서 같이 살았습니다. 아버지가 얼마 후 돌아가시자 새어머니가 집을 나갔고 그 뒤로 동생들이 먼저 스웨덴으로 입양된 후 저도 가게 됐습니다."

- 스웨덴의 같은 가정으로 입양되신 건가요?

"네. 먼저 입양된 동생들이 스웨덴 부모님에게 큰 언니가 한국에 있다고 얘기했고, 그분들이 먼저 저를 찾았어요. 스웨덴으로 와서 동생들과 같이 살라고 해서 뒤늦게 저도 입양이 된 것이죠. 그곳 생활이 좋았고 다시는 한국에 오고 싶지 않았는데 15살 때 양부모님, 동생들과 함께 다시 한국에 왔고 고모도 만났습니다. 한국말은 다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말은 안 나오더군요. 하하."

- 양부모님들이 좋은 분들이었나 봐요.

"그럼요. 아주 잘 해주셨어요. 제가 스웨덴에 가고 싶었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어요. 첫째 동생들을 돌봐주고 싶었고, 둘째 한국에 계속 있다가는 학교도 못 가겠다 싶어서 공부하기 위해서였고, 셋째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새어머니는 공무원이었고 새아버지는 병원에서 엔지니어로 일하셨는데 아이를 갖지 못한 분들이어서 그런지 우리를 많이 사랑해주셨어요."

- 스웨덴에서는 어떻게 지내셨고, 한국엔 어떤 계기로 오게 되셨는지도 궁금해요.

"스웨덴에서 대학도 다녔고 미국으로 공부하러 가기도 했고, 하고 싶은 건 다 했어요. 17살 때 고등학교에서 남편을 만나 27살에 결혼하고 딸 둘을 뒀는데 아이들은 지금 스웨덴에서 직장을 다니고 공부하고 있어요. 한국에 오게 된 건 2년 전 남편과 사별한 뒤 너무 힘들어서예요. 태국에서 3주간 휴가를 보내고 스웨덴 집으로 오니까 너무 허전하고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귀에 한국에 가라는 말이 들리는 거예요. 한국에서 어릴 적 나쁜 기억 탓에 정말 돌아오고 싶지 않았는데 계속 그 목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럼 한국에 가면 뭘 해야 하나 생각하다 고아원에서 1년 동안 봉사하고 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스웨덴에서 사회복지사로 18년 동안 일했거든요. 그런 생각으로 작년 5월 한국에 왔는데 막상 찾아보니 제가 봉사할 수 있는 고아원이 없다는 거예요. 그렇게 낙심하니 한국에서 뭘 할지 모르겠고 외롭기도 하고 아이들도 보고 싶어 울기도 했는데 누군가 해외입양인연대라는 단체가 있다고 알려주더군요. 그곳에 가면 다른 입양인들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단체로 연락해 ‘돈은 필요 없다, 그냥 봉사로 일할 수 있느냐’고 했더니 와서 일하라고 해서 한국에 온 지 두 달 만에 그곳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첫날 울릉도.독도 여행을 위해 포항으로 향하는 크루즈에 승선하기 전 일행과 함께 잠시 한 컷. 루이스 씨는 여행 내내 한국말이 서툰 다른 해외 입양인들의 통역 등을 도우며 바쁜 일정을 보냈다.
첫날 울릉도.독도 여행을 위해 포항으로 향하는 크루즈에 승선하기 전 일행과 함께 잠시 한 컷. 루이스 씨는 여행 내내 한국말이 서툰 다른 해외 입양인들의 통역 등을 도우며 바쁜 일정을 보냈다.

 

해외 입양인들 상호교류·도움받을 장소(단체) 절대 부족한 현실

- 이번 독도 여행은 처음이신거죠? 어떻게 이번 여행에 참여하게 된 거예요? 독도 여행 소감도 궁금합니다.

"독도는 처음이죠. 작년 한국에 왔을 때는 8월에 (사) 둥지와 함께 처음 부산에 다녀왔어요. 그곳에서 다른 입양인들을 만났고 몇 사람과는 굉장히 친해졌어요. 둥지 사무총장님도 알게 되었고요. 총장님이 저를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했는데, 이번 여행도 같이 가자고 제안을 해주셔서 기꺼이 참여하게 되었어요.

이번 독도 여행은 작년 부산 여행 때와 다르게 입양인들을 도와주는 한국 봉사자 여러분과도 같이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분들과 한국말로 이야기하면서 한국말 연습도 하고 이런저런 대화도 즐거웠고요. 특별히 독도여행이라 꿈만 같았어요. 보통은 혼자 독도 여행을 간다는 게 간단하진 않잖아요. 독도를 둘러보면서 ‘이렇게 생겼구나’ 하고 느꼈던 게 꽤 좋더라고요. 다른 입양인들도 좋아한 것 같아요."

- 사연은 각기 다르겠지만 비슷한 처지의 다른 입양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신 소감이 있을 것 같아요. 또 모국을 찾아온 해외 입양인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선이나 편견과 같은 것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을 것 같고요.

"한국에 와서도 느꼈고 또 해외입양인연대에서 일하면서도 느낀 점들이 있어요. 보통 해외 입양인들이 한국에서 부모님을 찾아 만나게 되면 그 집으로 가요. 양쪽이 문화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저도 함께 가 지내면서 통역도 하고 번역도 하면서 돕거든요. 그러면서 느끼는 점이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입양인이라고 하면 불쌍하다는 생각부터 해요.

저는 그게 굉장히 싫어요. 왜냐하면 저의 경우 입양인이지만 양부모님이 계시잖아요. 사랑도 받았고 공부도 했고 하고 싶은 일 다 하면서 잘 살아왔거든요. 불쌍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입양인들이 한국에 오고 싶어 왔으니까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필요해요. 저는 이 말이 하고 싶어요. 다른 입양인들도 비슷할 거예요."

가수 이장희 씨가 울릉도에 마련한 울릉천국 아트센터로 가기 전 찰칵. 여행 내내 환한 미소로 일행을 도왔던 루이스 씨는 해외 입양인들을 동정의 시선이 아니라 다른 한국인들과 똑같은 평범한 사람들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가수 이장희 씨가 울릉도에 마련한 울릉천국 아트센터로 가기 전 찰칵. 여행 내내 환한 미소로 일행을 도왔던 루이스 씨는 해외 입양인들을 동정의 시선이 아니라 다른 한국인들과 똑같은 평범한 사람들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 한국에 정착해서 다시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싶은 해외 입양인들이 가장 바라는 점은 뭘까요?

"다른 입양인들을 많이 만났고, 그 부분을 이야기해봤는데 우선 가장 필요한 건 해외 입양인들이 만나서 정보도 나누고 대화도 하면서 만날 장소에요. 차 한잔이라도 같이 마시면서 이야기할 커뮤니티나 센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장소가 없어 이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가 없어요. 해외 입양인들을 도와주는 둥지나 제가 돕는 곳과 같은 단체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죠.

알지 못하니 단체를 찾아오지 못하고 필요한 정보도 얻지 못하는 것이고요. 또 한국 문화와 서양 문화의 차이가 큰데 중간에 도와주고 가르쳐줄 사람도 찾지 못하는 거죠. 해외 입양인들이 한국에 한주든 한 달이든 일 년이든 거주하는 동안 궁금한 것, 필요한 정보 이것저것 물어볼 곳이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한국에 와서 편의점에 물건을 사려고 해도 물어보는 게 두려워서 그냥 나온 적이 있거든요. 다른 입양인들과 대화해보면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어요."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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