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기업시민" 외친 포스코 최정우... 연임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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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pick] "기업시민" 외친 포스코 최정우... 연임 가능할까
  • 노경민 기자
  • 승인 2023.07.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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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회장 대부분 중도 사퇴... '완주' 드물어
최 회장, '그룹 체질개선' 주도... '성공적' 평가
'첨단소재기업' 이미지 전환... 사내 여론 우호적
'국민기업 부정' 이메일 논란... 포항 주민 등 반발
화물연대 파업 당시 철강협회장... "역할 부재" 지적도
포스코홀딩스... 올해 11월 차기 회장 선임 절차 개시
@그림 고나백 gonnaback73@gmail.com

1983년 포항종합제철 입사. 감사실장, 재무실장을 거쳐 회장 직속 가치경영실장(부사장), 대표이사 사장 역임. 2018년 포스코켐텍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18년 7월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 취임.

재계 5위 포스코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정우 회장의 약력이다.

포스코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가 올해 11월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정우 회장의 연임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포스코는 KT, KT&G와 함께 이른바 '주인없는 소유분산 기업' 중 한 곳이다. 정부가 보유 지분을 정리해, 민간기업으로 전환한지 오래지만 위 기업집단들은 새 회장 선임때마다 내홍을 겪는다.

신임 회장 후보들에 대해서는 그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낙하산', '복심' 등의 민감한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국민기업'이란 표제어도 이들 기업집단을 언급할때 자주 등장하는 단골 표현이다. 논란의 당부를 떠나 이같은 현상은 위 세 기업집단이 우리 산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준다.

특히 포스코는 '제철보국(製鐵報國)'이란 창업이념에서 알 수 있듯 대한민국 경제의 밑바탕이 된 기업집단이다. 존재감이 다른 만큼 포스코 회장 선임은 재계를 넘어 정치권의 현안으로 부상하기도 한다.

최정우 회장 역시 선임 과정에서 이같은 잡음을 겪었다. '정통 포철맨'의 이력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정치권의 외풍을 비켜가진 못했다. 연임을 앞둔 현재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 회장 연임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상반된 시선이 존재한다. 연임을 긍정하는 이들은 그의 재임 중 성과를 강조한다.
 

연임 찬성 측 "사업구조 재편... 과감한 체질개선 주도"  

최 회장 재임 최대 성과는 그룹의 '체질개선'이다. 전통적으로 포스코는 철강을 비롯한 기초소재를 국내 산업계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아왔으나 최근에는 리튬이온 기반 이차전지 분야에서 더 조명을 받고 있다.

포스코 계열사들은 배터리셀 핵심 원자재인 양극재와 음극재(전구체 포함) 생산·공급능력을 대폭 확대,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포트폴리오를 첨단소재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그룹 주요 계열사 주가도 큰 폭으로 올랐다. 그룹 내 상장 계열사 6곳 전체 시가총액이 100조원을 돌파한 사실은 체질개선 작업에 대한 시장의 우호적 평가를 반영한다. 

지난해 스틸어워드에서 포스코가 기술혁신, 지속가능성 등 2개 부문에서 본상을 수상하고,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대를 회복한 점도 최 회장의 경영 성과라 할 수 있다.  

연임에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최 회장 연임에 부정적인 이들은 ▲'국민기업 부정' 발언 ▲포스코 고로(高爐) 가동 중단 ▲화물연대 파업 당시 역할 부재 논란 등을 언급하면서 그의 리더십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사진=시장경제 DB
사진=시장경제 DB

 

연임 반대 측 "'포스코 국민기업 부정' 등 리더십 의문"     

'국민기업 부정' 논란은 지난해 6월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가 그룹 임직원에게 한 통의 이메일을 보내면서 불거졌다. '포스코그룹의 정체성'이라는 제목의 이메일에서 최 회장은 "포스코그룹이 국민기업이라는 주장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 회장이 인식하는 포스코 정체성을 한 줄로 정리하면 '2000년 정부 보유 지분 전량 매각에 따라, 완전 민영화된 민간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과거 공기업이었다는 사실 때문에 국민기업으로 인식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도 했다. 

최 회장 이메일은 거센 후폭풍을 몰고 왔다. 포스코 원로 모임과 포항지역 시민단체 등은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최 회장의 리더십을 문제삼았다. 이들은 "제철보국과 우향우정신으로 대표되는 포스코 기업이념을 현직 회장이 부정했다"며 그의 공식 사과와 퇴진을 요구했다. 

지난해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고로가 가동을 멈춘 사건도 최 회장 리더십에 흠집을 냈다. 

태풍 힌남노는 포항제철소가 위치한 경북 지역을 통과하면서 시간당 최대 110.5mm에 달하는 폭우를 뿌렸다. 제철소 측은 기습폭우에 공장 설비가 침수될 위기에 처하자 고로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포항제철소에는 모두 4개의 고로가 있다. 49년 전 처음 쇳물을 쏟아낸 제1 고로는 설비 노후화로 불이 꺼진지 오래이다.  그러나 2~4고로가 모두 가동을 멈춘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포항제철소의 고로는 2003년 태풍 매미, 2016년 차바, 2024년 마이삭 등 대형 태풍이 몰아쳤을 때도 계속 쇳물을 생산했다. 

지난해 7월 화물연대 총파업 과정에서 최 회장이 자리에 걸맞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화물연대 파업이 진행 중이던 같은달 9일, 그는 철강협회장 자격으로 서울 포스코센터 아트홀에서 열린 제23회 '철의 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포스코 일부 공장이 원부재 공급 차질로 운영을 중단하는 등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음에도 그는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돼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상생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모호한 발언을 남겼을 뿐이었다.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업계 전체가 화물연대 파업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상황을 고려할 때 아쉽다는 반응이 많았다.
 

11월 차기 회장 선출... '연임' 전망 엇갈려 

역대 포스코 회장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대부분 '중도 사퇴'로 임기를 끝냈다는 점이 그것이다. 1968년 국영기업 포항종합제철 창립을 주도한 고(故) 박태준 초대 회장은 1992년 10월, 김영삼 전 대통령과 정치적 갈등을 빚다가 물러났다. 

2대 황경로 회장은 취임 5개월 만에, 3대 정명식 회장은 취임 1년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4대 김만제 회장은 1994~1997년 첫 번째 임기를 마치고 연임에 성공했으나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1998년 3월 퇴임했다. 

5대 유상부 회장도 연임에는 성공했으나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사임했다. 6대 이구택, 7대 정준양, 8대 권오준 회장도 정권이 교체된 이듬해 각각 자리를 떠났다. 

최 회장의 경우 전임자들과 비교할 때 '그룹 체질개선'이란 굵직한 성과가 눈에 띈다. 같은 소유 분산 기업인 KT의 차기 회장 선임 작업이 지연되면서 여권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점도 최 회장에겐 호재이다. 사내 여론은 '연임'을 찬성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포스코 하면 떠오르는 '철강회사' 이미지를, '첨단소재기업'으로 바꿔놨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다만 포스코 원로 모임과 포항지역 민심이 최 회장 연임에 부정적이라는 점은 부담이다. 정치권의 평가는 엇갈린다. 경북을 지역구로 하는 일부 여당 국회의원실에서는 '교체'를 당연시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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