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지주사, 본사, 미래기술연구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이하 범대위) 활동을 두고 지역 경제계에서 포항시 배후설이 흘러 나오고 있다.

범대위 활동을 두고, 포항시가 개입한 '관제 집회' 아니냐는 의혹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포항시가 연루된 정황이 다수 드러난 탓이다.

지난달 15일 포항 포스코 본사 앞에서 열린 '포스코 범대위 활동 포항시민 보고대회 및 최정우 퇴진을 위한 총궐기 대회' 현장에는 포항시의 읍면동 이름이 적힌 전세버스와 푯말이 다수 눈에 띄었다.

범대위는 행사를 위해 각 읍면동에 참석인원을 할당하는가 하면, 주민 참여를 독려하는 붉은색 현수막을 시내 곳곳에 걸었다.

이날 행사 현장에는 포항시 직원 20여명이 투입됐다. '시민 안전관리' 명목이었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시의 암묵적 지원을 의심케 하는 정황으로 볼 여지도 있다.
 

앞서 지난달 9일 일부 지역 언론을 통해 공개된 범대위 내부 문건 중 '집회와 관련 포항시의 중재 노력은 있었나'라는 문항을 보면, '범대위와 포항시가 바라는 것은 상당 부분 동일하다. 포항시는 협상을 통한 포스코와의 합의이행을 완료하는 것임'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다른 범대위 내부 문건에는 읍면동 현수막 게첨과 인력동원을 요청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개발자문위원장 주재 하에 읍과 동은 100~200개 이상 현수막을 게첨하고, 면은 50개 정도 게첨 부탁한다' 등 지사사항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읍면동 개발자문위원장 중심으로 단체별 인력동원에 적극 협조하라', '포스코 자매마을과 관련해 통상적 봉사활동은 유지하되 기존에 없던 행사는 포스코홀딩스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자제해 달라'는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 

같은 달 9일 포항월남참전전우회는 회원들에게 범대위 주최 집회 참석을 독려하면서 '포항시청의 간곡한 협조 요청과 포항시의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에 본 전우회에서도 참여를 결정했다'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포항시는 범대위 주최 집회 지원 의혹을 일체 부인했다. 시 관계자는 "포항시가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 포항시의 협조요청이 있다고 하면 회원들의 참여가 많아질 것으로 생각한 단체 사무국장이 자의적으로 해당문구를 넣은 것"이라며 "사무국장이 이후 정정 문자를 회원들에게 보내면서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했지만, 첫 문자가 돌면서 포항시 개입 의혹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범대위 위원장의 이력 역시 포항시 개입 의혹에 무게를 더한다. 강창호 범대 위원장은 포항시개발자문위원연합회 제8대 회장을 맡고 있다. 개발자문위원연합회는 포항시 읍·면·동 개발자문위원회의 연합체이다. 

개발자문위원회는 '포항시 읍·면·동개발자문위원회 조례'를 설치 근거로 하는 일종의 법정단체이다. 개발자문위원회는 읍면동장이 추천해 시장이 위촉한 위원들로 구성된다.

개발자문위원회는 해당 읍·면·동장의 자문에 응해, 읍·면·동 발전 협의 사항 등 조례에 정한 사항을 심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시 예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운영비도 지원받을 수 있다. 읍·면·동 개발자문위원회가 포항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성군 읍면개발자문위원회 등 전국 30여개 기초지자체가 조례를 근거로 개발자문위원회를 두고 있다. 

2021년 5월 포항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강창호 범대위원장의 연합회장 취임식에는 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해 정해종 포항시의회 의장, 김희수 경상북도의회 부의장, 포항시 개발자문위원연합회 역대 회장 등이 참석했다.

강창호 위원장은 회장 취임사에서 "회원 화합을 통한 연합회 발전뿐만 아니라, 주민·행정간 가교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는 등 포항시와 협력을 통해 시의 각종 시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강덕 시장은 축사를 통해 "신임 강창호 회장님을 중심으로 보다 결속력 있는 개발자문위원연합회가 돼, 지역 주민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 주시길 바란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