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pick] 과징금 부르는 '전통법 49조'... 통신사 매년 골탕, 왜?
상태바
[시경pick] 과징금 부르는 '전통법 49조'... 통신사 매년 골탕, 왜?
  • 한정우 기자
  • 승인 2023.08.28 1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기통신사업법, 통신3사에 '회계 보고' 의무화
보고 내용, 항목, 기준 등 법령이 구체적 지정
통신환경 과거와 비교 불가능할 정도 변화 폭 커
서비스 내용 수시 변경, 전통법 준수 사실상 불가
위반 횟수 SKB 8회, KT 5회, 유플러스 4회
현실 반영 못하는 전통법... 과징금 반복 '악순환'
시장 급변... 통신업계 현실 반영한 법개정 시급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통신사는 고도화되는 IT산업 환경과 서비스 정책, 고객 요구와 시장 현황 등을 고려해 요금제를 새로 출시하거나 변경한다. 기존 서비스를 종료하기도 하고 내용을 변경하는 일도 잦다. 영업보고서에 기입하는 회계 관련 구조와 요구사항도 매년 복잡하게 바뀐다." - SK텔레콤 관계자.

"오류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자산, 수익, 비용 등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휴먼 에러가 발생하게 된다. 통신사의 요금제와 서비스 항목은 분류에 따라 그 수가 수천만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복잡하다. 무엇보다 기존에는 없는 새로운 항목이 수시로 발생해 회계 정리를 하기가 무척 어렵다." - KT 관계자.

"전기통신사업법 제49조에 따른 회계정리는 각 통신사마다 다르게 적용될 수밖에 없다. 통신사마다 서비스와 요금제 내용이 서로 다르고 항목도 혼잡한 것이 사실이다. 통일되고 투명한 회계 정리 양식이 필요하다.“ - LG유플러스 관계자.

통신3사(SKT, KT, LGU+)가 전기통신사업법상 '회계 정리' 규정 위반을 이유로 수억원에 달하는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고 있지만, 관련 법제와 현실이 겉돌면서 근본적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통신3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SKT 자회사 SK브로드밴드(SKB)와 KT, LG유플러스는 전통법 제49조 위반으로 과기부에 각각 9700만원, 1억3000만원, 1억5900만원의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을 이행했다. 각 통신사의 최근 10년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전통법 제49조 위반 횟수는 SKB 8회, KT 5회, 유플러스 4회로 집계됐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통신3사의 상습적인 법 위반 사실을 알 수 있다.  

과징금 부과 제재 근거가 되는 전기통신사업법(전통법)은 '회계연도 종료 후 3개월 안에 정해진 회계정리 기준에 따라 각 통신사의 자산과 수익, 비용 등을 영업보고서에 정리·기재 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제출'토록 하고 있다(같은법 49조). 통신3사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시가총액 상위 법인이란 공통점이 있다.

주식시장 상장 기업이 특정 법조를 반복적으로 위반했다는 사실은 주가를 떨어트리는 대형 악재가 될 수도 있다. 누구보다 주가에 민감한 이들 기업이 약속이나 한 듯 실정법 위반 행위를 거듭한다면, 해당 조항 자체의 개정 필요성을 우선 검토하는 것이 순리에 맞는다. 해당 법률이 독소조항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통신3사, 회계 위반으로 매년 과징금... "울며 겨자먹기로 내야"  

통신3사는 전통법 및 동법 시행령에 근거해 서비스 역무별 자산·비용·수익 등을 형태·기능별로 분류한 뒤, 그 회계 정보를 영업보고서에 기입해야 한다. 취재 중 만난 통신업계 관계자는 입을 모아 "전통법이 정한 회계 기준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통신3사의 사업구조와 제공 상품은 국내에 무선 통신 서비스가 본격 도입된 1990년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변화됐다. 유무선 통신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폭 줄어든 반면 IPTV, 인터넷, OTT를 비롯한 미디어 콘텐츠, biz솔루션 등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상품군이 포트폴리오 주연 자리를 꿰찼다. 서비스 환경 변동폭이 매우 크고, 예측 가능성도 낮아 법률이 정한 기준에 맞춘 회계 정리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법률이 급변하는 시장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통신 현실 담아내지 못한 '전통법 49조'... 개정 시급 

과기부에서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과기부 관계자는 "회계 정리는 각 사업자들의 통신 접속, 통신사간 비용 정산, 보편 분담금 등 대가 산정에 활용된다"며 "전통법 제49조는 3G, 4G(LTE), 5G 등 통신서비스 역무별 자산·수익·비용 등을 영업보고서에 기재하는데, 요구하는 데이터가 많다보니 위법 행위가 반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통신사와 소통하며 3년마다 개정 방안을 토론 중"이라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제시, 과징금 면제 등 불합리한 부분 해소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통신사가 법률을 지속적으로 위반하고 과징금을 내고 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그 조항이 지키기 힘들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통신사 측에 요구하는 회계 정리 사항이 너무 방대해 그 항목을 지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예를 들어 사람 한 명이 지난해 1년 동안 사용한 돈을 종류, 가격, 기간, 장소 등으로 세분화 해 모두 정확하고 빠짐없이 기재한다고 했을 때, 완벽한 기입이 될지 의문”이라며 “관계자들이 전통법 49조에 더 관심을 가지고 면밀하게 법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