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新중년①] 화려한 경력은 잊자... 스펙보다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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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新중년①] 화려한 경력은 잊자... 스펙보다 '도전'
  • 박봉균 NGO저널 기자
  • 승인 2023.06.15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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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저널-상상우리 공동기획, ‘인생 2막’을 만나다

40대 퇴직시대, 중장년 일자리 정책화두로
"마음 비우고 새로운 배움으로 채워야"
사회문제아닌 사회주체로 거듭 날 때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편집자 註] 오늘, 중장년은 행복해지기가 어렵다. 평균 49세에 연간 80만명 퇴직 시대. 곧 60세에 편입된다. 고령화, 고세금, 저성장 굴레에 얽매여 벌써 삶은 9회 말이다. 사회적 책임감이나 연대도 약해진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부터 준비해서 길목을 지켜야 한다. 최소 공 3개(스트라이크)의 기회는 있고, 타석에 서면 ‘세이프 인생’도 가능하다. 사회적기업 상상우리 공동기획으로 숨 고르기와 9회 말 역전을 노리며 ‘인생 2막’을 설계해본다. 중장년은 ‘복지대상’이 아니라 ‘복지 해결 주체’다.    

“당신은 무엇을 내려놓고 오셨습니까?”

신철호 상상우리 대표가 인생 후반전을 준비하는 중장년에 던지는 질문이다. 이들의 벽은 “예전 화려한 일터, 높은 연봉, 그리고 알량한 자존심”이라고 일갈한다. 의미 있는 후반전이 되려면 내려놓고 비워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지난해 양민혁(54·가명)씨는 하루 종일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일자리 검색에 매달렸다. 대기업 생활 17년, 개인사업을 4년간 한 이력에 내심 자신감이 있었다. 클릭 몇 번으로 이력서를 보낼 수 있는 기업은 많았지만 좀처럼 ‘서류 통과’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이력은 화려했지만 면접서도 떨어졌다. 현실을 깨닫는 데 6개월 걸렸다. “비울 것은 비우자!”  

그리고 양씨는 무거운 목표를 내려놨다. 중소기업이지만 주 3일 근무하는 프리랜서 자격으로 1년간 일할 수 있게 됐고, 충분한 수입을 올리며 정규직으로 도약도 가능하다. 그는 “하던 업무를 하니 마음도 편하고 안정적으로 자격증도 준비할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며 “비워야 한다는 말에 자존심을 구긴다는 분들이 많은데, 새로운 배움으로 채우고 새로운 꿈으로 다시 채우면 된다”고 회고했다. 

△ 퇴직 중장년, 사회적가치 재창출하는 주체로~  

코로나를 관통하며 구조조정이 상시화되면서 청춘을 직장에 바쳤던 40~50대 중장년층의 실직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 평균 퇴직나이가 49세로 7년전 53세에서 연령대가 급하강 중이다. 퇴직 시기가 40대까지 내려오게 되면서 퇴직 중장년의 수도 연간 80만명을 넘어섰다. 최근 출생자 수인 25만여명에 비하면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청년 문제만큼이나 중장년의 사회 문제도 정부의 정책 화두가 되고 있다. 가장 고민하고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일자리 문제다. 많은 정부 사업들이 일자리 창출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낮은 취업율을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됐다. 그 결과 5년간 127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다고 한다. 하지만 노인을 포함한 중장년들이 정부 주도 정책을 통해 일자리를 얻어야 하는 복지의 대상으로 넓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30년에 50세 이상 중장년이 전체 인구의 50%가 넘을 전망이다. 송승재 상상우리 커리어팀 이사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50세 이상을 생계와 연결된 복지의 대상자로 보고 현재의 방법처럼 많은 예산을 사용한다면 복지를 포함한 일자리 관련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고,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취약계층의 여러 대상 중 55세 이상의 중장년도 포함돼있다. 퇴직 후 재취업의 사각지대에 들어와 있기에 정부 지원의 대상자가 될 수 있겠지만, ‘무조건적인 복지대상자가 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장년도 사회적 주체로 거듭날 수 있을까. 사회적기업인 상상우리처럼 중장년들의 채용을 지원하는 데는 일자리 창출 못지않게 사회적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데 그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 

신철호 대표는 “그동안 추진했던 프로젝트를 돌아보면 사회적으로나 우리 스스로가 그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동안은 그들이 사회문제의 대상이기 때문에 그들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사회적 성과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그들은 사회문제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주체가 되어 가고 있다' 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런측면에서 상상우리가 운영중인 중장년 일자리 프로젝트 ‘굿잡5060’ 은 눈여겨 볼만하다. 5년간 1000명의 퇴직 중장년들에게 교육과 상담을 제공해 사회적경제기업에 취업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난해 수료생 중 60%이상이 취업에 성공하며 국내 중장년 일자리 사업 중 사회적가치까지 잡아낸 대표적인 선례로 남았다. 기존 카운슬링, 단순 강연 정도로 끝나는 취업교육이 실효성을 얻긴 어렵다는 비판을 잠재운 예다. 

△ 삶 재설계 기준된 사회적기업과 맞춤형 지원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중장년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정책과 다양한 활동을 만들어 운영하기 시작했다. 노동부는 1000명 이상 사업장에서 1년 이상 근무한 50세 이상의 비자발적 퇴직(이직)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1000인 이하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만45세부터 54세까지의 직장인들이 이직에 대한 준비 등 인생 2막에 대한 설계를 할 수 있도록 ‘중장년 새출발 카운슬링’이라는 사업도 운영중이다.  

지자체에서도 지역의 중장년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일자리사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으며, 여러 지역에서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시50플러스센터'와 같은 기관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처럼 중장년 대상으로 교육과 상담을 진행하는 기관에서는 중장년들에게 맞는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고 취업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의 일자리 정책이나 서비스에서 좀 더 특화해 사회적기업과 중장년들을 매칭하는 ‘적합 일자리 서비스’에 다양한 연구와 활동이 진행중이다.  

이재명 상상우리 커리어팀 매니저는 대표적으로 '런앤잡4050'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중장년 집중지원 프로젝트 서울런4050 사업의 일환으로 더 나은 일을 더 오래 할 수 있도록 4050 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직에 필요한 기업 맞춤형 실무역량 강화교육을 통해 재취업을 지원하는 서울시 핵심 중장년 일자리지원 프로그램이다, 

이 매니저는 "5개 영역별 직무 교육으로 나눠 차별화했다. 중장년 채용 기업의 수요를 반영한 직무 영역별 교육 마케팅, 영업, 재무회계, 신사업기획, 인사조직 실무 중심의 교육이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사후 서비스도 강화했다. 현장에서 요구되는 실무 맞춤형 커리큘럼 프로젝트에 직접 실습기회를 부여해 성공적인 이직 지원을 한다는 계획이다. 직무별 전문강사, 상담사, 현직자 멘토 등 전문 인력의 맞춤형 취업 서비스 지원이 집중된다.  

이응경 상상우리 교육팀 팀장은 "퇴직한 중장년들에게 적합한 일자리의 기준이 직무 내용이나 회사 규모, 고용 형태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측면의 내용도 반영된다면 적합 일자리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형태와 기회도 더욱 다양해 질 것”고 전했다.

△ 재취업 끝가지 돕는다...'핫' 정보, 어디에

공무원으로 임용돼 20년간 공직생활을 하다 퇴직한 하영길(51·가명)씨는 건강상 문제로 일을 그만뒀지만, 올해 회복한 후 새로운 분야에 공부를 시작하며 재도약을 준비중이다. 

상상우리, 노사발전재단 등 중장년 재취업 관련 기관의 문을 두드리며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재취업 교육을 수강했다. 수강하면서 중장년을 위한 취업정보 사이트가 많다는 것도 최근에 알았다. 고용노동부의 워크넷(work.go.kr), 장년 일자리 희망넷(www.4060job.or.kr), 전국 경제인연합회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www.fki-rejob.or.kr) 등을 통해서 장년층에 특화된 구인 정보를 찾고 있다. 특정 전문직 취업 정보를 원하는 사람도 해당 분야의 특수한 구직 사이트도 마련돼 있다. 

하영길씨 처럼 공개된 정보를 이용한 것도 유용하고, 전문직이나 경영관리자라면 헤드헌팅 회사에 등록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취업박람회를 직접 방문하는 것도 채용정보 찾기에 도움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퇴직전이라면 전직지원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다. 전직이 예상되는 근로자에 대해 재취업 교육과 취업알선에 나선 기업에게 운영경비의 50~66%를 고용보험에서 지원하고 있다. 앞서 상상우리가 운영중인 '런앤잡4050'도 주목받고 있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소양교육, 디지털역량교육, MZ세대와 함께 일하기 위한 소통교육 등을 퇴직전에도 학습할 기회를 제공한다.

신철호 대표는 "최근에 ‘덕업일치의 기술’이라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즉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더불어 돈까지 벌 수 있는 중장년의 직업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특히 "'어떤 일을 하는 것이 좋을까'라는 고민만 하지말고 '나만 알 수 있고 큰 부담 없이 작은 것부터 시작할 수 있는' 부캐(부캐릭터)를 만들어보자"며 "지금바로 실행하다보면 부캐가 본캐(본캐릭터)가 되고 인생 2막에 큰 성장을 맛 보게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NGO저널에도 실렸습니다.

 

상상우리가 서울시와 함께 선보인 중장년 재취업 프로그램 '런앤잡4050'.
상상우리가 서울시와 함께 선보인 중장년 재취업 프로그램 '런앤잡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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