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깜깜이' 우리은행장 인터뷰... 투명하게 뽑겠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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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깜깜이' 우리은행장 인터뷰... 투명하게 뽑겠다더니?
  • 정규호 기자
  • 승인 2023.04.2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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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행장후보 심층인터뷰어 비공개 논란
"경영승계 프로그램 공정·투명" 임종룡 회장 약속 무색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우리은행장 후보를 심층 인터뷰할 전문가 비공개 방침을 놓고 뒷말이 많다. 우리은행장을 최종 선임할 자회사 추천위원들은 프로필까지 공개하면서, 실무능력을 따져볼 전문가를 비공개로 하는 것은 넌센스라는 것이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우리은행장을 보다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선임하기 위해 업계 최초로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경영승계 프로그램’은 전문가 심층인터뷰(1단계), 평판조회(2단계), 업무역량평가(3단계), 자추위 최종 심층면접(4단계)까지 총 4단계로 진행된다. 이중 1단계인 ‘전문가 심층 인터뷰’가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분야별 외부전문가와 워크숍 형태로 1대1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를 공개하지 않으면 임 회장이 공언한 ‘투명‧객관 절차'에 구멍이 뚤릴수 밖에 없다. 임 회장이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유가 바로 ‘깜깜이 인선’, ‘음지 인선’을 막자는 취지이기 때문이다.

기존 선임절차는 대부분 이사회 인사와 겹쳐 자추위 내부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사외이사 대부분이 CEO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해 ‘거수기’ 노릇을 한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실제로 지난 3월 주총서 4대금융 사외이사의 72%(25명중 18명)가 재선임됐다.

그동안 우리은행장은 자추위 내부 논의만으로 선임돼 금융당국으로부터 ‘깜깜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1월 금융지주 이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한 유능한 경영진의 선임은 이사회의 가장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라며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당부했다.

임 회장 본인도 지난해 우리금융 회장 후보 추천 당시 깜깜이 인선 의혹을 받았다. 임추위 소속 이사회가 임종룡 前금융위원장을 회장 후보로 선출한데 대해 이복현 금감원장은 “회장 후보자 숏리스트가 일주일만에 결정되는 과정에서 평가에 필요한 적정시간이 확보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은행장을 인터뷰할 전문가 섭외 여부도 공개되지 않아 평가를 위한 ‘적정시간 확보’는 확인할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문가를 비공개로 하는 임 회장의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자추위보다 더 음지 인선이 되는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문가 라인업뿐아니라 선발기준, 인원까지 비공개다. 심지어 전문가 라인업을 비공개하는 이유도 비공개라고 한다. 우리은행 조직원 내에서 조차 알권리가 침해됐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온다. 우리금융은 “전문가 라인업은 공개할 수 없다”며 비공개 이유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를 공개하면 후보와 인맥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 비공개하는 것이 맞다는 옹호론부터 임 회장이 결국 자신의 인맥을 동원하기 위해 비공개 원칙을 내세운 것 아니냐는 무리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임 회장은 경영승계 프로그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분열과 반목의 정서, 낡고 답답한 업무 관행, 불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한 인사 등 음지의 문화는 이제 반드시 멈춰야 한다"

"‘경영승계 프로그램’은 회장이 은행장을 선임할 수 있는 권한을 내려놓는 것이다. 은행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전문가 심층면접에 필요한 정보를 공개한다면 우리은행장 후보는 자신들의 비전을 더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고 짜맞추기, 짬짬이 의혹 논란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경영승계 프로그램’이 도입 취지대로 투명하고 객관적인 절차로 개선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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