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시장 숨통, 회사채 순발행 4.4배... 바닥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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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자금시장 숨통, 회사채 순발행 4.4배... 바닥 찍었다
  • 양원석 기자
  • 승인 2023.01.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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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협 집계, 회사채 순발행 3조 넘어
직전 월 6천900억 대비 4.4배 증가
금융당국 적극 개입, 업계 자구노력 더해 경색 풀려
LG화학 수요예측... 모집금액의 10배 자금 몰려
불통 튄 건설업계 자금 경색, 조만간 해소 전망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강원도 테마파크 레고랜드 디폴트 선언으로 경색 국면에 접어들었던 기업 단기자금 조달 시장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새해 들어 양도성예금증서(CD)와 기업어음(CP) 금리가 동시에 내리는 등 자금시장 경색이 풀리고 있음을 나타내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신용등급 A인 ‘NPL(부실채권) 투자 관리’ 전문기업 하나에프앤아이가 수요예측서 모집금액의 8배가 넘는 자금을 확보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빠르게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20일까지 자산유동화증권(ABS)를 제외한 회사채 발행액은 5조761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회사채 상환액은 2조7249억원을 기록해 순발생액은 3조361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레고랜드 사태로 기업 단기자금시장은 심각한 경색위기에 빠졌다. 지난해 10월과 11월 회사채는 각각 4조8429억원, 8089억원 ‘순상환’ 상태에 있었으나 12월 들어 6879억원 순발행으로 전환됐다.

회사채 상환액이 발행액을 초과하면 순상환, 그 반대의 경우는 순발행 상태라고 한다. 순상환은 자금시장이 얼어붙어 우량 기업도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현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음을 의미한다.

지급보증기관인 강원도의 디폴트 선언으로 자금시장을 충격에 빠트린 레고랜드가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같은 방식을 주로 사용한 건설업계에 불똥이 튀었다. 재무건전성이나 분양실적에 문제가 없는 우량 건설사조차 부도설에 시달리는 등 지난해 4분기 자금시장은 뿌리부터 흔들렸다.

다행히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강도 높은 개입에 나섰고, 증권업계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자구책을 내놓으면서 경색 국면은 조기에 풀렸다. 기업 자금시장 전반에 온기가 돌면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도 고비를 넘길 수 있게 됐다.

취재를 종합하면 신용등급 AA인 초우량 회사채에 대한 시장 반응은 지난해 3분기 이전 수준까지 올라섰다. 이달 11일 GS에너지(신용등급 AA)는 17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 예측을 실시, 기관투자자로부터 1조56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회사는 발행액을 2500억원으로 증액할 예정이다. 

같은 달 16일 신세계(AA)도 모집금액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 결과 1조6950억원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신세계는 모집금액을 2000억원으로 늘렸다. 17일 4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키로 한 LG화학(AA+)도 수요예측에서 약 4조원 수준의 자금을 확보, 발행규모를 8000억원으로 증액했다.

이보다 등급이 낮은 신세계푸드(A+)도 이달 18일 5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을 통해 1950억원을 끌어 모았다. 하나에프앤아이(A)가 실시한 800억원 규모 수요예측에 6220억원의 기관투자자 자금이 몰린 사실은, 회사채 시장 전반에 훈풍이 불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색이 풀리면서 조달 금리도 하락하고 있다. 이달 20일 신용등급 AA-인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연 4.453%로, 지난해 10월 21일 기록한 연고점(연 5.736%) 대비 128.3bp 내렸다. 1bp는 0.01%p를 의미한다. 같은 날 신용등급 BBB-인 기업의 무보증 회사채 3년물 금리는 10.605%로, 지난해 10월 21일의 연고점(11.591%)과 비교할 때 100bp 가까이 떨어졌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지난해 12월 말 약 한달여 만에 3%대로 내려온 뒤, 이달 20일 3.67%로 완만한 내림세를 이어갔다. 

이달 9일 두달여 만에 4%를 회복한 기업어음(CP) 금리도 같은달 20일 4.72%로 장을 마감하는 등 안정적 흐름을 유지했다.

회사채 시장이 안정되면서 국고채와의 금리 차이(크레디트 스프레드)도 좁혀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 국고채 3년물과 AA- 등급 무보증 회사채 3년물의 크레디트 스프레드는 177.2bp에 달했으나 이달 20일에는 그 간격이 112.3bp 수준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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