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교감할 수록 똑똑해지는 AI친구"... SKT 슈퍼앱 '에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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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교감할 수록 똑똑해지는 AI친구"... SKT 슈퍼앱 '에이닷'
  • 유경표 기자
  • 승인 2022.05.24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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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언어모델' 구현 AI... "자연스럽게 대화"
자연어 처리·감정 분석 기술, 현존 AI 중 최고
SKT 베타 서비스... 다양한 가능성 엿보여
아기자기한 캐릭터 내세워 친숙함 높혀
최태원, AI 개발 '아폴로TF' 정규조직 확대
'아폴로TF' 첫 결과물... AI기술 진보 이끌어
서비스 안정화 후 콘텐츠 확대 전망
사진=SKT
사진=SKT

최근 IT업계는 ‘인간보다 더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AI) 개발에 투자를 아까지 않고 있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자신들이 만든 컴퓨터 프로그램에게까지 소통과 교감을 요구하는 역설적 상황으로 볼 수도 있다. 0과 1의 디지털 프로그램 코드에 불과한 AI가 복합적인 인간의 감정을 이해한다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원하든 원치않든,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사람을 닮아가려는 현상은 지배적 흐름이다. 

이런 점에서 SK텔레콤이 공개한 AI비서 ‘에이닷’은 꽤나 자연스러운 대화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기존 AI의 어색한 기계음과는 분명한 차별점을 지닌다. 인간과 비슷한 억양을 구사하는 에이닷과의 대화는 사뭇 친숙한 느낌을 준다. 개선해야 할 부분도 보이지만, 사용자가 한 '말의 맥락'을 이해하고 대화를 이어가는 수준은 분명 놀랍다. 특정 동작의 실행을 위해서는 사전에 정해진 ‘명령어’가 필요했던 기술적 한계에서 한 발 나아간 모습이 엿보인다.

로봇공학 이론인 ‘언캐니벨리(불쾌한 골짜기, Uncanny valley)’ 이론에서는 로봇이 인간을 닮아 갈수록 인간이 느끼는 호감도가 상승하지만, 특정 구간에 이르면 혐오감이나 거부감이 급격히 증가한다고 설명한다. AI 영역에도 같은 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 어설프게 인간의 말투나 억양을 따라하는 가상의 목소리에 거부감이 드는 이유다. 

기존 AI와 비교할 때 에이닷의 차별화된 강점은 '자연어 처리 능력'과 '감정 분석 기술'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에이닷은 사람의 실제 음성과 구분이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섰다. ‘언캐니벨리’의 한계를 뛰어넘었다고 할 수 있다. 

SKT에 따르면 현존하는 '대화 언어 모델' 중 역대 최고 성능으로 평가받는 '거대 언어 모델'(GPT-3)의 한국어 버전이 적용된 덕분이다.  

SK텔레콤은 에이닷을 ‘성장형AI’로 명명하고, 이달 16일부터 안드로이드 오픈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정식 출시버전이 아닌 만큼, 음성호출 기능은 지원하지 않고 있다. 음성명령을 통해 작동시킬 수 있는 앱의 개수도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음성인식의 정확도가 매우 높은 편이어서 사용 시 답답함이나 불편함은 크게 느낄 수 없다. 사용자 음성을 인식하고 명령을 실행하는 성능은 현존하는 AI 중 가장 뛰어나다.

에이닷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야심작으로도 평가받는다.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사업 등을 잇따라 성공시킨 최 회장은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AI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최 회장은 AI 사업에 힘을 싣기 위해 올해 2월부터 SK텔레콤의 무보수·미등기 회장직을 맡고 있다. SK텔레콤 회장으로 취임한 최 회장의 첫 행보는 AI 전략 컨트롤타워인 ‘아폴로TF'를 정규 조직으로 확대한 것이었다. 에이닷은 ’아폴로TF'가 내놓은 첫 결과물이다. 
 

사진=유경표 기자
사진=유경표 기자

 

자연스러운 대화 구현한 에이닷... '거대 언어 모델'로 맥락 이해

에이닷 앱을 실행시키면 3등신의 귀여운 모습을 한 캐릭터가 이용자를 반겨준다. SKT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분야에서 독보적인 3D 모델링 기술을 확보했지만 에이닷에는 사람 모습을 한 가상인간이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만화영화 속 주인공을 연상케 하는 캐릭터를 앞세워 승부를 걸었다. 영리한 선택이다. 

SKT는 “기존의 딱딱하고 차가운 타사 AI 브랜드와 달리 고객의 다양한 생활 속에서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가 되고자 했다”며 “향후 고객 커뮤니케이션 역시 ‘에이닷’ 브랜드의 차별화된 전략을 바탕으로, 늘 친구처럼 고객들 곁에서 함께 놀며, 배우고, 성장하는 브랜드의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캐릭터 하단에는 ‘뉴스 들려줘’, ‘일정 알려줘’ 등과 같은 추천 명령어들이 나열된다. “오늘의 별자리 운세를 알려드릴게요”라며 먼저 대화를 제안하기도 한다. 에이닷과의 대화는 마이크 모양의 아이콘을 눌러야 시작된다. 음성 대신 스마트폰 화면의 가상 키보드를 이용할 수도 있다. 

오픈베타 서비스의 특성상 실행 기능에는 일부 제한이 있다. ▲T월드 ▲T멤버십 ▲TMAP ▲플로(FLO) ▲웨이브(wavve) 등 SKT가 서비스하고 있는 앱을 이용하면 상대적으로 더 쉽게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다. 다른 통신사 고객은 다소의 불편함이 따를 수도 있다.

일정은 에이닷 캘린더를 통해 음성으로 관리할 수 있다. “내일 1시 미팅 일정 등록해줘”라고 명령하니 에이닷 캘린더에 자동으로 등록됐다. 캘린더 디자인은 간결하다. 날짜는 한달 또는 일주일 단위로 바꿀 수 있다. 각 일정과 할 일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음악과 동영상 서비스는 각각 플로(FLO), 웨이브(wavve)와 연동된다. 플로의 경우 출시 초 한시적 프로모션으로 ‘FLO with A’ 이용권을 제공받아 매월 90곡의 음악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웨이브도 ‘wavve with A. Lite’ 이용권을 통해 방송, 영화, 해외 시리즈 등 선별된 콘텐츠를 무료 제공한다.

에이닷에게 “신나는 음악 켜줘”라고 말하면 즉각 찾아서 재생해준다. 플로 앱에서 미리 만들어 둔 음악 리스트를 불러올 수도 있다. 31개 채널의 라디오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FM채널에 한해 지원하고 AM 라디오는 지원하지 않는다. 

SKT 이용자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에이닷과 T월드의 연동이 반가울 것으로 생각된다. 에이닷에게 “이번 달 요금은 얼마야”라고 물어보면 사용요금과 할인된 요금, 부가가치세 등을 요약해 보여준다. 요금확인을 위해 매번 T월드 앱을 실행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매우 편리하다. ‘자세히 보기’를 터치하면 구체적인 요금 내역이 나타난다. 

반면, 기대를 많이 했던 T맵과의 연동은 곳곳에 미비한 점이 눈에 띄었다. “네비게이션 켜줘”라고 말하면 목적지를 알려달라고 응답한다. 목적지를 말하면 T맵으로 연결돼 목적지 목록을 보여준다. 목적지 선택 과정에서 화면 터치가 필요하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비슷한 지명이 많아서인지 가끔씩 엉뚱한 목적지가 뜨기도 했다. 

운전 중인 상황이라면 에이닷을 통해 T맵을 실행시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정식버전이 아니라 오픈베타 서비스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개선될 여지는 충분하다. 
 

사진=유경표 기자
사진=유경표 기자

 

내 손안의 'AI 캐릭터'... 게임하듯 사용법 알려줘

에이닷은 게임을 연상케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에이닷을 자주 사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SKT의 묘책이다. 가령, 화면 속 캐릭터는 ‘캐릭터 꾸미기’를 통해 여러 가지 모습으로 변신한다. 얼굴과 피부색은 물론, 상·하의, 머리장식, 안경, 신발, 장갑부터 심지어 체형까지 이용자의 취향대로 고르면 된다. 목소리도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다. 존댓말과 반말 등 말투에서부터 ▲친근한 ▲씩씩한 ▲담담한 ▲상냥한 ▲밝은 ▲차분한 ▲따뜻한 ▲세련된 등의 다양한 목소리톤을 구비했다.     

캐릭터 의상도 매우 다양하다. 기본적인 아이템 외에 큐브(Cube)와 콘(Cone)이라는 포인트를 통해 여러 의상·악세사리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다. 포인트는 ‘데일리미션’과 ‘에이닷과 친해지기’, ‘에이닷 더 잘쓰기’ 등의 퀘스트를 통해 특정 명령어를 수행하고 포인트를 지급받는 형태다. 각각의 미션을 수행하면 콘이 지급되고,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큐브가 보상으로 주어진다. 매일 앱을 켜면 ‘출석체크’로도 포인트가 지급된다.

컬렉션 배지도 빼놓을 수 없다. 에이닷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해서 각 항목별로 배지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날씨 대화를 하루 1회씩 총 20번하면 ‘오늘의 날씨’ 배지를 획득하게 된다. 운세 관련 대화를 했다면 ‘딱히 믿진 않지만 궁금하잖아’와 같은 재치있는 문구의 배지가 지급된다. 

미션을 통해 이용자는 에이닷의 기능을 자연스레 숙지할 수 있다. 일종의 ‘튜토리얼’인 셈이다. 미션을 진행하며 획득한 포인트로 캐릭터를 꾸미다 보면, 자연스레 애착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었다. 

SKT는 에이닷에 대한 사용자 피드백을 빠르고 적극적으로 반영해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디바이스에 바로 이식하기 보다는 먼저 서비스 품질을 안정화한 후, 탑재 디바이스를 확대하는 수순으로 갈 전망이다. 

김재익 SKT PR팀 부장은 “에이닷은 거대 언어 모델을 통해 2~3마디 정도 맥락이 이어지는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오픈베타를 통해 고객 반응을 살피면서 서비스를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에이닷을 통한 영상 서비스는 현재까지 VOD 위주에 그치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TV채널을 골라서 볼 수 있는 ‘마이티비’를 준비 중에 있다”며 “여러 서드파티와의 협업을 통해 게임과의 연계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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