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 K뷰티 공세에 백기... '비쉬·슈에무라' 한국서 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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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알, K뷰티 공세에 백기... '비쉬·슈에무라' 한국서 짐싼다
  • 김보라 기자
  • 승인 2021.05.13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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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성장에 경쟁력 줄어들어
슈에무라, 일본 불매 타격도 받아
비쉬, 더마 코스메틱 시장서 입지 약화
슈에무라 日 시장서는 적극적... 국내와 대비
슈에무라 매장. 사진= 슈에무라.
슈에무라 매장. 사진= 슈에무라.

오랜 기간 한국에서 사랑받던 로레알그룹의 뷰티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다. 사회적인 악재와 함께 빠르게 발전하는 K뷰티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모양새다.

로레알은 모발 염색제, 스킨케어, 바디케어, 헤어케어, 향수 등 500여개의 브랜드를 소유한 세계적인 뷰티 그룹이다. 한국에는 1980년 한국화장품과의 기술제휴를 통해 진출했다. 

지난달 로레알 그룹은 1998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비쉬'를 8월 말을 끝으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고 밝혔다. 비쉬는 프랑스 비쉬 지역 온천수의 효능을 경험한 피부과 전문의가 만든 더마 코스메틱 브랜드다. 20여년간 판매되면서 마니아층의 사랑을 받았지만, 국내 더마 코스메틱 시장이 커지면서 비쉬의 영향력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에따라 로레알 그룹은 국내의 온·오프라인 채널 정리에 나선 것이다.  

로레알코리아 홍보 담당자는 "비쉬 사업 종료는 국내 더마코스메틱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브랜드에 집중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로레알코리아가 최근 철수 결정을 내린 브랜드는 비쉬만이 아니다. 지난 2003년 로레알 그룹에 인수된 일본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도 9월 말을 끝으로 사업 종료한다.

업계에 따르면 로레알 슈에무라는 올해 9월을 끝으로 한국에서의 사업을 종료한다. 사업 종료 이유는 브랜드 시장 전략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지난달 17일 크리스티앙 마르코스 아르나이 로레알코리아 대표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한국에서 성장 잠재력이 큰 브랜드에 집중해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극대화하고, 화장품시장 카테고리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내 슈에무라 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 슈에무라는 일본 메이크업 아티스트 우에무라 슈가 1958년 창업한 화장품 브랜드다. 2004년 로레알 그룹에 인수돼 현재까지 국내 77개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백화점 35개, 시코르 27개, 올리브영 9개 매장에 입점해 있다. 

슈에무라는 로레알그룹에 속해 있지만 생산은 일본에서 이뤄진다. 이로 인해 지난 2019년 일본제품 불매운동 당시 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기도 했다.

로레알코리아 브랜드들의 실적은 맥을 못추고 있다. 엘오케이(LOK·로레알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3,376억원으로 전년(3,418억원) 대비 1.2%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162억원으로 전년(80억원) 대비 두배 가량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5%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비쉬와 슈에무라 철수가 K뷰티의 성장과 무관하지 않다고 진단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해외 유명 화장품이 국내 제품보다 낫다는 선입견이 있었지만 최근 한국 화장품이 성장하면서 국내 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었다"며 "현재 한국 화장품은 수입 제품과 비교해도 제품력과 디자인 모두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 화장품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K-뷰티에 대한 평가와 관심이 높아지며 국내 화장품 시장의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12년 7조1,000억원이던 국내 화장품시장 규모는 매년 성장을 거듭해 2019년 16조3,000억원으로 2배 이상 커졌다.

한편, 한국에서 사업 철수를 선언했지만 일본에서는 오히려 사업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슈에무라는 도쿄 오모테 산도에 자사 최초의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슈에무라가 일본에서 태생한 브랜드인 것을 감안한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이다.

슈에무라와 비쉬의 국내 철수와 관련해 아쉬움을 피력하는 사람들도 있다. 오랜 기간 한국에서 사랑받아온 브랜드였던 만큼 충성 고객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본사 차원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어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시장 철수 결정은 아쉬운 부분이 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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