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앱서 음식주문 가능"... 금융사-빅테크 규제균형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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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앱서 음식주문 가능"... 금융사-빅테크 규제균형 맞춘다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12.16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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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금융 규제·제도 개선 논의
'기울어진 운동장' 형평성 제고
금융권, 플랫폼 비즈니스 본격화
금융위원회 도규상 부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도규상 부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금융권 전역에 발령됐던 빅테크 공습경보가 마침내 해제됐다. 올해 6월 네이버가 포인트 적립과 예치금 수익을 내세운 통장을 출시하며 금융시장 공략을 본격화한지 6개월 만이다.

지난 10일 금융위원회는 도규상 부위원장 주재로 제5차 디지털금융협의회를 열고 규제·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권와 빅테크 간 규제 형평성을 바로잡고 관련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이 개선 방안의 골자였다.

디지털금융협의회는 금융위·금감원·핀테크·빅테크·전문가·노조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포함된 협의체로 9월 출범했다. 

약 3개월에 걸쳐 진행된 간담회를 통해 의견이 수렴됐다. 금융당국에 접수된 제안사항만 62건에 달한다. 당국은 이중 40건(65%)을 개선하고, 15건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7건은 수용 곤란이라는 결론을 냈다.

금융당국이 발표한 개선 방안에는 그간 금융권이 주장해 온 형평성 제고 요구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 은행권의 플랫폼 사업을 허용하고 빅테크를 대상으로 영업 규제를 적용하는 등 공정 경쟁환경 구축을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따라 앞으로 은행권은 앞으로 배달 음식 주문이나 쇼핑, 부동산서비스를 자사 앱을 통해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게 됐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플랫폼 사업의 범위와 방식을 놓고 이달까지 연구 용역을 진행한 후 내년 상반기부터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은 은행 앱에서 간편하게 결제하고, 포인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소상공인들은 기존 배달 앱보다 낮은 수수료를 내고, 대금 정산도 신속해지는 혜택을 누릴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발빠른 대응을 준비하는 모습이다. 하나은행은 최근 하나원큐 앱을 통해 고객에게 맞춤형 아파트 정보를 제공하는 부동산 리치고 제휴 서비스를 도입했다. 부동산 리치고는 부동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학군·교통·시세·단지·규모 등 다양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아파트 단지별 점수와 예측 가격을 제공한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은행권의) 플랫폼 비즈니스 허용으로 금융소비자들은 다양한 생활금융서비스를 누릴 수 있고, 은행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통해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는 등 진정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은 신용카드사의 종합지급결제업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와 공정한 경쟁을 위해 종합지급결제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금융결제원이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오픈뱅킹 참여 근거 규약을 개정한 것도 카드사들에게는 큰 호재로 작용한다.

반면 금융당국은 강력한 플랫폼을 무기로 금융시장 진출을 강화하고 있는 빅테크에 대해선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빅테크가 대출을 중개하거나 대리할 때 과도한 수수료를 부과할 수 없도록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을 통해 보완장치를 마련한다.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보험 모집·판매 관련 별도 규율체계도 마련한다. 빅테크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보험대리점 진입을 허용하되 중개와 모집 과정에서 모집·비교공시·광고 등을 명확히 구분한다.

또한 빅테크와 금융사 간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향후 빅테크는 전자상거래(e커머스) 사업자가 보유한 주문내역정보를 정보 주체의 요구에 따라 제공해야 한다. 오픈뱅킹 참여시에도 운영비용의 일부를 분담해야 한다. 나아가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전자금융업자에 소액후불결제 업무가 제한적으로 허용됨에 따라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용자 예탁금의 외부예치나 이자수취 금지 등 추가적인 규제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15일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업계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했던 문제들이 디지털금융협의회를 통해 해소됐다"고 말했다. 이어 "빠르게 변화하는 빅테크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반격을 노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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