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밀리면 끝"... 금융권, IT 인재영입 戰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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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밀리면 끝"... 금융권, IT 인재영입 戰爭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1.04.20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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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에 제2금융권까지 경쟁 가세
진옥동 신한은행장 "조직의 명운 달렸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인재 수혈이 혁신"
KB국민은행, 박기은 전 네이버 CTO 영입
하나금융, 보안통 정의석 상무 CICTO 선임
"갈수록 경쟁 치열... 산학 협력 확대해야"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사진=시장경제DB
2019년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 사진=시장경제DB

금융권이 정보기술(IT) 인재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는 언택트 시대를 여는 트리거(Trigger)가 됐다. 대면 거래를 중시하던 금융권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밑그림을 그리던 금융권의 시계는 무려 5년이나 당겨졌다. 빅데이터·보안·인공지능 분야를 따로 가릴 필요도 없다. 시중은행은 물론 제2금융권·핀테크·인터넷전문은행까지 IT 인재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스카웃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역대급 구조조정에 나선 시중은행들은 올해 디지털 전환에 사활을 걸고 IT 인재 영입에 집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9년 은행권 최초로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수시채용을 신설했다. 올해도 하반기 신입행원 공채와는 별도로 디지털·ICT 분야 인력을 수시채용한다. 서류 접수 기간은 오는 18일까지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디지털 전환에 조직의 명운이 달렸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면서 "향후 데이터와 AI 역량 개발에 자원을 집중하고 인재 영입의 문턱을 낮추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은행장 직속 디지털 혁신단을 신설하고 은행 내 데이터분석 전문가 1,000명 양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 사업을 총괄하는 AICC 통합 AI 센터장으로 김민수 삼성SDS AI선행연구랩(Lab)장을 영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디지털 혁신의 핵심은 인재 수혈"이라고 강조했다. 적극적인 인재 수혈 없이 디지털 혁신은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이에 우리금융은 KT, 교보생명과 손잡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분야 인재양성을 위해 KAIST 공동 산학연계 교육과정을 개설했다. 외부 인재 영입도 활발하다. 우리금융은 지난달에만 50여명에 달하는 디지털 전문가 채용 공고를 게재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7월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디지털 전환 추진단을 신설했다. 추진단에는 디지털전략부, 빅데이터사업부, 인공지능사업부, 디지털사업부, 스마트앱개발부를 배치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초 테크그룹 소속 테크기술본부장에 박기은 전 네이버클라우드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영입했다. KB국민은행은 ICT 분야에 높은 이해도와 실무능력을 겸비한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해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역량을 제고할 예정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플랫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디지털부회장을 신설한 데 이어 핵심 사업그룹인 그룹 디지털총괄(CDIO)과 그룹 ICT총괄(CICTO)을 일제히 교체했다. 디지털 사업 실행 가능성을 점검하는 CICTO에는 보안통으로 꼽히는 정의석 상무가 선임됐다. 전략을 구상하는 CDIO는 추후 결정할 방침이다.

시중은행 저리 가라 할 정도로 IT 인재에게 적극적으로 구애(求愛)하는 카카오뱅크도 눈에 띈다.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한 카카오뱅크는 임직원수를 대폭 늘리며 몸집을 불리고 있다. 희망퇴직으로 최대한 몸집을 줄이고 있는 기성 금융사와는 180도 다른 양상이다. 카카오뱅크는 아직 신규 채용을 진행한 적이 없다. 하지만 수시로 경력 IT 전문가를 물색하면서 인재를 수혈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말 임직원 수는 913명으로 전년 대비 127명(16%) 늘었다. 올해도 벌써 1월부터 부문별 경력 개발자 채용을 잇따라 진행하고 있다.

2017년 60명으로 출범한 카카오페이는 현재 임직원이 800여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카카오페이는 올해도 상반기 100명을 포함해 총 300명 이상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퍼블리카는 올해 1분기에만 개발자 중심으로 300명 이상 채용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개발자 초임을 5,000만원까지 인상하고 경력이 하루만 돼도 개발 분야 지원을 받는다. 

저축은행업계 역시 IT 인재 모시기에 혈안이 돼 있지만 시장의 반응이 미지근해 채용에 애를 먹고 있다는 후문이다. 주요 저축은행들은 당장 오픈뱅킹·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위해 전산망과 플랫폼을 고도화해야 하지만 유지·보수를 담당할 IT 인력이 부족해 진땀을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관련 인재 영입을 위한 금융사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 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크게 뒤쳐지는 만큼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산학 협력을 확대하는 것을 포함해 IT 인재 양성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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