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까지 먹겠다"... 거침없는 네이버, 금융영토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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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까지 먹겠다"... 거침없는 네이버, 금융영토 확장
  • 오창균 기자
  • 승인 2020.07.2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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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시장 진출 본격화, 금융권 전역 비상등
금융사들 "빅테크는 뒷문으로 우회진출... 공정경쟁 실종"

금융영토를 확장 중인 네이버가 대출시장 진출을 전격 선언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후불결제와 보험상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업의 모든 영역에 발을 들이겠다는 심산이다.

전통 금융사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빅테크(Bigtech)들이 뒷문을 통해 금융시장에 우회 진출하고 있지만 역차별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며 한숨만 내쉬는 상황이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28일 역삼동 네이버파트너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소상공인(SME) 전용 대출을 올해 안에 출시하겠다"고 했다. 대출업 진출을 공식화한 자리다.

최인혁 대표는 "그동안 사각지대에 머물렀던 금융 소외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서비스로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어 "네이버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이자 우리 사회 성장의 근간인 중소상공인를 위한 금융서비스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출시장에 진출한 네이버의 첫 타깃은 스마트스토어 입점 소상공인이다. 네이버는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기존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사업자들에게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의 대출시장 진출은 정부의 디지털금융 종합혁신 방안 발표 이틀 만에 이뤄졌다. 정부는 지난 26일 종합지급결제사업자에게 계좌 발급부터 입금·출금·송금·결제·이체까지 허용한다고 발표했지만 대출업무는 제외했다. 대출만은 안 된다는 당국 지침에도 네이버가 결국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네이버의 후불결제 서비스도 가시화된 상태다. 최근 당국은 빅테크에 30만원 한도로 제한적인 후불결제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카드사들이 우려했던 한도(50만원 이상)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졸지에 소액결제 고객군을 지켜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빅테크와 두터운 친분을 쌓고 있는 정부가 곧 후불결제 한도를 50만원 이상으로 인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실 당국이 빅테크에 허용한 후불결제는 기존 카드사들이 판매하는 하이브리드 체크카드와 동일하다. 하이브리드 카드는 체크카드와 신용카드의 기능을 합친 것으로 평소에 체크카드처럼 사용하다가 잔액이 부족할 때도 한도금액 내에서 신용카드처럼 후불결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적용되는 규제는 극과극이다. 카드사들의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는 1인당 2장까지만 발급받을 수 있다. 반면 빅테크 후불결제 서비스에는 이러한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카드사들은 규제의 형평성을 문제 삼으며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빅테크들의 후불결제 서비스는 사실상 신용카드업에 해당하지만 여신업법 테두리에는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일업무 동일규제에 어긋나는 셈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누가 봐도 역차별 요소가 너무 심한 것이 아닌가, 우리 쪽 규제도 풀어줘야 공정경쟁을 할 것이 아니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드업계는 빅테크 후불결제를 둘러싼 건전성 악화 문제도 언급하고 있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가입자 3,000만명이 매달 30만원씩 후불결제로 사용하면 연간 사용액은 108조원에 달한다. 빅테크 후불결제의 경우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점이 양날의 칼로 돌아와 가계부채에 영향을 주고 결국 돈을 갚지 않는 대규모 연체 사태로 확산될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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